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님이여 내 마음을 정하였사오니 내가 노래하며 나의 마음을 다하여 찬양하리로다"(시편 108:1)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아는 것과, 실제로 그런 사람이 되는 것 사이에는 언제나 거리가 있습니다. 그 거리를 좁히는 힘은 재능도, 의지도, 환경도 아닙니다. 그것은 '마음을 정하는 것'에서 옵니다.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는 말년에 공연 무대를 완전히 포기했습니다. 세계 최고의 연주자가 그 무대를 버린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그는 청중의 박수를 위해 연주하는 사람이 아니라, 음악 자체를 위해 연주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녹음실로 들어가 카메라도, 관객도 없는 공간에서 피아노를 쳤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괴짜라고 불렀지만, 굴드 자신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분명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가 죽은 후, 사람들이 그를 기억하는 방식은 딱 하나였습니다. "그는 음악을 사랑한 사람이었다."
다윗이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다윗은 어려서부터 노래와 악기에 능통했습니다. 사울 왕이 악령에 시달릴 때, 다윗이 수금을 켜며 노래하면 악령이 물러가고 왕이 평안을 찾았다는 기록이 있습니다(삼상 16:23). 그것은 단순한 음악적 재능이 아니었습니다. 다윗의 찬양에는 하나님을 향한 마음이 실려 있었고, 그 마음이 어둠을 몰아내는 힘이 되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다윗은 왕이 되었습니다. 전쟁을 이기고, 나라를 세우고, 역사에 길이 남을 군주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왕궁의 보좌보다 더 중요하게 여긴 것이 있었습니다. 그는 4천 명의 레위인으로 찬양대를 조직하고, 하나님을 향한 찬양이 끊이지 않는 나라를 만들었습니다(대상 25:1 이하). 그리고 생의 마지막에 남긴 유언에서 그는 자신을 이렇게 불렀습니다. "이스라엘의 노래 잘하는 자"(삼하 23:1). 왕으로 불리지 않았습니다. 장군으로도, 정복자로도 불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찬양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원했습니다.
시편 108편은 57편 7~10절과 60편 5~12절이 합쳐져 이루어진 시편입니다. 두 편의 시가 하나로 합쳐졌다는 것 자체가 의미심장합니다. 57편은 다윗이 사울을 피해 동굴 속에 숨어 있을 때 쓴 시이고, 60편은 전쟁의 패배 후 낙심 속에서 쓴 시입니다. 즉 108편은 도망자의 노래와 패전자의 노래가 하나로 엮인 시편입니다.
그런데 이 시편은 탄식으로 시작하지 않습니다. 첫 문장부터 이렇게 선언힓니다. "하나님이여 내 마음을 정하였사오니 내가 노래하며 나의 마음을 다하여 찬양하리로다"(1절). 도망 중에도, 패전의 먼지 속에서도, 다윗은 먼저 마음을 정했습니다. 상황이 먼저 바뀐 것이 아니었습니다. 마음을 먼저 정했고, 그 후에 노래했습니다. 찬양은 상황의 결과가 아니라 결단의 결과였습니다.
어느 선교사가 아프리카의 오지 마을에서 홀로 사역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언어도 통하지 않고, 반응도 없고, 건강도 무너져가는 상황에서, 그는 매일 아침 일기에 같은 문장을 적었다고 합니다. "오늘도 주를 찬양하기로 결심한다." 결심이 먼저였습니다. 감동은 나중에 따라왔습니다. 수십 년 후 그 마을에서 작은 교회가 세워졌을 때, 사람들은 그를 기억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 사람은 항상 노래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찬양은 다윗에게 있어 기분의 표현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정체성의 표현이었습니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을 찬양하는 사람이다.' 그 정체성을 스스로 선택하고, 선언하고, 살아낸 것입니다.
5절에서 다윗은 이렇게 기도합니다. "하나님이여 주는 하늘 위에 높이 들리시며 주의 영광이 온 땅에서 높임 받으시기를 원하나이다." 이 기도 안에는 자신이 없습니다. 내 성공도, 내 회복도, 내 명예도 없습니다. 오직 하나님이 높임받으시기를 바라는 마음만 있습니다. 다윗은 자신의 인생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악기가 되기를 원했습니다. 그것이 그가 마음을 정한 방향이었습니다.
당신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원하십니까? 성공한 사람, 능력 있는 사람, 좋은 부모, 좋은 친구, 모두 아름다운 소원입니다. 그러나 다윗이 우리에게 묻는 것은 조금 더 깊은 곳에 있습니다. 당신의 삶을 관통하는 하나의 마음은 무엇입니까? 당신이 어떤 상황에서도 놓지 않기로 결단한 그것은 무엇입니까?
마음을 정하는 것은 단 한 번의 감동적인 순간이 아닙니다. 그것은 매일 아침, 다시 한 번, "그래도 나는 주를 찬양하기로 했다"고 되새기는 조용한 결단의 반복입니다. 다윗은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기억되었습니다. 당신의 마음은 지금, 어디를 향해 정해져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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