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반드시 기쁨으로 그 곡식 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로다"(시편 126:6)
어느 할머니의 이야기입니다. 1·4 후퇴 때 남편과 함께 피란길에 올랐다가 그만 흥남 부두에서 헤어지고 말았다고 했습니다. 군중에 떠밀려 배에 오른 할머니는 남편의 얼굴을 다시 보지 못한 채 남쪽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렇게 수십 년이 흘렀습니다. 혼자 자식들을 키우고, 혼자 밥을 짓고, 혼자 늙어갔습니다. 그런데 그 할머니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는 그래도 웃으면서 살았어요. 언젠가는 만날 거라는 걸 알았거든요." 주변 사람들은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기약도 없고, 증거도 없는데, 어디서 나오는 웃음이냐고 말입니다. 할머니는 조용히 대답했습니다. "그분이 살아 계시잖아요."
시편 126편은 그 할머니 같은 사람들이 부른 노래입니다. 포로에서 돌아온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바벨론 제국의 손에 나라가 무너지고, 성전이 불타고, 백성이 끌려간 지 칠십 년, 그 긴 세월이 끝나고 마침내 고향 땅을 밟게 되었을 때, 그들은 꿈을 꾸는 것 같았다고 노래했습니다. "여호와께서 시온의 포로를 돌려 보내실 때에 우리는 꿈꾸는 것 같았도다." 현실이 너무 좋아서 현실 같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감격이 너무 커서 말이 안 나왔다는 것입니다. 웃음이 입에서 저절로 터져나왔고, 혀는 찬양으로 가득 찼습니다.
그런데 그 기쁨의 근거가 무엇이었는지를 주목해야 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잘해서 돌아왔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외교를 잘했다거나, 저항을 잘했다거나, 믿음이 남달랐다고 자랑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노래한 것은 단 하나였습니다. "여호와께서 우리를 위하여 큰 일을 행하셨도다." 하나님이 하셨다는 것입니다. 이방 나라들조차 그것을 알아보고 말했습니다. "여호와께서 저들을 위하여 큰 일을 행하셨다." 그러니 기쁨이란 내가 쌓아올린 공로 위에 세우는 탑이 아닙니다. 기쁨은 하나님이 행하신 일을 바라볼 때, 그 은혜의 크기를 깨달을 때 가슴 밑에서 솟아오르는 것입니다.
한 선교사가 아프리카 오지에서 십여 년을 일하다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귀국하는 배 위에서 그는 착잡했습니다. 자신이 섬겼던 마을은 여전히 가난했고, 분쟁은 끝나지 않았으며, 자신이 세운 작은 학교는 전쟁통에 불타버렸습니다. 남은 것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항구에 닿았을 때, 같은 배에 타고 있던 어떤 정치인이 성대한 환영을 받는 것을 보았습니다. 악단이 연주하고, 기자들이 몰려들고, 꽃다발이 넘쳤습니다. 선교사는 홀로 짐을 들고 군중을 빠져나오며 중얼거렸습니다. "주님, 저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때 마음속에서 조용한 음성이 들렸다는 것입니다. "아직 집에 도착하지 않았잖아." 그는 그 자리에서 멈춰 서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리고 웃으면서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시편 126편은 바로 그 지점에서 기도로 전환됩니다. "여호와여 우리의 포로를 남방 시내들 같이 돌려보내소서." 이미 귀환한 사람들이 또 기도하는 것입니다. 한 번의 회복으로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이들이 있었습니다. 여전히 폐허인 성벽이 있었습니다.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회복이 있었습니다. 네겝 광야의 메마른 땅에 갑자기 물이 차오르는 것처럼, 불가능해 보이는 그 회복을 다시 이루어달라고 간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씀이 순례길의 본질을 담고 있습니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 씨를 뿌리는 농부의 손에는 눈물이 있었습니다. 가뭄이 들었는지 모릅니다. 땅이 굳었는지 모릅니다. 지난 수확이 형편없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는 씨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울면서도 손에서 씨를 놓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추수 때가 되었을 때, 그 손은 기쁨으로 단을 안고 돌아왔습니다.
순례길이란 원래 그런 것입니다. 험합니다. 날이 흐릴 수 있고, 길이 거칠 수 있습니다. 몸이 아플 수 있고, 소식이 나쁠 수 있습니다. 뜻하지 않은 위험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치명적이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결말이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를 아는 사람은 오늘의 고단함에 쓰러지지 않습니다.
출애굽의 하나님을 기억하십시오. 홍해를 가르신 그분, 광야에서 만나를 내리신 그분, 바벨론의 포로를 돌려보내신 그분이 지금도 우리와 함께 걷고 계십니다. 분단된 땅에 평화를, 찢긴 역사에 회복을, 죄로 물든 심령에 구원을 이루실 그분이 아직 일을 마치지 않으셨습니다. 순례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방향은 분명합니다.
그러니 오늘도 씨를 뿌리십시오. 울면서라도 손에서 놓지 마십시오. 기도를 놓지 말고, 사랑을 놓지 말고, 소망을 놓지 마십시오. 웃으며 맞이할 그날을 꿈꾸며, 오늘도 찬송하며 전진하십시오. 그날, 우리는 기쁨으로 단을 안고 돌아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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