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요한복음 8:32)
우리는 ‘자유’라는 단어를 사랑합니다. 자유롭기를 원하고,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그 자유가 무엇인지는 제대로 묻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자유를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외부의 간섭과 억압이 없이 자기 뜻대로 말하고, 행동하고, 결정할 수 있는 상태. 그래서 어떤 규율을 깨뜨릴 때, 금기를 넘을 때, ‘이제야 좀 자유롭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진짜 자유일까요? 진리를 아는 자에게 주어지는 자유란 그런 것일까요?
성경은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고 말합니다. 이 말씀은 예수님이 하신 선언입니다. 그리고 이 진리는, 단순히 지식의 영역에서 끝나지 않고 존재 전체를 바꾸는 능력입니다. 그렇기에 진리로 말미암은 자유는 단순히 외적인 구속에서의 해방이 아닙니다. 오히려 진리로부터 비롯된 자유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 ‘제대로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자유란 무엇인가를 깨뜨리는 힘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을 지킬 수도 있고, 지키지 않을 수도 있는 선택의 여유 속에서, 내가 그것을 지키기로 결단하는 의지, 바로 그 능력이 자유입니다. 단지 충동이나 감정에 휘둘려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이성과 인격, 양심과 믿음을 동원해 ‘왜 나는 이것을 해야 하는가’를 알고 선택하는 것, 그것이 자유의 진정한 본질입니다.
예를 들면 모두가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 그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조용히 물 한 잔을 택할 수 있는 사람은 억눌림 때문이 아니라, ‘내가 그것을 원하지 않기에’ 거절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이 사람이 진정 자유로운 사람입니다.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결정하고, 자기의 뜻을 분명히 하며, 그 뜻을 따라 걸어갈 수 있는 실력이 자유입니다.
우리는 종종 ‘안 한다’는 선택을 실패처럼 여기지만, 실제로는 안 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참 자유의 정수입니다. 어떤 일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 그 자체가 아무 일도 안 하는 무기력함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강력한 의지의 발현입니다. 나의 행동을 책임지는 성숙한 자만이 할 수 있는 결정입니다.
잘 노는 것도 그렇습니다. 진짜 잘 노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도 즐거움을 누릴 줄 아는 사람입니다. 단순히 폭주하고 일탈하고 나를 망가뜨리는 것이 자유로운 놀이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안에서도 절제하며, 다음 날에도 웃으며 기억할 수 있는 시간들, 그것이 자유의 열매입니다. 나를 파괴하지 않고도 누릴 수 있는 기쁨, 그것이 자유로운 사람의 삶입니다.
성도의 자유는 특별합니다. 성도는 구원받은 자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아 의롭다 하심을 받은 자입니다. 이 은혜는 단지 죄에서 해방된 상태로 우리를 세우는 것이 아닙니다. 은혜는 우리를 “의의 종”이 되게 하여, 선한 것을 행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합니다. 은혜를 입었다는 것은 ‘안 해도 되는 자유’를 누리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자로 살아간다는 선언입니다.
예배를 생각해보면, 예배는 아무도 강요하지 않습니다. 예배당에 제시간에 가도 되고, 늦게 가도 됩니다. 그러나 내 안에 하나님을 향한 경외가 있다면, 내 마음은 말합니다. “나는 그분 앞에 준비된 예배자로 서고 싶다.” 그래서 시간을 지키고, 조용히 마음을 가다듬으며, 예배의 순간을 사모하게 됩니다. 이것은 외적인 규율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를 입은 자가 선택하는 ‘참된 구속력’입니다.
후원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시켜서 억지로 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진리 앞에서 내 마음을 살피고, 내가 진정 도울 수 있는지를 분별한 뒤 결단하는 것. 그것이 자유입니다. 눈치를 보며, 남이 하니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왜 하는지를 알고 행하는 것, 그것이 자유입니다.
우리는 종종 ‘내 마음대로 살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정작 내 마음이 무엇인지, 내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왜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일이 많습니다. 마음대로 하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그 마음이 어디서 왔는지, 무엇에 붙잡혀 있는지도 모르는 채, 오히려 마음에 끌려 다니고 있습니다.
자유는, 나를 아는 데서부터 시작됩니다.
내가 무엇을 원하고, 왜 그것을 원하는지 묻는 것입니다. 그 질문 앞에 정직하게 서지 못하면, 우리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늘 남의 시선에 휘둘리고, 감정에 끌려 다니며, 사회 분위기나 여론에 얽매여 ‘내 마음대로’라는 허상에 속게 됩니다. 그러면서도 진짜 자유를 갈망합니다.
그러나 진리는 말합니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진리를 아는 것, 그것은 단지 성경을 읽고 지식으로 채우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나고, 그분의 십자가 앞에서 나 자신을 발견하며, 그분의 부활 안에서 새 생명을 사는 삶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분을 알게 될 때, 우리는 진짜 자유를 누리게 됩니다.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을 내려놓고, 정말 해야 할 것들을 힘 있게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자유는 나를 파괴하지 않습니다. 이 자유는 나를 회복시킵니다. 이 자유는 나로 하여금, 진정한 ‘내 마음대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대로 살아가게 합니다. 그리고 그 삶은 참으로 자유로운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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