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둑이 오는 것은 도둑질하고 죽이고 멸망시키려는 것뿐이요 내가 온 것은 양으로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려는 것이라”(요한복음 10:10)
생명은 피 속에 있습니다. 이 말은 단순한 생물학적 사실을 넘어 성경이 우리에게 전하려는 깊은 진리를 담고 있습니다. 피가 끊어지면 생명은 유지될 수 없고, 피가 오염되면 온몸이 병듭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오래전부터 “육체의 생명은 피에 있음이라”(레 17:11) 말씀하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피를 흘리셨다는 사실은 단순한 비극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기 위한 하나님의 의도적인 선택이었습니다. 병든 몸을 살리기 위해 혈청을 주사하듯, 하나님은 죄와 죽음에 병든 인류에게 그리스도의 피라는 생명의 혈청을 주입하신 것입니다.
몸의 어느 한 지체가 고통을 당하면, 그 고통은 전체로 퍼집니다. 발끝에 난 작은 상처도 온몸을 불편하게 만듭니다. 마찬가지로, 십자가 사건은 예루살렘이라는 한 장소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이었지만, 그 영향은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전체에 미쳤습니다.
그리스도의 죽음은 국지적 사건이 아닙니다. 그분의 피는 한 민족만을 위한 피가 아니라, 전 인류를 살리는 피이며, 더 나아가 타락으로 신음하는 온 창조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생명의 근원인 것입니다. 하나님이 전 우주에 임재하신다는 말은 추상적인 사상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죽음과 생명이 우주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는 신앙의 고백입니다.
그리스도는 죄가 없으셨지만 죄인으로 취급받으셨습니다. 그분은 죄인을 구하기 위해 죄인의 자리에 서셨고, 악을 끊기 위해 악인의 무리에 들어가셨습니다.
악한 자들을 변화시키기 위해 일부러 그들과 함께 생활하던 한 선인이 있었습니다. 그는 그들 속에서 살며 진실하게 사랑했지만, 결국 큰 범죄가 일어났을 때 범인으로 몰려 사형선고를 받게 됩니다. 그는 자신이 무죄임을 주장하지 않고, 오히려 기쁨으로 그 판결을 받아들입니다. 훗날 사람들은 그가 무죄였음을 알게 되고, 자기들 때문에 죽은 그 희생 앞에서 마음이 무너져 회개하게 됩니다. 그 결과 많은 이들이 악한 삶을 버리고 새 길로 돌아섰습니다. 이것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길인 것입니다.
그분은 억울하게 죽임당하신 피해자가 아니라, 사랑으로 스스로 내어주신 구주이십니다. 예수의 힘은 지금도 살아 있습니다. 그 사랑을 진실하게 마주하는 자는, 그 사랑 앞에서 더 이상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는 그런 영혼 속에서 악의 뿌리를 뽑아내고 새로운 생명을 심으십니다.
1921년, 히말라야 밀림에 큰 불이 났습니다. 사람들이 불을 끄느라 분주한 가운데, 한 나무 위에 새둥지가 있었습니다. 이미 가지에는 불이 옮겨붙었고, 둥지 안에는 아직 날 수 없는 새끼들이 가득했습니다. 어미새는 둥지 주위를 불안하게 날아다녔습니다. 누구나 생각했습니다. “이제 곧 날아가겠지.” 그러나 어미새는 도망치지 않았습니다. 불이 둥지를 덮치는 순간, 어미새는 날개를 펴고 둥지 위로 내려와 새끼들을 품었습니다. 그리고 새끼들과 함께 불에 타 죽었습니다.
이 장면을 본 사람들은 말문을 잃었습니다. “이 작은 생물에게서 이런 사랑을 본다면, 이런 본성을 창조하신 분의 사랑은 과연 어떠하겠는가.”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바로 이런 사랑입니다. 그분은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었지만, 우리를 버리지 않으셨습니다. 죄와 심판의 불길 속으로 도망치지 않고 내려오셔서, 우리를 품에 안고 대신 죽으셨습니다. 우리는 살아났고, 그분은 죽으셨습니다. 이것이 복음인 것입니다.
어느 순례자가 1922년 이스라엘을 여행하며 야곱의 우물에서 물을 마신 경험을 말합니다. 그 물은 시원했고, 순간적으로 갈증을 해소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목이 말랐습니다. 그때 주님의 말씀이 마음에 떠올랐습니다. “이 물을 마시는 자마다 다시 목마르려니와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요 4:13~14)
세상의 물은 언제나 다시 목마르게 합니다. 성공도, 인정도, 지식도, 도덕도, 종교적 열심도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생명은 우리 안에서 샘이 되어 솟아납니다. 그 순례자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나는 야곱의 우물물을 마시고는 금방 목이 말랐지만, 그리스도께 마음을 드린 후로는 20년 동안 영혼이 목마르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리스도는 생명 자체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는 영이시며, 말씀이며, 생명이십니다(요 6:63). 파카 박사는 말합니다. “어떤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예수만큼 하나님과 사람을 완전한 사랑으로 대하신 분은 없다.” 도덕, 철학, 교육, 사상은 인간을 세련되게 만들 수는 있어도 죄를 이길 생명은 주지 못합니다. 오히려 하나님의 은혜가 빠진 지식은 죄를 더 정교하게 만드는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인간은 스스로를 구원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교훈이 아니라, 생명을 주시는 분께 자신을 맡기는 일입니다. 그리스도의 손에 나를 맡기는 것, 그것이 죄와 죽음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인 것입니다.
그리스도에 있는 생명이란, 교리를 아는 것이 아니라 그분의 생명이 내 안에 흐르게 하는 것입니다. 십자가는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우리를 살리는 능력입니다. 오늘도 그리스도는 피 흘리신 사랑으로 우리를 부르십니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를 살리리라.” 이 생명 안에 거하는 것이, 참된 신앙이며 참된 자유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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