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하는 걸음'과 '쉬는 걸음'이 있습니다. '일하는 걸음'은 목표, 방향, 시간을 정해놓고 걷지만 '쉬는 걸음'은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천천히 터벅터벅 걷는 것입니다. 자유의 시간, 또다른 해방 공간입니다.
"걷는 것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놓는 것이다." 걷는 행위 하나에도 깊은 세계가 존재합니다. 서두르지 말고 시간을 즐기며 자주 걸으십시오. 한두 정거장쯤은 걸어가는 것도 좋습니다. 걷는 순간에도 행복을 건져 올릴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매일 걷습니다. 분주한 도시의 골목길을, 사무실 복도를, 집과 시장 사이의 익숙한 길을. 그러나 우리가 진정으로 '걷고' 있는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같은 다리로, 같은 발걸음으로, 같은 세상을 지나가고 있지만 그 걸음이 삶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전혀 다른 두 세계를 열어젖힙니다. 그것이 바로 '일하는 걸음'과 '쉬는 걸음'입니다.
‘일하는 걸음’은 목적이 뚜렷합니다. 시간은 곧 자원이고, 걷는 행위조차 생산성의 도구가 됩니다. 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회의에 늦지 않기 위해, 하루의 일정을 맞추기 위해 걷습니다. 머릿속에는 목적지가 그려져 있고, 그 길은 가장 빠른 길로 정해져 있으며, 우리의 발은 그 경로를 따라 자동처럼 움직입니다. 이 걸음에는 계획이 있고, 효율이 있으며, 긴장감이 있습니다.
이 걸음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도 우리에게 맡기신 사명과 일터가 있으며, 우리는 그 일에 충성하며 성실하게 나아가야 합니다. 부지런함은 성경에서도 귀한 덕목으로 제시됩니다(잠언 10:4). 그러나 문제는, 이 걸음이 우리 삶 전체를 지배할 때입니다. 걷는 이유가 오직 '도착'이 되면, 우리는 길 위의 풍경을 잃고, 사람과의 대화를 잃고, 심지어 자기 자신을 잃습니다.
반면 '쉬는 걸음'은 방향을 내려놓은 걸음입니다. 시간의 압박으로부터 해방된, 자유로운 발걸음입니다. 천천히, 터벅터벅, 때론 멈춰서고, 길가의 꽃을 바라보기도 하고, 불어오는 바람의 온도에 귀를 기울이기도 합니다. 이 걸음은 생산적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영혼을 위한 치유가 그 안에 담겨 있습니다. 이 걸음은 성령의 숨결처럼 가볍고, 예수님께서 갈릴리 호숫가를 거니시던 그 발자국을 닮았습니다.
쉬는 걸음을 걸을 때, 우리는 비로소 ‘자신’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세상의 소리보다 하나님의 음성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주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 11:28). 이 말씀은 단지 육체적 안식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목적과 성과로만 가득한 인생의 걸음에서 벗어나, 주님 안에서 진짜 쉼을 누리는 삶의 리듬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어떤 철학자는 “걷는 것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놓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ㅣ신앙적으로도 이 말은 깊은 진리를 담고 있습니다. 걷는다는 것은, 내 감각을 깨우고, 세상을 향해 열린 자세로 나아가는 행위입니다. 특히 '쉬는 걸음'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이 세계를 천천히 음미하며 감사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똑같은 길을 걸어도, 마음을 열면 전혀 새로운 풍경이 보입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손길을 발견하고, 작지만 분명한 은혜의 흔적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주일 예배 후에, 혹은 어느 늦은 오후에, 무작정 걸어보십시오. 한두 정거장을 그냥 지나치지 말고 걸어보십시오.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시간에 쫓기지 말고, 단지 걸음 자체를 즐기며 걸어보십시오. 걷는 그 시간, 하나님의 위로가 마음에 스며들 수 있습니다. 우리가 주님과 동행한다고 고백하면서도, 정작 '멈춤' 없이 살아갈 때가 얼마나 많습니까?
하나님은 엿새를 일하시고 하루를 쉬셨습니다. 창조의 리듬은 노동과 안식이 함께 가는 것입니다. 걸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일하는 걸음과 쉬는 걸음이 조화를 이루며 우리의 삶을 균형 있게 만들어 줍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너희가 쉬어야 살리라”(사 30:15)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걷는 속도만큼 하나님과 가까워지는 순간도 있습니다. 달리는 인생길 속에서, 우리는 너무 자주 하나님의 부르심을 놓칩니다. 그러나 쉬는 걸음, 그 느린 발걸음 속에서 우리는 “가만히 있어 내가 하나님 됨을 알지어다”(시 46:10)는 말씀을 다시 듣게 됩니다.
걷는 것은 단지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방식’입니다. 우리는 일하는 걸음으로 성실하게 살아야 하지만, 쉬는 걸음으로 진짜 삶을 느껴야 합니다. 오늘도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의미 없는 산책을 시도해보십시오. 그 안에 하나님이 함께 하심을, 성령께서 속삭이시는 은밀한 음성을, 그리고 자신의 영혼이 다시 살아나는 감각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 걷는 자는 멈추지 않습니다. 그러나, 쉬는 걸음으로 걸을 때 비로소 영혼은 숨을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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