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무엘이 이르되 여호와께서 번제와 다른 제사를 그의 목소리를 청종하는 것을 좋아하심 같이 좋아하시겠나이까? 순종이 제사보다 낫고 듣는 것이 수양의 기름보다 나으니.”(사무엘상 15:22)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을 떠나 자유의 길로 나아간 직후, 그들의 여정은 곧 전쟁으로 이어졌습니다. 첫 번째로 맞닥뜨린 적은 바로 아말렉이었습니다. 아말렉은 에서의 후손으로, 하나님을 경외하지 않는 족속이었습니다. 성경은 그들이 이스라엘을 정면으로 공격한 것이 아니라, 뒤처지고 지쳐 있던 약자들을 치며 교활하게 공격했다고 기록합니다(신 25:17~18). 이것은 단순한 전쟁 사건이 아니라, 약자를 노리고 하나님의 백성을 대적한 행위였기에 하나님은 아말렉을 영원히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라고 명령하셨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아말렉을 기억하라고 하시면서 동시에 때가 되면 그 기억을 지워버리라고 명령하셨다는 것입니다. 기억은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닙니다. 기억한다는 것은 하나님의 공의와 심판을 떠올리며 다시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스라엘이 하나님 안에서 참된 안식을 누리게 될 때에는 그 아픈 기억을 더 이상 붙잡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처리하실 문제를 그분께 맡기고, 온전한 평안을 누리라는 뜻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 명령을 온전히 지키지 못했습니다. 광야에서 아말렉과 싸운 후 약 400년이 지나, 사울 왕 때에 하나님은 다시 명확한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아말렉을 남김없이 진멸하라”(삼상 15:3). 그러나 사울은 하나님의 말씀을 부분적으로만 순종했습니다. 그는 아말렉 왕 아각을 살려 두었고, 백성들이 좋아 보이는 짐승들을 남겨 두었습니다. 사람의 눈에는 합리적이고 실속 있어 보였지만, 하나님의 눈에는 불순종이었습니다. 그 불순종으로 인해 사울은 왕권을 잃고, 결국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성경은 분명히 보여줍니다. 순종은 부분적일 수 없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거의” 지켜도 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지켜야 합니다. 우리가 하나님 말씀을 자기 기준에 따라 절반만 붙들면, 그 나머지가 반드시 우리 삶의 화근이 됩니다. 사울이 살려둔 아각은 결국 그 왕조의 멸망의 상징이 되었듯이,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남겨둔 죄의 흔적, 미련, 욕망은 결국 우리를 무너뜨립니다.
아합 왕의 경우도 비슷했습니다. 그는 시리아와의 전쟁에서 하나님 말씀에 온전히 순종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그는 바로 그 시리아 군대에게 죽임을 당했습니다(왕상 22:34~35). 성경은 반복해서 우리에게 교훈합니다.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지 않은 부분은 반드시 나중에 우리의 삶을 무너뜨리는 원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작은 불순종 하나가 결국 큰 무너짐을 불러옵니다.
사울이 불순종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그를 당장 폐위하지 않으셨습니다. 사울의 왕위는 22년 더 유지되었습니다. 왜일까요? 다윗이 준비될 때까지의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어린 다윗을 보호하시고, 장차 이스라엘을 이끌 지도자로 세우기 위해 그 시간을 허락하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섭리는 인간의 실패와 불순종 속에서도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우리는 봅니다.
아말렉은 단순한 역사 속의 민족이 아닙니다. 오늘 우리 삶에도 여전히 “아말렉”은 존재합니다. 그것은 하나님 앞에서 완전히 죽이지 않은 죄의 습관일 수 있고, 말씀에 온전히 순종하지 못하는 우리의 마음일 수 있습니다. 눈앞의 이익 때문에, 혹은 합리적으로 보인다는 이유 때문에 하나님의 말씀을 “부분적으로” 순종한다면 결국 그 아말렉은 언젠가 우리를 쓰러뜨릴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잊지 말라.” 기억해야 할 것은 하나님의 공의와 말씀의 절대성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하나님은 우리에게 참된 안식을 약속하십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아말렉은 십자가로 이미 정복되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승리를 붙들고, 내 안의 불순종을 끝까지 처리하며, 하나님께 온전히 순종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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