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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속으로

썩은 가지의 결말

by HappyPeople IN JESUS 2025. 5. 31.

어떤 농가에 초라한 행색의 나그네가 찾아와 밥을 좀 달라고 했습니다. 그 집에는 먹을 것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비정하고 욕심많은 농부의 아내는
밭에 가서 다 썩어가는 마늘 줄기 하나를
뽑아주며
“이거라도 먹을 테면 먹으라”고 하였습니다. 나그네는 그것으로 겨우 배고픔을 달랬습니다.

세월이 흘러 농부의 아내가 죽어 천사를 만났습니다.
“이 땅에 있을 때 좋은 일을 많이 했으니 천국에 보내주세요.” 그녀의 말에 천사는 생전에 그녀가 나그네에게 주었던 썩은 마늘 줄기를 보여주면서 "이것을 붙잡고 나를 따라오라”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좋아하면서 한쪽 끝을 잡고 천사를 따라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천국에 오르기 전 썩은 마늘 줄기가 뚝 끊어져 농부의 아내는 지옥으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물질이 풍족한 시대에 사는 우리는 종종 진짜 ‘나눔’이 무엇인지 망각한 채 살아갑니다. 톨스토이의 단편에 나오는 ‘썩은 마늘 줄기’ 이야기는, 겉보기엔 소소한 이야기처럼 보일 수 있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인간의 탐욕과 자기 의를 드러내는 무서운 거울입니다.

이야기는 한 나그네가 농가를 찾아 밥을 청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그는 가진 것이 없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존재입니다. 마침 그 농가는 먹을 것이 많았고, 그의 요청에 응할 수 있는 충분한 여유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농부의 아내는 썩은 마늘 줄기 하나를 던지며
"이거라도 먹을 테면 먹으라"고 말합니다. 형식적으로는 선행을 했지만, 그 마음에는 자비도, 사랑도, 존중도 없습니다.

이 장면은 우리 안의 숨겨진 위선을 들춰냅니다. 우리는 종종 남을 도울 때 ‘
있는 것’에서 ‘남는 것’을 떼어주며 스스로를 의롭다고 착각합니다. 실제로는 상대를 불쌍히 여기지도 않고, 진심으로 섬기려는 마음도 없이, 오히려 자기 의를 쌓기 위한 도구로 선행을 사용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성경은 말합니다.
“가난한 자를 조롱하는 자는 이를 지으신 주를 멸시하는 자요…” (잠언17:5) 이 말씀은 단순히 ‘가난한 사람을 무시하지 말라’는 도덕적 교훈에 그치지 않습니다. 가난한 자, 연약한 자, 지친 자는 하나님께서 특별히 마음에 두시는 대상입니다. 그들을 조롱하고 무시하는 것은 곧 그들을 창조하시고 돌보시는 하나님을 멸시하는 행위라는 뜻입니다.

톨스토이의 이야기 속 농부의 아내는 죽은 후 천사를 만나 천국으로 인도받기 직전, 과거에 나그네에게 주었던 썩은 마늘 줄기를 붙잡고 올라가려 합니다. 그녀의 생애 전체에서 그것이 유일한 선행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줄기가 버티지 못하고 결국 끊어져버립니다. 썩은 마늘 줄기는 그녀의 위선적인 삶과 자기 의의 상징입니다.

우리는 종종 무언가 ‘
조금만’ 하면, 하나님 앞에서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합니다. ‘적당히 도와주고, 적당히 예배드리고, 적당히 헌금하고…’ 그저 도덕적인 삶을 살며 체면을 지키면 괜찮다고 여깁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의 마음 중심을 보십니다. 그 마음에 사랑이 있는지, 진실한 긍휼이 있는지, 겉모습이 아닌 실체가 있는지를 보십니다.

예수님은 모든 것을 주셨습니다. 하늘 보좌를 버리고 이 땅에 오셨고, 가진 것을 나눠주신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를 십자가에 내어주셨습니다. 선행은 그런 예수님의 은혜를 체험한 자들이 흘려보내는 응답이지, 하나님 앞에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자랑이 되어선 안 됩니다.

썩은 가지는 결국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잘려 나갑니다. 썩은 마늘 줄기는 결국 천국에 이르는 능력이 없습니다. 오직 사랑으로 심고, 은혜로 맺어진 삶만이 하나님 나라로 향하는 길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필요 앞에서 어떤 태도를 보입니까? 정말 그를 사랑하며 돕는 것입니까, 아니면 자기만족을 위한 선심입니까?

우리는 다시, 예수님의 십자가 앞에 서서 진실한 마음으로 자기를 살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썩은 가지가 아닌, 생명과 진실한 사랑의 가지로 붙어 있는 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작은 나눔이 ‘
썩은 줄기’가 아니라, 은혜로 자란 ‘생명의 열매’가 되길 기도해야 합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마태복음 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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