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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말씀 묵상

시편 119편 - 나를 총명하게 하소서

by HappyPeople IN JESUS 2026. 4. 27.

"나는 주의 종이오니 나를 깨닫게 하사 주의 증거들을 알게 하소서"(시편 119:125)

성경을 손에 든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경험을 합니다. 분명히 읽었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읽고 나서도 가슴에 남는 것이 없습니다. 눈은 글자를 따라갔지만 마음은 딴 곳에 있었던 것입니다. 어떤 이는 성경을 읽다가 잠이 들고, 어떤 이는 성경을 다 읽었다는 성취감에 만족하며 책을 덮습니다. 그런데 그게 전부입니다. 삶이 달라지지 않고, 하나님이 가까워지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더글라스 브라우어는 그의 책 『당신은 무엇을 믿는가』에서 이 문제의 핵심을 짚습니다. 성경은 단순한 종교 서적이 아닙니다. 그것은 "
성령의 감동을 받은 믿음의 공동체를 통해 고백된 신앙고백서"입니다. 다시 말해, 성경은 성령의 숨결로 쓰였고, 그 성령의 감동 없이는 제대로 읽힐 수 없습니다. 망원경은 눈으로 봐야 하고, 악보는 귀로 들어야 하듯이, 성경은 성령으로 읽어야 합니다. 그것이 이 책의 본질입니다.

그래서 브라우어는 칼빈이 성경을 읽기 전에 드렸다는 기도를 소개합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 주님 안에는 빛과 지혜가 충만합니다. 당신의 성령으로 우리의 생각을 밝히시고, 우리에게 당신의 말씀을 경외하여 겸손하게 받을 수 있는 은총을 주소서. 그것 없이는 아무도 당신의 진리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 기도는 짧지만 깊이가 있습니다. 칼빈은 성경을 펼치기 전에 먼저 무릎을 꿇었습니다. 지식으로 성경을 정복하려 하지 않고, 성령 앞에 자신의 이해를 내려놓은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경건의 형식이 아닙니다. 성경이 어떤 책인지를 알았기에 나온 자세입니다.

1990년대 말, 마이클 드로스닌이 쓴 『바이블 코드』가 전 세계적으로 선풍을 일으켰습니다. 그는 히브리어 성경 본문에서 특정 간격으로 글자를 추출하면 역사적 사건들이 예언되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스라엘 라빈 총리의 암살, 걸프전, 심지어 특정 지도자들의 이름까지 성경 안에 숨겨진 암호로 기록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독자들은 흥분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성경에 대한 심각한 오독입니다. 성경이 신비한 것은 비밀 암호가 숨겨져 있어서가 아닙니다. 성경이 신비한 것은 오직 한가지 이유인, 그것이 하나님의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암호를 캐는 책이 아니라, 하나님이 자신을 드러내시는 책입니다. 성경을 암호집처럼 읽는 사람은 정작 그 안에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을 만나지 못합니다. 보물을 찾겠다고 땅을 파다가, 정작 그 자리에 서 계신 분을 밟고 지나가는 격입니다..

성경을 실용서적으로 읽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공하는 사람의 7가지 습관"을 읽듯, 삶의 지혜와 처세술을 얻으려고 성경을 뒤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성경에는 삶의 지혜가 넘칩니다. 그러나 그 지혜는 지식으로 추출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만남으로써 주어지는 것입니다. 성경의 목적은 정보 전달이 아니라 만남입니다.

시편 119편의 시편 기자는 이것을 알았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말씀을 사랑하고, 밤낮으로 묵상한다고 고백합니다. 그런데 그 긴 시편 전체에 흐르는 한 가지 간청이 있습니다.
"나를 깨닫게 하소서." 지식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그는 이미 율법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하나님께 간청합니다. "나는 주의 종이오니 나를 깨닫게 하사 주의 증거들을 알게 하소서"(125절).

이것이 성경을 읽는 바른 자세입니다. 시편 기자는 자신을 "
주의 종"이라고 부릅니다. 종은 주인의 말을 듣는 사람입니다. 주인의 말을 분석하거나 평가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성경 앞에서 우리는 분석가가 아니라 종이어야 합니다. 말씀을 해석하기 전에 먼저 말씀 앞에 서야 합니다.

어느 노 목사님이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젊었을 때는 성경 주석을 옆에 두고 읽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주석을 덮고 먼저 무릎을 꿇게 된다고 말입니다.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더 깊이 "
나를 깨닫게 하소서"라고 기도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지식이 많아진다고 이해가 깊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삶으로 배운 것입니다.

성경을 펼치기 전에 먼저 기도하십시오. 그 기도는 길 필요가 없습니다. 칼빈의 기도처럼, 시편 기자의 한 줄 고백처럼, 짧아도 됩니다. 중요한 것은 자세입니다. 내가 이 말씀을 이해하겠다는 자세가 아니라, 이 말씀이 나를 깨닫게 해 주시기를 구하는 자세입니다. 빛 앞에 눈을 여는 것이지, 빛을 손으로 붙잡으려는 것이 아닙니다.

성령은 성경을 쓰신 분입니다. 그 성령이 지금도 성경을 통해 말씀하십니다. 그러니 성경을 읽을 때 우리가 할 일은 무엇입니까? 그 음성을 들을 수 있도록 마음을 여는 것입니다. "
나를 깨닫게 하소서" 이 한 마디가, 성경을 읽는 모든 이들의 첫 번째 기도가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