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복음은 하나님이 선지자들로 말미암아 그의 아들에 관하여 성경에 미리 약속하신 것이라 이 아들로 말하면 육신으로는 다윗의 혈통에서 나셨고 성결의 영으로는 죽은 가운데서 부활하여 능력으로 하나님의 아들로 인정되셨으니 곧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시니라.”(로마서 1:2~4)
우리는 모두 옷을 입고 삽니다. 그러나 성경이 말하는 옷은 단순히 겉옷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기 의’라는 옷, 곧 스스로를 정당화하고 아름답게 보이려는 인간의 본성을 뜻합니다. 세상은 각자의 방식으로 그 옷을 벗으려 애씁니다. 불교는 수행으로, 철학은 깨달음으로, 인본주의는 교육과 도덕으로, 심지어 종교마저도 ‘행위’와 ‘노력’으로 스스로를 정화하려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옷을 벗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두꺼운 옷을 껴입는 일입니다.
정다운 스님이 말한 “옷을 벗자”는 권유처럼 들리지만, 사실 그 옷은 또 다른 형태의 ‘자기 구원 프로젝트’일 뿐입니다. 벗는 척하지만, 더 깊은 교만과 ‘나는 깨달았다’는 자만의 옷을 걸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인본주의와 범신론의 함정입니다. “인간은 스스로 신이 될 수 있다”는 미혹입니다.
성경이 말하는 옷은 ‘육체’입니다. 성경은 정반대의 진리를 말합니다. “너희는 스스로 옷을 벗을 수 없는 존재다. 너희의 의는 다 더러운 옷과 같다.”(사 64:6) 이사야는 인간의 의를 “더러운 옷”이라 불렀습니다. 그 옷은 아담의 타락 이후 우리 모두가 입게 된 옷입니다. 선악과를 따먹고 하나님처럼 되려 한 순간, 인간은 벌거벗은 자신의 모습을 보았고, 그 부끄러움을 가리기 위해 무화과 잎으로 옷을 지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인간 종교의 기원입니다. 죄를 가리려는 노력, 하나님 없이 자신을 구원하려는 행위 말입니다.
창세기 6장에서 모세는 이 인간의 교만을 “육체(바싸르)”라 부릅니다. 그것은 단순한 살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스스로 용사요 거인으로 서려는 피조물의 반역입니다. 이 단어가 헬라어로 번역되면 ‘사륵스’, 즉 로마서 8장의 육신이 됩니다. 인간은 그 육신의 옷을 벗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곧 ‘자기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우리 대신 그 옷을 입으신 분입니다. 바울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 아들로 말하면 육신으로는 다윗의 혈통에서 나셨고, 성결의 영으로는 죽은 가운데서 부활하셨다.”(롬 1:3~4) 예수님은 다윗의 혈통, 곧 왕이 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의 옷을 입고 이 땅에 오셨습니다. 그분은 인간의 옛 옷을 입으시되, 그것을 십자가에서 완전히 벗어 던지셨습니다. 그 옷이 찢기는 순간, 성소의 휘장이 찢어졌습니다. 그의 벗음은 곧 우리의 새 옷 입음이 되었습니다.
예수께서 벗으신 그 육신의 옷은 죽음으로 끝났고, 성결의 영으로 부활하신 그분은 새 몸, 새 옷, 하늘의 영광의 형상을 입으셨습니다. 그리고 그 옷을 믿는 자에게 입혀주셨습니다. 그래서 요한계시록은 이렇게 기록합니다. “큰 무리가 흰 옷을 입고 어린 양 앞에 서서 외쳐 이르되, 구원하심이 보좌에 앉으신 하나님과 어린 양에게 있도다.”(계 7:9~10) 그 흰 옷은 우리의 행위가 아니라 은혜로 덧입혀진 옷입니다.
성경은 인간의 왕국, 곧 다윗의 왕국을 철저히 해체합니다. 예수의 족보 속에서 다윗은 빠집니다. 다윗이 낳은 솔로몬은 ‘밧세바의 아들’이 아니라, ‘우리야의 아내가 낳은 아들’로 기록됩니다. 성경은 의도적으로 죄인의 족보를 드러내며, 인간의 의와 영광이 아닌 대신 죽으신 자의 은혜를 강조합니다.
우리야가 죽지 않으면 솔로몬은 태어날 수 없었습니다. 우리야의 죽음으로 다윗이 살고, 그 다윗의 씨로 오신 예수님이 또 다시 대신 죽으심으로, 우리가 살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복음의 계보입니다. 죄인이 살기 위해 의인이 죽는 역사인 것입니다.
‘옷을 벗는다’는 것은 단순한 수행이 아닙니다. 그것은 내가 죽는 일입니다. ‘옛사람’이 벗겨지고, 그 자리에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이 입혀지는 일입니다. 그것이 세례의 의미이며, 부활의 실재입니다. 바울은 말합니다. “너희는 그리스도로 옷 입었느니라.” (갈 3:27)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그분이 나 대신 옷을 벗으셨음을 믿는 것입니다. 그분의 벌거벗음이 내 부끄러움을 덮었습니다. 그분의 죽음이 내 죄를 덮었습니다. 그분의 부활이 내게 새 옷을 입혔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여전히 세상의 옷을 벗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자기 의, 자기 자랑, 자기 노력의 옷을 껴입고는 “나는 괜찮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 옷은 점점 더 무겁고 더럽고 냄새가 납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향해 말씀하십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그분만이 우리의 옷을 벗겨 주시고, 흰 옷을 입혀 주실 수 있는 분입니다.
이제 옷을 벗기 위해 애쓰지 마십시오. 그 옷을 벗겨 주실 은혜의 손길을 기다리십시오. 그 손길이 바로 십자가입니다. 그분의 벌거벗음이 나의 영광이 되고, 그분의 부활이 나의 새 옷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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