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혜와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온 것이라” (요한복음 1:17)
하나님의 은혜는 결코 단발적인 감정이 아닙니다. 그것은 구원을 시작하고 완성하는 하나님의 지속적이며 인격적인 손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에게 주어진 은혜는 한 번 주어지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전체를 통치하는 하나님의 방식입니다.
루이스 벌코프는 “은혜란 단지 죄인을 용서하는 외적 선언이 아니라, 성도 안에 내재하여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거룩한 영향력”이라 말했습니다. 그러므로 은혜는 곧 하나님이 우리를 다스리는 왕권이며, 진리는 그분의 다스림이 우리 안에 드러나는 빛입니다.
우리는 이미 구원을 받았습니다(칭의), 지금도 구원을 받고 있습니다(성화), 그리고 결국 완전한 구원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영화). 이 구원 전 과정에 흐르고 있는 것이 바로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이 은혜는 죄의 절대적 지배를 끊고, 이제는 성도의 삶을 하나님의 법으로 다스리는 새로운 법이 되었습니다. 바로 “생명의 성령의 법”(롬8:2)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안에는 죄의 잔존 세력이 있습니다. 죄는 패배했지만 아직 항복하지 않았습니다. 죄는 마치 패잔병처럼, 게릴라전처럼, 우리 안에서 끊임없이 저항하며 은혜의 왕권을 전복하려 시도합니다.
사도 바울은 “내 속에 선을 행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으나, 악이 함께 있다”고 말합니다(롬7:21). 바울도 죄의 유혹 앞에 흔들렸습니다. 하지만 그는 결코 죄에게 자발적으로 복종하지 않았습니다. 죄는 늘 강한 “속임”과 “강압”으로 다가옵니다. 속임은 죄의 무서운 결과를 숨기고, 은혜를 값싸게 만들고, 죄의 쾌락을 과장합니다. 강압은 죄의 습관과 집착으로, 신자의 의지를 묶어 버립니다.
그러므로 은혜 아래 있는 성도는 반드시 죄와 싸워야 합니다. 그것도 피 흘리기까지 싸워야 합니다(히12:4). 그렇지 않으면 죄는 마치 영혼 안에 불법 정부를 세우듯, 신자의 내면을 장악하게 됩니다.
죄를 죽이는 것은 성령의 사역이지만, 반드시 신자의 순종을 통해 실행됩니다(롬8:13). 순종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으면 악이며, 순종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을 때 하나님은 힘을 공급해 주십니다. 죄는 실행할수록 더 많은 정욕을 낳고, 은혜도 순종할수록 그 능력이 커집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은혜를 사용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은혜 아래 있는 자답게 매 순간 죄를 거절하고, 자신 안에 자리 잡으려는 죄의 유혹과 거짓을 분별해야 합니다.
죄의 지배 아래 있는 자의 징후들입니다. 첫째, 하나님의 말씀이 부담스럽게 느껴집니다. 둘째, 죄를 지으면서도 양심의 찔림이 무뎌집니다. 셋째, 다른 이들의 죄를 보며 아파하지 않습니다. 넷째, 하나님의 마음을 느끼는 신령한 감각이 사라집니다.
이러한 상태는 은혜를 외면하고 죄에 식량을 공급하는 삶입니다. 신자는 이제 더 이상 죄의 종이 아닙니다. 그러나 스스로 죄의 명령에 복종한다면, 죄는 다시 삶의 주인이 되려 합니다.
은혜의 법 아래 살아가기 위한 실제적 태도입니다. 죄의 정체를 분별하고, 죄의 속임에 속지 않기 위해 말씀으로 총명을 가지십시오. 그리고 하나님께 순종하겠다는 의지를 매일 고백하고, 순종하려는 마음을 품으십시오. 말씀 앞에 마음을 열고, 은혜의 다스림을 적극적으로 환영하십시오. 죄와의 싸움을 매일매일의 전투로 인식하고, 치열하게 맞서십시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예수 그리스도는 “은혜와 진리 그 자체”이십니다. 그분을 본 우리는 이제 은혜 아래에서 살아야 할 자들입니다. 은혜는 우리를 끝까지 이끌어 갈 하나님의 손길입니다. 그러나 그 손을 붙잡는 것은 우리의 의지와 순종입니다.
은혜 아래 있다는 말은 죄를 마음껏 지어도 된다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죄와 싸워야 한다는 신호입니다. 예수님이 우리를 위해 피를 흘리셨듯이, 우리도 죄와 싸우는 삶에서 피 흘리기까지 싸워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은혜 안에 있는 자의 특권이자 책임입니다.
'신약 속으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은혜로 말미암은 구원 (1) | 2025.07.09 |
---|---|
기도의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라 (0) | 2025.07.06 |
말씀이 육신이 되어, 빛이 어둠에 비치다 (0) | 2025.07.05 |
혼인잔치의 비유에 담긴 진실 (0) | 2025.06.28 |
물 붓듯 임하소서 (0) | 2025.06.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