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는 주께서 땅에서 심판하시는 때에 세계의 거민이 의를 배움이니이다."(이사야 26:9)
사도 바울은 “신령한 것을 사모하라”(고전 14:1, 12)고 권면합니다. 그리스도인에게 신령한 것을 추구하는 것은 결코 나쁜 일이 아닙니다. 사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신령한 것을 추구한다는 것이 단순히 강력한 체험이나 특별한 능력을 좇는 것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오늘날 많은 이들이 더 큰 영적 체험을 갈망합니다. 어떤 이들은 국내 사역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해외까지 찾아다니며 무언가 더 신비한 능력을 얻고자 합니다. 이것을 단순히 옳다, 그르다 단정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신령한 것을 이해하려면 먼저 우리 내면을 깊이 살펴야 합니다.
성경을 보면 예수님께 나온 무리들의 태도는 대부분 하나님 나라를 알기 위함이라기보다, 당장 자신들의 필요를 채우기 위한 것이었습니다(눅 5:15, 11:29). 오늘 우리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더 큰 역사, 더 강력한 증거’를 원합니다. 그래서 사역자들의 부담은 커지고, “어떻게 하면 더 큰 능력을 보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늘 따라다닙니다.
그러나 성경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신비한 체험이 때로 하나님께 가까이 가는 불씨가 될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하나님의 의를 배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사야 선지자는 “주의 심판의 길에서… 세계의 거민이 의를 배운다”(사 26:8~9)고 고백했습니다. 즉, 신령한 체험은 방향을 열어줄 수 있지만, 하나님의 의는 고난과 훈련의 길을 통하여 배운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종종 하나님을 일관되게 의지하지 못합니다. 더 믿으려 하고 더 가까이 가려 할수록 하나님이 오히려 침묵하시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악인은 형통하고 의인은 고난을 당하는 현실 앞에서 우리는 하나님께 서운한 마음마저 품습니다(시 94:3–7). 그러나 하나님은 “악인의 형통을 부러워하지 말라”(잠 24:1)고 말씀하시며, 때로 농부처럼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일하고 계심을 알려주십니다(사 18:4~6).
문제는 우리가 하나님께서 당장 크고 강력한 역사를 보여주시길 원한다는 데 있습니다. 제자들처럼 즉각적인 하나님 나라의 임재를 기대합니다(눅 19:11).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오히려 더 중요한 것, 즉 하나님의 의를 깨닫는 기회를 잃을 수 있습니다.
이사야는 하나님께서 “기이한 일, 너무도 신비로운 일을 행하신다”(사 28:21; 29:13~14)고 전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다윗에게 블레셋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주신 브라심 산처럼, 그리고 기드온 골짜기에서 놀라운 역사를 이루신 것처럼, 하나님은 기묘한 방법으로 일하십니다. 그러나 그 일은 우리 눈에는 종종 모호하게 보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세상적인 가치관에 너무 깊이 물들어 있고, 늘 특별한 것만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지혜는 오히려 우리가 가장 하찮게 여기는 일상 속에 드러납니다. 이사야는 농부의 일을 예로 들며, 파종하고 추수하는 모든 과정이 사실 하나님이 가르쳐주신 지혜라고 했습니다(사 28:23~29). 그러나 사람들은 농부의 손길을 하나님의 가르침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세상은 그런 일을 하찮게 여기지만, 하나님은 바로 그 속에 기묘한 지혜를 감추어 두셨습니다.
결국 신령한 것을 추구한다는 것은 매일의 삶 속에서 하나님의 손길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크고 놀라운 기적만을 기다리다 보면, 정작 우리 곁에서 조용히 이루어지고 있는 하나님의 의를 보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기묘한 지혜는 늘 가까이에 있고, 작고 사소해 보이는 일 속에서 드러납니다. 우리는 그 일들에 귀를 기울이며, 신비 속에 감추어진 하나님의 의를 배우는 자가 되어야 합니다.
요약하면, 신령한 것을 추구하되 기적이나 체험에만 머물지 말고, 평범한 일상과 고난 속에서 하나님의 의를 배우라는 것입니다. 신비한 체험이 우리의 마음을 흔들 수는 있지만, 하나님의 의는 삶의 고난과 평범한 자리 속에서 드러납니다. 결국 하나님께서 기묘하고 신비로운 방식으로 역사하시는 것은 우리의 눈을 들어 하나님의 참된 지혜와 의를 배우게 하기 위함입니다.
'영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늘에 쌓아 둔 소망 (0) | 2025.09.29 |
---|---|
하나님의 뜻을 알기 원하는 마음 (0) | 2025.09.26 |
익숙함의 착각과 주님의 음성 듣기 (0) | 2025.09.26 |
일상 속에서 듣는 성령의 가르침 (0) | 2025.09.16 |
영적 경험으로 얻는 그리스도의 비밀 (0) | 2025.09.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