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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챙김

왜 일어나지 않을 일까지 미리 생각할까

by HappyPeople IN JESUS 2026. 1. 15.

“왜 일어나지도 않을 일까지 미리 생각해?” 아주 오래전, 한 친구가 내게 던진 질문입니다. 그 말은 가볍게 던져진 것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 친구는 늘 밝고 쾌활했고, 고민이 생겨도 금세 털어버리는 성격이었습니다. 반면 나는 사소한 말 하나, 표정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며 머릿속에서 끝없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이었습니다. 친구의 질문은 단순했지만, 내게는 쉽게 대답할 수 없는 물음이었습니다. ‘그걸 왜 생각하냐’고 묻지만, 나에게는 ‘생각하지 않는 법’이 더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사람마다 사고의 방식은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복잡한 문제도 단순하게 정리하고, 어떤 사람은 아주 사소한 일도 깊이 파고듭니다. 특히 감정이 풍부하고 예민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문제는 그 생각의 방향입니다. 희망과 가능성 쪽으로 흐르면 괜찮지만, 대부분은 “혹시 내가 이상하게 보였을까?”, “저 말에 숨은 뜻이 있는 건 아닐까?” 같은 부정적인 가정으로 흘러갑니다. 그렇게 생각은 불안이 되고, 불안은 다시 생각을 부추킵니다.

어떤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친구들과의 모임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오히려 더 지친다고 했습니다. “모임에 있을 땐 웃고 이야기하는데, 집에 오면 갑자기 숨이 막혀요. 친구가 했던 말 하나하나를 다시 떠올리고, 제가 했던 말도 다시 반복해 생각해요. ‘내가 너무 나댄 건 아닐까?’, ‘그 말로 누군가 상처받지 않았을까?’ 그러다 보면 한 친구가 했던 말이 자꾸 마음에 걸려요. ‘그 말엔 무슨 뜻이 있었을까? 혹시 나를 무시한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멈추질 않아요.”

그는 결국 참다못해 비교적 편하다고 느끼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묻곤 했습니다. “내가 혹시 기분 나쁘게 말한 건 없지?” 처음엔 친구도 괜찮다고 말해주었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자 “너는 왜 그렇게 사소한 걸 다 신경 쓰니?”라는 반응이 돌아왔습니다. 그 말은 또다시 그를 깊은 자기 비난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유난스러울까, 왜 이렇게 소심할까.’ 그렇게 그는 생각 속에서 스스로를 재판대에 세우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생각이 많아지면 머릿속은 점점 정리되지 않은 창고처럼 됩니다. 그날의 감정, 과거의 기억,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의 걱정이 한데 뒤섞여 쌓입니다.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은 무의식의 골방에 처박혀 있다가, 밤이 되면 하나둘씩 기어 나와 우리를 괴롭힙니다. 그래서 생각이 많은 사람일수록 밤에 잠들기 어렵습니다. 몸은 지쳤는데, 머리는 쉬지 못합니다. 불을 끄고 누우면 낮 동안 애써 밀어두었던 생각들이 더 또렷해집니다. ‘그때 왜 그렇게 말했을까’, ‘내일은 또 어떤 일이 생길까.’ 긴 밤은 그렇게 끝이 보이지 않는 생각의 터널이 됩니다.

이런 부정적인 생각의 뿌리에는 종종 열등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열등감은 비교에서 시작됩니다. 모임에 앉아 있으면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게 되고, 그 순간 마음속에서는 무의식적인 비교가 시작됩니다. “저 사람은 참 예쁘다”, “저 사람은 말도 잘하고 사랑받는 것 같다.” 그 비교의 끝에는 늘 자기 자신이 있습니다. 그리고 결론은 대부분 같습니다. ‘나는 부족하다.’ 그 사람도 그랬습니다. 그는 모임에 가면 즐겁기보다 머리가 아플 정도로 생각이 많아진다고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장점은 확대되고, 자신의 단점은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그 생각은 곧 자기 비하로 이어졌고, 모임이 끝날 즈음이면 이미 마음은 바닥을 치고 있었습니다.

열등감은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잠식합니다. 외부에서 누가 공격하지 않아도, 스스로 자신을 가장 가혹하게 공격합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열등감이 큰 사람일수록 타인의 작은 말이나 태도에 쉽게 상처받고 분노하면서도, 정작 자기 자신에게는 한없이 잔인하다는 점입니다. 남이 자신을 무시하는 것에는 견디지 못하지만, 스스로를 무시하는 데에는 너무 익숙해져 있습니다. 이 이중적인 태도 속에서 마음은 점점 더 지쳐갑니다.

그렇다면 이 끝없는 부정적 생각을 어떻게 멈출 수 있을까요. 완전히 없애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생각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생각을 사실로 믿고 따라가지 않는 연습은 필요합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생각이 사실일까, 아니면 불안이 만들어낸 가정일까’를 한 번쯤 멈춰 서서 묻는 것입니다. 그리고 비교의 시선을 타인에게서 자신에게로, 더 정확히 말하면 ‘있는 그대로의 나’에게로 돌리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생각이 많은 사람은 약한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감수성이 풍부하고,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인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그 섬세함이 자신을 향할 때 지나치게 날카로워진다는 데 있습니다. 일어나지 않을 일을 미리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잘 살아보려는 마음, 상처받지 않으려는 마음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그 마음을 조금만 덜 몰아붙여도 괜찮습니다. 생각이 올라오면, 그 생각을 없애려 애쓰기보다 “아, 또 내가 나를 걱정하고 있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것부터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긴 밤이 언젠가는 끝나듯, 생각의 터널도 반드시 출구가 있습니다. 그 출구는 완벽한 사람이 되려는 노력 속에 있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조금 덜 미워하는 데서 시작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