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 시대에 맞는 사람이 돼라.” 이 말은 단순히 유행을 잘 타라는 조언이 아닙니다. 오히려 훨씬 냉정하고 깊습니다. 시대란 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흐르는 거대한 강이고, 사람은 그 강물 속에서 자기 배를 어떻게 띄울지 선택해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자기 시대를 살아가지만, 모두가 자기 시대에 맞는 삶을 사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이는 시대보다 앞서 있고, 어떤 이는 시대에 뒤처져 있으며, 어떤 이는 시대와 어긋난 방향으로 노를 젓습니다. 문제는 능력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그 능력이 발휘될 ‘때’를 만났는가 하는 것입니다.
빈센트 반 고흐를 떠올려보십시오. 그는 생전에 단 한 점의 그림밖에 팔지 못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괴짜, 실패자, 심지어 정신병자로 취급했습니다. 그의 색채와 붓질은 당시의 미적 기준과 너무 달랐습니다. 그는 재능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시대를 너무 일찍 만난 사람이었습니다.
오늘날 고흐의 그림은 미술관의 중심에 걸려 있고, 그의 이름은 ‘천재’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그의 삶을 구원해 주지는 못했습니다. 이 예화는 우리에게 잔인한 진실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선함과 탁월함이 항상 즉시 보상받지는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반대로 이런 사람도 있습니다. 분명 자기에게 맞는 시대를 살았지만, 그 기회를 붙잡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기술이 급속도로 변하던 시기에 새로운 도구를 끝까지 외면했던 장인, 변화의 물결 앞에서 “옛 방식이 최고야”라며 문을 닫아버린 상인들 말입니다.
그들은 게으르지 않았고, 성실하지 않았던 것도 아닙니다. 다만 시대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한 발 내딛지 못했을 뿐입니다. 시대는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흐름을 읽지 못하면, 능력조차 낡은 것이 되어 버립니다.
우리는 흔히 선함, 정직함, 충성 같은 미덕은 언제나 환영받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어떤 시대에는 정직한 사람이 ‘융통성 없는 사람’으로 취급받고, 어떤 시대에는 침묵이 지혜로 여겨지며, 어떤 시대에는 오히려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이 존중받았습니다. 미덕조차 시대의 해석을 받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지혜는 단순히 착해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어떤 때에, 어떻게 착할 것인가를 분별하는 능력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망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혜로운 철학자에게는 한 가지 장점이 있다. 불멸한다는 것이다.” 이 문장은 매우 중요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철학자는 직업으로서의 철학자가 아닙니다. 자기 삶을 깊이 성찰하고, 시대에 휩쓸리지 않으면서도 시대를 이해하려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의 사유와 태도는 당대에는 외면받을 수 있지만, 결국 시간 속에서 살아남게 됩니다.
만일 지금 이 시대가 나에게 맞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그것이 곧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역사는 언제나 뒤늦게 이해받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오늘의 침묵이 내일의 언어가 될 수 있고, 오늘의 주변부가 내일의 중심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조급함이 아닙니다. 자기 시대가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스스로를 훼손할 필요는 없습니다. 시대는 변하지만, 사람의 깊이는 축적됩니다. 혹시 지금 이 시간이 어색하고, 숨 막히고, 나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느껴진다면 이렇게 말해도 좋습니다. “아직 때가 아닐 뿐이다.”
그리고 오늘 할 일은 단 하나입니다. 시대를 원망하지 말고, 자신을 보존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언젠가, 나에게 맞는 시간이 왔을 때, 그 시간을 살아낼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진정으로 자기 시대에 맞는 사람이 되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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