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님 여호와께서 박넝쿨을 예비하사 요나를 가리게 하셨으니 이는 그의 머리를 위하여 그늘이 지게 하며 그의 괴로움을 면하게 하려 하심이었더라 요나가 박넝쿨로 말미암아 크게 기뻐하였더니 하나님이 벌레를 예비하사 이튿날 새벽에 그 박넝쿨을 갉아먹게 하시매 시드니라 해가 뜰 때에 하나님이 뜨거운 동풍을 예비하셨고 해는 요나의 머리에 쪼이매 요나가 혼미하여 스스로 죽기를 구하여 이르되 사는 것보다 죽는 것이 내게 나으니이다 하니라 하나님이 요나에게 이르시되 네가 이 박넝쿨로 말미암아 성내는 것이 어찌 옳으냐 하시니 그가 대답하되 내가 성내어 죽기까지 할지라도 옳으니이다 하니라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네가 수고도 아니하였고 재배도 아니하였고 하룻밤에 났다가 하룻밤에 말라 버린 이 박넝쿨을 아꼈거든 하물며 이 큰 성읍 니느웨에는 좌우를 분변하지 못하는 자가 십이만여 명이요 가축도 많이 있나니 내가 어찌 아끼지 아니하겠느냐 하시니라."(요나 4:6~11)
요나서의 이야기는 단순히 한 선지자가 하나님의 명령을 거부했다가 다시 순종하게 되는 사건이 아닙니다. 그 속에는 하나님의 마음과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다른지, 그리고 하나님이 얼마나 오래 참으시며 자비로우신 분인지를 보여주는 깊은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하나님은 타락하고 잔혹했던 니느웨를 향해 회개의 기회를 주셨습니다. 그러나 요나는 이 사실이 못마땅했습니다. 왜냐하면 니느웨는 자신의 민족 이스라엘을 괴롭히고 멸시하던 원수의 도시였기 때문입니다. 요나의 생각 속에서, 하나님은 당연히 원수들을 심판하셔야 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그들을 구원하려 하셨습니다. 이것이 요나에게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요나는 하나님의 명령을 피해 도망쳤지만, 하나님은 이미 모든 상황을 예비해 놓으셨습니다. 거센 풍랑, 그리고 그 풍랑을 잠재우기 위한 뱃사람들의 선택, 그리고 그 뒤에 준비된 큰 물고기 말입니다. 물고기의 뱃속에서 사흘 동안 갇혀 있던 요나는 마침내 하나님의 뜻을 깨닫고 회개합니다. 그리고 순종하여 니느웨로 가서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합니다. 놀랍게도 니느웨 사람들은 회개했고, 하나님은 그들을 용서하셨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요나의 마음이 또다시 흔들립니다. 니느웨가 용서받는 것을 보면서 그는 화를 냅니다. 하나님은 그에게 한 가지 ‘실물 교훈’을 주십니다. 뜨거운 햇볕 아래 지쳐 있던 요나를 위해 하나님은 박넝쿨을 자라게 하셔서 그늘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요나는 그 그늘로 인해 크게 기뻐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다음 날 벌레를 보내어 박넝쿨을 시들게 하셨고, 뜨거운 동풍을 불게 하셨습니다. 요나는 다시 불평하며 차라리 죽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때 하나님은 요나에게 말씀하십니다. "네가 수고하지도 않고 재배하지도 않은 하룻밤 만에 자란 박넝쿨을 그렇게 아꼈거늘, 하물며 좌우를 분변하지 못하는 자가 12만 명이나 있고 가축도 많은 이 큰 성읍 니느웨를 내가 어찌 아끼지 않겠느냐?"
이 말씀은 요나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하시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종종 ‘하나님이 사랑하셔야 할 사람’을 우리의 기준으로 정합니다. 나를 이해하는 사람, 나와 같은 신앙을 가진 사람, 나를 편안하게 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원수도, 악인도, 아직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도 창조하신 귀한 존재로 여기십니다. 그들을 향한 하나님의 긍휼은 우리의 편협한 사랑보다 훨씬 크고 깊습니다.
미켈란젤로가 ‘천지창조’ 벽화에 요나의 장면을 그려 넣은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그는 아담과 하와 곁에 요나를 배치함으로써, 모든 인간이 원죄 아래 있다는 사실, 그리고 하나님의 구원이 유대인이나 이방인, 선한 사람이나 악한 사람 구분 없이 주어진다는 진리를 시각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요나가 물고기 뱃속에서 부른 노래의 한 구절은 이 이야기 전체를 관통합니다.
"구원은 여호와께로서 말미암나이다."(요나 2:9) 구원은 나의 기준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구원은 하나님의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구원받아야 할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이 긍휼히 여기시는 모든 사람을 향한 구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박넝쿨처럼 사라질 자기 편의와 감정을 내려놓고, 하나님이 아끼시는 영혼을 함께 아낄 줄 아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마음을 아는 참된 제자의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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