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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말 너머를 읽는 힘

by HappyPeople IN JESUS 2026. 1. 27.

한때는 말을 잘하는 것이 곧 능력이었습니다. 유창한 언변, 막힘없는 논리, 사람을 설득하는 기술은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였습니다. 회의실에서도, 강단에서도, 시장에서도 말을 잘하는 사람이 판을 이끌었습니다.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었고, 그릇이 화려할수록 내용도 좋아 보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말은 넘쳐나고, 설명은 과잉이며, 진실은 오히려 가려집니다. 사람들은 말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말을 이용해 자신을 숨깁니다. 그래서 이제는 말을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더 중요한 능력은 말 뒤에 숨은 의도와 마음의 방향을 읽어내는 힘, 곧 ‘분별력’입니다.

예컨대 이런 장면을 떠올려 보십시오. 어떤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이번 일은 정말 수고했어. 덕분에 팀이 많이 안정됐어.” 겉으로만 보면 칭찬입니다. 그러나 말투, 시선, 그리고 그 말이 나온 맥락을 함께 살펴보면 전혀 다른 의미일 수 있습니다.

진심 어린 격려일 수도 있지만, 더 많은 일을 맡기기 위한 포석일 수도 있고, 책임을 은근히 전가하기 위한 말일 수도 있습니다. 말은 같지만, 의도는 다릅니다. 이 차이를 구별하지 못하면 우리는 말에 끌려 다니게 됩니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모사(謀士)’를 귀히 여겼습니다. 전쟁터에서 칼을 잘 쓰는 장수보다, 사람의 마음과 상대의 의도를 읽어내는 모사가 나라를 살렸습니다. 그들은 상대의 말보다 침묵, 행동보다 기류, 드러난 정보보다 숨겨진 동기를 읽었습니다. 오늘날로 말하면, 속임수를 피하기 위해 예측할 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단순히 “무슨 말을 했는가”가 아니라, “왜 이 말을 지금 하는가”를 묻는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갈망하는 진실은 언제나 노골적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진실은 절반만 말로 표현됩니다. 나머지 절반은 말 사이에, 표정 속에, 타이밍 속에 숨어 있습니다. 사랑도 그렇고, 거절도 그렇고, 권력도 그렇습니다. “괜찮아”라는 말 속에 담긴 실망, “기도하겠습니다”라는 말 속에 숨은 거리두기, “자유롭게 의견 주세요”라는 말 속에 이미 정해진 답,이런 것들은 주의 깊지 않으면 결코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주의 깊은 사람은 두 가지를 동시에 합니다. 먼저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믿음의 고삐를 당깁니다. 말이 화려할수록, 약속이 클수록, 설명이 완벽할수록 쉽게 믿지 않습니다. 한 발 물러서서 묻습니다. “이 말이 사실인가?”, “이 말이 전부인가?”, “이 말이 누구에게 유익한가?” 이는 불신이 아니라 성숙한 신중함입니다.

동시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믿음에 박차를 가합니다. 눈에 보이는 조건이 없어도, 결과가 당장 확인되지 않아도, 진실과 선, 그리고 하나님의 뜻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는 오히려 더 깊이 기대고 신뢰합니다. 겉으로는 손해처럼 보여도, 양심과 진실을 따르는 길을 선택합니다. 이 믿음은 계산이 아니라 방향에 대한 신뢰입니다.

예를 들어, 정직을 택했을 때 당장은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거짓 보고를 하지 않아 승진에서 밀릴 수도 있고, 아첨하지 않아 관계가 불편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주의 깊은 사람은 지금 보이는 손해보다, 보이지 않는 신뢰와 내면의 온전함이 더 크다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그는 눈에 보이는 성공에는 조심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진실에는 과감한 것입니다.

결국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말재주가 아니라 깨어 있음입니다. 무엇이 말해지고 있는지를 듣는 귀보다, 무엇이 말해지지 않고 있는지를 감지하는 눈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현상에 휩쓸리지 않으면서도, 보이지 않는 가치에는 담대히 몸을 싣는 믿음입니다. 주의 깊은 사람만이 완전한 분별력에 이릅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속임수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냉소에 빠지지 않습니다. 세상을 의심하되, 진리를 신뢰하고, 사람의 말은 가볍게 다루되,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일하심에는 전력을 다해 믿음을 겁니다. 이 균형이 무너질 때 우리는 쉽게 속거나, 쉽게 불신하는 사람이 됩니다. 말이 넘치는 시대일수록, 진실은 더 조용히 우리를 부릅니다.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언제나 주의 깊은 사람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