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성경 속 “언약”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인물은 아마도 노아일 것입니다. 무지개로 표징을 주신 분명한 언약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우리에게 더 이른 시점으로, 역사의 첫 장면으로 시선을 돌리게 합니다. 하나님께서 아담에게 주신 한 가지 말씀, 곧 선악과를 먹지 말라는 금령은 단순한 규칙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언약이었습니다.
호세아 6장 7절에서 하나님은 북이스라엘과 남유다의 죄를 지적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저희는 아담처럼 언약을 어기고…” 아담이 “언약을 어겼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은, 그에게 확실한 언약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비록 단 한 가지의 명령이었지만, 그것은 죽음과 생명을 가르는 언약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면 생명이고 어기면 사망이라는, 피로 맺는 언약의 성격을 가진 약정이었습니다.
이 첫 언약을 이해해야 우리는 마지막 아담, 곧 예수 그리스도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성경은 처음 아담과 마지막 아담 사이에 흐르는 인간의 비극과 구원의 역사를 우리 앞에 펼쳐 보입니다.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에게 다가온 뱀의 유혹은 아주 단순했습니다. 먹음직하고 보암직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러운 과일이었습니다. 요한일서 2장 16절은 이 세상의 모든 유혹을 이렇게 요약합니다. 육신의 정욕, 안목의 정욕, 이생의 자랑, 에덴에서의 그 유혹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습니다. 사람은 그 유혹을 이길 수 없습니다. 아무도 없습니다. 오직 한 분만이 그 유혹을 이기셨습니다.
예수님께서 40일 금식 후 사단에게 시험받으셨을 때 사단은 에덴에서 사용했던 동일한 무기를 꺼내 듭니다. 돌로 떡을 만들어 먹으라는 유혹(육신의 정욕),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려 하나님의 능력을 드러내 보이라는 요구(이생의 자랑), 세상 모든 영광을 주겠다는 약속(안목의 정욕). 그러나 예수님은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으셨습니다. 말씀으로, 순종으로, 아버지에 대한 전적인 신뢰로 유혹을 물리치셨습니다. 이때 우리는 처음과 마지막이 선명하게 나뉘는 것을 봅니다. 첫 아담은 유혹 앞에 넘어졌고, 마지막 아담은 유혹 앞에서 승리하셨습니다.
로마서 5장은 우리에게 잊기 어려운 사실을 알려 줍니다. 한 사람 아담 안에서 모든 인간은 죄와 사망 아래에 놓였습니다. 한 분 예수 안에서 새로운 생명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성경이 말하고자 하는 초점이 "개인이 원하느냐 원치 않느냐"에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성경은 세상이 어떤 구조로 돌아가는가를 보여 주려 합니다.
아담 아래의 세계에서는 사망이 왕 노릇하고, 그리스도 안에서는 생명이 왕 노릇합니다. 나는 원치 않아도 아담 아래에 속해 태어나며, 내가 스스로 하나님께 갈 수도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허물과 죄로 죽었습니다.(에베소서 2:1) 어두움에 갇힌 사람은 빛을 볼 수 없습니다. 말씀을 들어도 깨닫지 못하고, 생명이 비춰도 반응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하나님을 찾고, 누가 말씀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잠언 8장은 “지혜”가 태초 전에 이미 존재했으며,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실 때 곁에서 기뻐하며 함께하셨다고 말합니다. 요한복음 1장은 이 지혜를 말씀, 곧 예수 그리스도라고 선언합니다. “만물이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으니…” 하나님이 창조하실 때 예수님은 없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창조의 주체이셨습니다. 그러나 그분이 세상의 빛으로 오셨을 때, 사람들은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사람 안에 생명의 빛이 없기 때문입니다. 빛을 볼 수 없는 눈, 생명을 느낄 수 없는 심장, 지혜를 들을 수 없는 귀를 가진 것이 우리의 실상입니다.
이런 인간이 어떻게 복음을 듣고 믿을 수 있겠습니까? 그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하나님의 언약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창세 전에 택하신 자들을 위해 어둠을 뚫고 빛을 비추시며, 죽음 속에 생명을 심으십니다. 그래서 믿음은 우리의 선택이 아니라 하나님의 신실하신 언약 안에서 일어난 기적입니다.
고린도전서 15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첫 사람 아담은 산 영, 즉 생명을 받는 존재였지만 마지막 아담 예수님은 살려 주는 영이 되셨습니다. 아담은 하나님의 언약을 불순종하여 온 인류를 사망으로 이끌었지만, 예수님은 순종함으로 많은 사람을 의인으로 만드십니다. 예수님은 언약의 저주를 십자가에서 담당하시고, 언약의 복을 우리에게 선물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새롭게 창조하셨습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믿게 된 것도, 구원이 우리 안에 이루어지는 것도, 마지막 날까지 흔들리지 않고 붙들려 있는 것도, 모두 하나님께서 언약에 신실하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아담처럼 언약을 어길 수밖에 없는 연약한 존재입니다. 사단의 유혹 앞에서 넘어지고, 세상의 빛 앞에서 눈이 멀고,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도 깨닫지 못합니다. 그러나 마지막 아담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대신하여 순종하셨고, 우리 안에 생명을 불어넣으셨습니다.
우리가 믿는 것은 기적입니다. 우리가 오늘도 말씀을 붙들고 있는 것은 은혜입니다. 우리가 끝까지 하나님 편에 서게 되는 것은 언약의 신실함입니다. 우리는 이제 아담 아래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사망이 아닌 생명이, 절망이 아닌 소망이, 저주가 아닌 복이 우리 안에서 왕 노릇합니다.
'성경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노아 언약 - 무지개 아래서 기억하는 은혜 (0) | 2025.12.04 |
|---|---|
| 혼인잔치의 비유 - 부르심 앞에 머뭇거리는 마음 (0) | 2025.12.04 |
| 하나님의 약속과 기도의 참 의미 (0) | 2025.11.28 |
| 므나의 비유 - 하늘나라에 대한 오해와 참된 자유 (0) | 2025.11.27 |
| 그림자와 실체 (1) | 2025.1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