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편 말씀 묵상

시편 121편 - 순례자의 평강, 임마누엘

by HappyPeople IN JESUS 2026. 5. 12.

"이스라엘을 지키시는 이는 졸지도 아니하시고 주무시지도 아니하시리로다"(시편 121:4)

사막을 횡단하는 무역 상인들 사이에는 오래된 공포가 있었습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 몇 시간을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정신이 몽롱해지고, 발걸음이 흔들리다가 결국 모래 위에 쓰러지는 동료를 목격하게 됩니다. 일사병이었습니다. 그런데 밤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 없었습니다. 고대인들은 달빛 아래 오래 노출되면 정신이 흐트러진다고 믿었습니다. 그들은 이것을 '
문스트로크'라 불렀습니다. 달의 기운이 사람의 이성을 빼앗아간다는 것입니다. 오늘날의 언어로 번역하자면 극심한 피로와 불안, 고립감이 뒤엉킨 정신적 붕괴에 가까운 상태였을 것입니다.

예루살렘을 향해 올라가던 순례자들도 이 두려움을 알았습니다. 광야 길은 낭만이 아니었습니다. 발을 헛디디면 낭떠러지였고, 길을 잃으면 죽음이었습니다. 도적 떼는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몇 날 며칠을 걷는 동안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물음이 있었습니다. "
과연 내가 이 길을 끝까지 갈 수 있을까?" 그 물음 앞에서 순례자는 산을 바라보며 고백했습니다.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까. 나의 도움은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로다" (시 121:1~2).

2019년 여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던 한 중년 남성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800킬로미터를 걷는 카미노 데 산티아고에 도전했습니다. 처음 며칠은 설렘이었습니다. 그러나 2주가 지나자 두 발에는 물집이 터지고, 무릎은 계단을 오를 수 없을 만큼 부어올랐습니다. 어느 날 새벽, 그는 작은 마을의 성당 앞에 주저앉아 울었습니다. 몸의 고통보다 마음의 무게가 더 무거웠습니다. "
내가 왜 여기 있는가, 나는 이 길을 걸을 자격이 있는가?"

그때 나이 든 현지 수녀 한 명이 그 옆에 조용히 앉았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함께 앉아 있었습니다. 한참 후 그녀는 일어나며 한마디를 남겼습니다. "
길이 당신을 여기까지 데려왔어요." 그는 훗날 그 순간을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내가 혼자 걷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시편 121편은 바로 그 느낌을 신학의 언어로 말합니다.
"주님은 너를 지키시는 분 … 낮의 햇빛도 너를 해치지 못하며, 밤의 달빛도 너를 해치지 못할 것이다" (5~6절, 새번역). 그렇다면 이것은 믿음이 있으면 아무런 고통도 겪지 않는다는 뜻일까요? 솔직히 말해서 그렇지 않습니다. 순례자도 넘어집니다. 신앙인도 병듭니다. 새벽에 홀로 울기도 하고, 길을 잃은 듯한 막막함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뜨거운 햇볕은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를 가리지 않고 내리쬐며, 인생의 풍파 역시 예외를 두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기, 결정적인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동행이 있다는 것입니다. 시편 기자는 하나님을 "
졸지도 아니하시고 주무시지도 아니하시는 분"이라 고백합니다(4절). 고대 세계에서 신이 잠든다는 것은 신화적 상상력의 한 축이었습니다. 바알을 향해 "큰 소리로 부르라, 그가 잠들었는지도 모른다"던 엘리야의 조롱을 떠올려 보십시오(왕상 18:27). 그러나 이스라엘의 하나님은 다릅니다. 그분은 한 순간도 눈을 떼지 않으십니다. 밤새 홀로 텐트 안에서 떨고 있는 순례자 곁에, 그분은 깨어 계십니다.

이사야는 그 하나님께 이름을 붙였습니다. 임마누엘,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입니다(사 7:14). 그리고 그 이름은 나사렛 예수 안에서 살과 뼈를 입었습니다. 그분은 광야에서 사십 일을 주리셨고, 겟세마네에서 땀이 핏방울처럼 흘러내리도록 기도하셨고, 십자가 위에서 "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고 외치셨습니다.

그분이 걸어가신 길은 고통이 없는 우회로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그 길을 끝까지 걸어가셨고, 죽음 저편에서 부활하셨습니다. 그 예수가 지금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것이 순례자의 평강입니다. 평강은 고통의 부재가 아닙니다. 평강은 동행의 확신입니다.

오늘도 어떤 이는 낮의 태양처럼 타오르는 고난 속에 있고, 어떤 이는 밤의 달빛처럼 스며드는 불안과 씨름합니다. 발을 헛디딜 것 같은 순간, 더 이상 한 걸음도 내딛기 어려운 자리에서 임마누엘은 여전히 깨어 계십니다. 순례자의 평강은, 길이 쉬워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 길을 함께 걸어주시는 분이 계시기에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