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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 속으로

하늘에 이르려는 인간, 흩어 구원하시는 하나님

by HappyPeople IN JESUS 2025. 6. 15.

“자, 벽돌을 만들어 견고히 굽자... 성과 대를 쌓아 대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 이름을 내고 온 지면에 흩어짐을 면하자.” (창세기 11:3~4)

창세기 11장의 바벨탑 사건은 인류의 역사 속 반복되는 본성을 여실히 드러냅니다. 인간은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기보다, 스스로 하나가 되어 자기 이름을 내고 하늘에 닿으려 합니다. 하나님께서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하셨음에도, 인간은 오히려 흩어짐을 두려워하며 스스로를 하나로 묶고자 합니다. 이 시도는 단순한 연대의 욕구가 아닙니다. 그것은 곧 하나님의 자리를 넘보는 자기 신격화이며, 구원을 스스로 쟁취하려는 교만한 시도입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에도 반복되고 있는 ‘저주받을 당 짓기’의 본질입니다.

하늘로 가는 길은 인간의 벽돌과 역청으로 닿을 수 없습니다. 하늘로의 길은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고 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열립니다. 인간이 하늘을 향해 올라가려 할수록, 하나님은 내려오셔서 그들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시고, 흩으십니다. 그 흩어짐이야말로 은혜였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힘으로 이룬 연합은 참된 연합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단순히 흩으시는 분으로 끝나지 않으십니다. 사도행전 2장에서, 오순절 날 성령이 임하심으로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이 자기 언어로 복음을 듣습니다. 바벨탑에서 흩어진 언어들이, 그날 마가의 다락방에서 다시 통일되는 듯한 기적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방언의 은사가 아니었습니다. 이는 창세기 11장의 하나님의 흩으심이 결코 파괴적 심판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복음의 씨앗을 온 땅에 심기 위한 전략이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승천하시기 전 제자들에게 명령하셨습니다.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마28:19),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행1:8) 이것은 단지 선교 명령 그 이상입니다. 창세기 1장에서 인간에게 주신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는 창조 명령이, 이제 교회를 통해 복음으로 다시 선포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이 명령에 즉각 순종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예루살렘에 정착했고, 예루살렘 교회는 또 하나의 ‘’을 이루었습니다. 이때 하나님은 또다시 개입하십니다. 스데반의 죽음을 통해 핍박을 허락하시고, 그 핍박을 통해 제자들을 유대와 사마리아로 흩으십니다 (행 8:1).

이렇듯 인류의 역사란 무엇입니까? 인간은 스스로 하나 되어 하늘에 이르려 하고, 하나님은 그 시도를 흩으시며, 오히려 자신이 마련하신 하나 됨의 길로 우리를 이끄십니다. 인간의 연합은 언제나 자기 의와 자기 공로에 기반하며, 그것은 반드시 무너지고 흩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십자가를 통하여, 예수를 머리로 한 참된 공동체를 세우십니다. 그 공동체는 인종, 민족, 계층, 언어를 초월하여 “
한 몸”이 됩니다. (엡 2:16)

요한계시록 7장에서는 각 나라와 족속과 백성과 방언에서 온 큰 무리가 보좌 앞에 서서 이렇게 외칩니다.
“구원하심이 보좌에 앉으신 우리 하나님과 어린 양에게 있도다!” 이 고백은 인간의 모든 시도와 연합이 얼마나 무력하며, 오직 하나님과 어린양 예수 그리스도께만 구원이 있다는 진리를 깨달은 자들의 고백입니다.

오늘날 우리도 또 하나의 바벨탑을 쌓고 있지는 않습니까? 교회의 이름으로, 사역의 이름으로, 혹은 민족과 국가의 이름으로 자기 의와 자존심을 벽돌 삼아 쌓고 있는 탑은 없습니까? 하나님의 명령이 아닌 인간의 성공과 안전을 위한 연합은 결국 무너집니다. 그 무너짐은 우리에게 고통처럼 느껴질 수 있으나, 결국 그것은 하나님께로 돌이키게 하시는 은혜의 손길입니다.

하나님은 오늘도 우리를 흩으십니다. 당을 짓고 머무르려는 우리를 다시 길 위로 내몰며, 십자가 앞에서 무너뜨리십니다. 그리고 그 무너짐 위에 예수를 머리로 하는 새로운 공동체, 하늘 백성을 다시 세우십니다.

우리는 흩어지는 가운데 배워야 합니다. 인간의 가능성과 자격은 구원을 이룰 수 없음을, 그리고 구원은 오직 하나님과 어린양 예수께로부터만 오는 선물임을 말입니다. 그 고백이 있는 자들만이 참된 하나 됨의 자리로 모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성도는 이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당 짓고 연합하려는 인간의 본성을 부인하고, 날마다 십자가 앞에서 흩어지는 경험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흩어진 그 자리에서, 하나님이 준비하신 하나 됨의 은혜를 소망하며 살아야 합니다. 바벨탑을 무너뜨리신 하나님께서, 그 흩어진 언어와 민족을 다시 십자가 아래 모이게 하실 날을 바라보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