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의 영혼이 새가 사냥꾼의 올무에서 벗어남 같이 올무가 끊어지고 우리가 벗어났도다. 우리의 도움은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의 이름에 있도다."(시편 124:7~8)
유진 피터슨은 어느 날 적십자사 헌혈 차량에 올라 누웠습니다. 간호사가 몇 가지 질문을 이어가다가 마지막으로 물었습니다. "당신은 위험한 일에 종사하십니까?" 유진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간호사는 순간 멈칫했습니다. 혹시 폭발물을 다루는 사람인가, 아니면 고압선 위를 오르는 노동자인가? 그런데 눈앞의 남자는 목사의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간호사는 피식 웃으며 말했습니다. "목사님, 그런 종류의 위험한 일 말고요!" 유진은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아니, 바로 그 종류의 위험한 일입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것, 제자의 길을 걷는 것이 위험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그는 훗날 고백했습니다.
순례길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길을 걸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편 124편에 담겨 있습니다. 시편 기자는 과거를 돌아보며 만약 주님이 우리 편이 아니었더라면, 원수들이 일어나 우리를 쳤을 때, 홍수가 우리를 휩쓸었을 때, 우리는 이미 끝났을 것이라고 노래합니다. 그것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떨리는 손으로 쓴 증언입니다.
1944년 9월, 네덜란드의 코리 텐 붐은 독일 라벤스브뤼크 강제수용소로 끌려갔습니다. 유대인들을 숨겨준 죄였습니다. 혹독한 추위, 벼룩이 들끓는 막사, 날마다 이어지는 굴욕, 그러나 코리와 그의 언니 베시는 그 막사 안에서 성경을 읽었고, 기도했고, 작은 예배 공동체를 이루었습니다. 베시는 그 수용소에서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코리는 행정 착오로 인해 처형 명단에서 빠진 채로 살아남았습니다. 코리가 나중에 말했습니다. "우리는 거의 삼켜질 뻔했습니다. 그러나 삼켜지지 않았습니다."
시편 124편의 언어 그대로입니다. "그들이 우리를 산 채로 삼켰을 것이라." 그러나 삼켜지지 않았습니다. 순례길은 낭만적인 여정이 아닙니다. 중세 유럽의 산티아고 순례자들은 산적의 습격을 받았고, 전염병에 쓰러졌고, 발에 물집이 잡혀 피를 흘리며 걸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걸었습니다. 성공이 보장되어서가 아니었습니다. 도착을 약속받아서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목적지가 있었고, 그 목적지를 향해 함께 걷는 동행자들이 있었으며, 무엇보다 그 길을 처음 만드신 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자도란 그런 것입니다. 시편 기자가 말하는 "하늘과 땅을 만드신 주님의 도움"은 마치 잔잔한 연못 위를 걷는 보장이 아닙니다. 그것은 거센 물결 한복판에서 익사하지 않는다는 보장입니다. 삼켜지지 않는다는 약속입니다.
디트리히 본회퍼는 나치 정권에 맞서다 끝내 처형되었습니다. 그는 감옥에서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값싼 은혜는 우리의 원수다. 비싼 은혜만이 진정한 은혜다." 그리스도의 제자로 산다는 것은 값싼 은혜, 곧 아무 대가 없이 누리는 편안한 신앙이 아닙니다. 그것은 위험을 감수하는 일입니다. 원수와 마주치는 일입니다. 홍수 앞에 서는 일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 모든 위험 속에서 "주님의 이름"이라는 깃발 하나를 손에 쥐는 일입니다.
깃발이란 무엇입니까? 전장에서 깃발은 방향이고, 소속이며, 생명줄입니다. 아무리 전세가 불리해도, 깃발이 서 있는 한 병사는 어디로 가야 할지 압니다. 시편 기자는 노래합니다. "우리의 도움은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의 이름에 있도다." 그 이름이 우리의 깃발입니다. 당신은 지금 어디쯤 걷고 있습니까? 순례길의 초입에서 설레고 있습니까? 아니면 한복판에서 발이 부르터 쉬고 싶습니까? 혹은 원수가 일어나 치는 것을 막 느끼고 있습니까?
어디에 있든, 시편 기자의 말은 동일합니다. 긴장하십시오. 길이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담대하십시오. 주님의 이름을 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가야 할 길입니다. 삼켜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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