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공동체 안에서 살아갑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도 하고, 때로는 지치게도 합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이웃을 사랑하라고 명하지만, 동시에 모든 이와 깊은 사귐을 맺으라고 명한 적은 없습니다. 사랑과 사귐은 동일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모든 사람에게 주어야 할 그리스도의 명령이지만, 사귐은 신중히 선택해야 할 우리의 책임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소통’이라는 미명 아래 너무 쉽게 마음을 내어주고, 너무 자주 우리의 속을 보이며, 너무 성급히 친밀함을 추구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지혜는, 우리의 내면을 아무에게나 쉽게 드러내지 않는 절제와 분별에서 시작됩니다.
“모든 사람에게 그대의 마음을 송두리째 드러내지 말라.”는 말은 결코 사람을 경계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의 마음이 얼마나 연약하고, 쉽게 상처받을 수 있으며, 또한 얼마나 쉽게 교만과 오해에 노출될 수 있는지를 아는 겸손한 자의 태도를 가리킵니다.
전도서 8장 12절은 말합니다. “죄인이 백 번 악을 행하고도 장수하거니와 내가 정녕히 아노니 하나님을 경외하며 그 앞에서 경외하는 자가 잘 될 것이요.” 결국 우리의 사귐도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들과 나누는 것이 가장 지혜롭습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는 우리의 말에 경거망동하지 않으며, 우리의 연약함을 함부로 드러내지도, 이용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우리를 말씀으로 일깨우고, 주님 안에서의 삶으로 이끌어 줍니다. 우리의 친밀함이 하늘의 경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교제요, 성도의 사귐일 것입니다.
지혜자는 말합니다. “두렵건대 타인이 네 재물로 충족하게 되며, 네 수고한 것이 외인의 집에 있게 될까 하노라” (잠언 5:10). 지나친 관계는 결국 우리의 자원을 고갈시키고, 우리의 중심을 흩뜨릴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사람들과 교제하면서 자신이 얻는 즐거움이나 인정에 도취되어, 진짜 중요한 내적 경건과 자원을 탕진하는 실수를 범하곤 합니다.
타인의 칭찬이나 친근함이 우리를 얼마나 쉽게 유혹하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어떤 이는 권세 있는 자나 부자에게 아첨하며, 자신의 경건을 팔아 사람의 눈에 들려는 시도를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진정한 사귐도 아니고, 건강한 친교도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것은 오히려 “겸손하면서도 평범한 사람들, 믿음이 깊으면서도 행실이 착한 사람들”과의 교제입니다.
때로 사람과의 관계에서 실패를 경험할 때, 우리는 하나님과의 친밀함을 회복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우리에게 한계를 드러내지만, 하나님은 우리를 전적으로 아시고도 외면치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로지 하나님과 그분의 천사들과 더불어 친근하게 지내고자 할 것이며, 사람들과의 친교는 조심하도록 해야 합니다.” 인간은 때때로 우리가 마음을 나눈 대가로 상처를 줍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가 마음을 드릴수록 더 깊이 치유하십니다.
우리는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과 절친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안에는 아직도 내면의 결함과 미성숙이 있으며, 그것이 관계 속에서 쉽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기쁘게 해주려다, 오히려 그 기쁨보다 더 큰 오해와 분노를 낳을 수 있다는 것, 그 사실이 우리로 하여금 겸손히 침묵을 배워야 할 이유가 됩니다.
예수님께서도 모든 사람을 사랑하셨지만, 열두 제자 가운데도 세 명과 더 깊은 교제를 나누셨고, 때로는 홀로 산에 올라 기도하셨습니다. 주님은 외로움을 선택하신 것이 아니라, 관계의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하나님과의 친밀함’을 우선하셨습니다. 그러니 우리도, 사랑은 넘치도록 하되 사귐은 절제하고, 모든 만남을 통해 주님을 더 깊이 바라보는 지혜로운 자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주님, 제가 사람을 경계하는 마음이 아닌, 사랑 안에서 분별하는 지혜를 주소서. 내 마음을 지킬 줄 아는 자가 되게 하시고, 사람에게서 주님을 대신 찾지 않게 하소서. 사람과의 친밀함보다 주님과의 깊은 사귐을 먼저 구하며, 내게 허락된 관계 속에서 주님의 거룩함과 은혜를 전하는 그릇이 되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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