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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이야기

어둠 속에서 빛을 발견하는 법

by HappyPeople IN JESUS 2025. 8. 28.

"당신과 관련된 것은 하나뿐입니다. 살인범치고는 아직 그렇게 망가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대장장이에게 쉽게 죄를 덮어씌울 수 있었지만, 당신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 아내에게도 그랬고요. 대신 지능 낮은 사람을 범인으로 몰려고 했습니다. 그는 벌 받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살인범에게서 한 줄기 빛을 찾아내는 것이 제 일이기도 하지요. 이제 마을로 내려가십시다. 그리고 바람처럼 자유롭게 원하는 길을 가십시오. 저는 할 말을 다 했습니다. 두 사람은 말없이 나선형 계단을 내려와 다시 햇살 가득한 바깥으로 나왔다. 월프레드 보언 목사는 대장간 마당으로 들어가는 나무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경찰관에게 다가갔다. 자백하겠습니다. 제가 형을 죽였습니다." - 체스터튼, 브라운 신부의 순진 -

체스터튼의 추리소설 브라운 신부의 순진에는 독특한 탐정이 등장합니다. 그는 날카로운 추리력이나 과학적 증거보다도 자신의 인간됨을 무기로 삼아 사건을 해결합니다. 범인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 있는 어둠을 비추어 내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브라운 신부는 단지 어둠을 폭로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그는 어둠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을 찾아내려 합니다. 범인 속에도 여전히 인간다움이 남아 있고, 아직 희망이 꺼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려는 것입니다.

브라운 신부가 이렇게 범인을 대하는 이유는 자신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는 말합니다. “
저는 인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 마음속에도 모든 악마가 들어 있지요.” 즉, 범인을 이해할 수 있는 근거는 ‘나 역시 같은 인간이기 때문’이라는 고백에서 나옵니다. 자기 안에 있는 어둠을 보았기에, 다른 이의 어둠도 직시할 수 있는 것입니다.

성경은 이런 통찰을 더 깊이 있게 보여 줍니다. 요한복음 8장에 보면,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힌 여인이 군중 앞에 끌려옵니다. 사람들은 그녀를 돌로 치라고 아우성치지만, 예수님은 침묵하시다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그 말씀에 하나둘씩 군중은 돌을 내려놓고 떠납니다. 예수님은 여인 속의 죄와 어둠을 모른 척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 안에 있는 새로운 빛을 드러내셨습니다. 죄로 인해 절망 속에 있던 여인에게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 하심으로, 그 인생에 새로운 시작을 비추신 것입니다.

어둠만 아는 사람은 사실 어둠조차 모르는 사람입니다. 빛을 알아야 비로소 어둠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빛을 창조하신 분이기에, 빛도 알고 어둠도 아십니다. 그러므로 그분의 눈길은 언제나 두 가지를 함께 봅니다. 인간의 죄와 절망이라는 어둠, 그리고 그 어둠을 뚫고 들어오는 하나님의 은혜라는 빛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 안의 어둠을 직면하지 않는 사람은 다른 이의 죄를 쉽게 정죄합니다. 그러나 내 안에도 동일한 죄성이 있음을 고백하는 사람은 타인을 바라볼 때 자비와 공감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브라운 신부가 범인을 끝까지 쫓아가면서도 한 줄기 빛을 찾아내듯, 우리 또한 사람들 속에서 하나님이 남겨 두신 희망의 불씨를 발견하는 눈을 가져야 합니다.

시편 기자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주께서 내 마음을 시험하시고 밤에 내게 오시어서 나를 감찰하셨으나 흠을 찾지 못하셨사오니 내가 결심하고 입으로 범죄하지 아니하리이다.”(시 17:3) 하나님은 우리의 마음 깊은 곳, 아무도 모르는 어둠의 자리까지도 아십니다. 그러나 그분은 우리를 정죄만 하지 않으십니다. 빛을 비추어 주셔서 우리가 어둠을 인정하고, 다시 빛 가운데 걸어가도록 이끄십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순합니다. 자기 속의 어둠을 외면하지 말고, 예수님의 빛 앞에 서는 것입니다. 그 빛은 우리를 드러내고 부끄럽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회복시키고 자유케 하는 빛입니다. 그리고 그 빛을 경험한 사람은 다른 이에게도 한 줄기 빛을 비춰 줄 수 있습니다.

세상은 종종 사람들을 어둠으로만 규정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어둠을 보시면서도 빛을 놓지 않으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사람들 속에서 아직 꺼지지 않은 희망을 발견하며, 주의 빛으로 서로를 비추어 주는 천국의 사냥개처럼 살아가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