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여, 만일 아버지의 뜻이거든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그러나 내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누가복음 22:42)
의지가 구원받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우리는 흔히 ‘믿음으로 구원받는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참되고 완전한 구원은 사람의 의지를 구원하는 것이다”라는 것을 알게됩니다. 이 말은 단순한 교리적 표현이 아닙니다. 그것은 신앙의 실체, 곧 우리의 삶 전체가 하나님께 완전히 굴복하고 순종하게 되는 과정을 가리킵니다.
사람의 의지는 단순히 ‘원하는 것’을 넘어, 실제로 무엇을 선택하고 따를지를 결정하는 중심 기관입니다. 우리는 생각하고 느끼지만, 결국 ‘결정’은 의지가 합니다. 그런데 이 의지가 타락으로 인해 얼마나 심각하게 손상되었는지 우리는 잘 모릅니다. 성경은 “너희가 죄의 종이 되어” (롬 6:17) 하나님을 거역하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즉, 사람의 의지는 이제 더 이상 자유롭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독립적인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자아와 죄, 그리고 사탄의 지배 아래 놓여 있습니다.
구원이란 단지 우리의 영혼이 천국에 가는 것이 아닙니다. 구원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우리 자신으로부터’ 건져내시는 것입니다. 우리의 생각, 감정, 그리고 의지가 모두 자기 중심에 묶여 있는 상태에서, 하나님은 우리를 그 중심에서 꺼내어 자신에게로 옮기십니다.
그렇기에 참된 구원은 ‘자기 포기’로 드러납니다. “참된 위대함은 소유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잃음에 있다”는 말처럼, 신앙의 진보는 더 많이 가지는 데 있지 않고, 더 많이 포기하는 데 있습니다. 자아를 내려놓을 때만 하나님이 일하실 자리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의지는 그 자체로 하나님과 맞설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하나님 뜻대로 살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여전히 내 뜻이 중심이 되어 행동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우리의 의지를 억제하시고, 정복하시며, 결국 그분의 뜻과 일치시키는 훈련을 하십니다. 이 과정이 바로 ‘의지의 구원’입니다. 의지가 꺾이고 새로워질 때, 우리는 단순히 ‘순종하는 종’이 아니라, 아버지의 마음을 아는 아들이 됩니다.
우리는 종의 순종과 아들의 순종을 구분해야 합니다. 종은 명령을 받아 수행합니다. ‘해야 하니까’ 합니다. 그러나 아들은 아버지의 마음을 알고, 그 뜻을 사랑하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순종합니다. 이것이 기쁨으로 순종하는 자유의지의 회복입니다.
예수님께서 “내 양식은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을 행하는 것”(요 4:34)이라 하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분은 억지로 순종하신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곧 자신의 기쁨이었기 때문입니다. 참된 성도의 의지는 바로 이 자리로 부름받았습니다. 하나님의 뜻이 ‘억압’이 아니라 ‘기쁨’이 되는 자리, 순종이 ‘의무’가 아니라 ‘사랑의 표현’이 되는 자리입니다.
우리의 영적 성장의 최종 목적은 의지가 하나님과 하나 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뜻이 내 뜻이 되고, 내 의지가 하나님의 의지 안에 잠기는 것, 이것이 바로 “하나님과 조화되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지식으로는 하나님을 알고, 감정으로는 하나님을 느끼지만, 의지로는 여전히 자기 자신에게 속해 있습니다. 하나님을 ‘원하지만’, 실제 선택은 언제나 자기 중심입니다. 이런 사람은 여전히 혼적인 신앙, 즉 자기 주권 아래 머물러 있습니다.
그러나 성령께서 역사하실 때, 우리의 의지는 점점 그분의 뜻에 굴복하고, 마침내 “주여, 내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소서”(눅 22:42)라고 고백하게 됩니다. 이 고백은 단순히 예수의 말씀이 아니라, 성숙한 성도의 의지가 드리는 예배입니다.
우리의 신앙은 생각의 변화나 감정의 감동에서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그 모든 것이 의지의 결단으로 이어질 때 진짜 변화가 시작됩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자유의지를 없애시려는 분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을 새롭게 하시고, 회복시키셔서, 우리가 자발적으로, 기쁨으로, 사랑으로 그분의 뜻을 행하게 하십니다.
오늘도 하나님은 우리 안에서 말씀하십니다. “네 의지를 내게 맡기라. 네가 스스로 선택하는 자리에 서지 말고, 나의 뜻에 네 의지를 내어놓으라.” 의지가 구원받을 때, 우리는 진정 자유로워집니다. 그때 비로소 우리의 삶 전체가 하나님의 뜻과 하나 되어, 억지로 순종하는 인생이 아니라 하나님 안에서 기뻐하며 사는 인생으로 변화됩니다.
“너희 안에서 행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 자기의 기쁘신 뜻을 위하여 너희에게 소원을 두고 행하게 하시나니.”(빌립보서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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