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 동부의 한 부족은 아이의 생일을 독특하게 정한다고 합니다. 그들은 아이가 태어난 날이나 잉태한 날이 아니라, 어머니의 마음속에 아이의 존재가 처음 떠오른 날을 진짜 생일로 삼습니다. 그리고 숲속에서 그 아이만의 노래를 들을 때까지 기다립니다. 아이마다 고유한 노래가 있으며, 그 노래는 그 사람의 존재와 같다고 믿는 것입니다.
아이는 태어나기 전부터 노래로 환영받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 노래를 함께 불러주며 아이의 삶을 축복합니다. 심지어 그가 잘못을 범했을 때에도 공동체는 그의 노래를 불러주며 “너는 누구인지 잊지 마라” 하고 일깨워줍니다. 그리고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에도, 그의 노래를 불러주며 떠나는 길을 배웅합니다.
이 이야기는 마치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의 부르심(Calling)을 떠올리게 합니다. 성경은 우리가 우연히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이 태초부터 계획하시고 부르신 존재라고 말합니다. “내가 너를 모태에 짓기 전에 너를 알았고 네가 배에서 나오기 전에 너를 성별하였고…”(예레미야 1:5)
하나님은 우리 각자에게 고유한 노래, 곧 사명과 존재의 이유를 주셨습니다. 그것은 세상의 기준이나 비교 속에서 얻는 것이 아니라, 창조주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은혜의 선물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그 노래를 자주 잊는다는 것입니다. 세상의 경쟁, 상처, 죄악 속에서 하나님이 주신 부르심을 망각하고 남의 노래를 따라 하려 합니다. 그러다 보면 마음은 공허해지고, 인생은 잘못된 길로 흘러가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복음은 우리를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려놓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로 불림을 받았고, 다시금 우리의 노래를 회복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그가 만드신 바라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선한 일을 위하여 지으심을 받은 자니…” (에베소서 2:10) 우리의 노래는 바로 그리스도 안에서 새 생명을 얻은 자로서 살아가는 삶입니다.
아프리카 부족은 한 사람이 길을 잃었을 때, 그의 노래를 불러주며 되돌려 줍니다. 이것은 교회의 사명을 닮아 있습니다. 교회는 서로를 위해 기도하며, 말씀을 들려주고, 찬송으로 세워 줍니다. 때로는 우리가 믿음을 잃고 방황할 때, 공동체의 형제자매가 나를 위해 나의 노래, 하나님의 은혜와 부르심을 다시 들려주는 것입니다. “서로 권면하고 덕을 세우라.”(데살로니가전서 5:11)
우리는 홀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공동체가 내 노래를 불러주고, 나 역시 다른 이들의 노래를 불러줄 때, 우리는 하나님이 원래 주신 정체성과 사명을 기억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흔히 말합니다. “나는 잘못 살았다. 내 인생은 실패다.” 하지만 그리스도 안에서 잘못된 인생은 없습니다. 우리가 실패한 듯 보일지라도, 그 길조차 하나님은 선하게 사용하시며, 그 모든 과정을 통해 우리의 노래를 완성해 가십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로마서 8:28)
때로는 내 인생의 노래가 남들과 다르게 삐걱거리는 것처럼 들려도 괜찮습니다. 바로 그 불완전함과 고유한 리듬이 하나님이 주신 나만의 선율을 만들어 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족 사람들은 사람이 태어날 때와 죽을 때 모두 그의 노래를 불러줍니다. 마찬가지로 성도의 삶은 시작도 끝도 주님의 손에 있습니다. 우리가 주 안에서 부름받아 태어났다면,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에도 하나님의 은혜의 노래가 우리를 인도할 것입니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시편 23:4)
죽음조차 두렵지 않은 이유는, 우리는 하나님의 노래 속에서 살고 죽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시작하신 그 노래는 영원히 끊어지지 않습니다.
혹시 나는 지금 내 노래를 잊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습니까? 세상의 소음 속에 휩쓸려 하나님이 주신 부르심을 놓치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오늘 다시 귀 기울여 보십시오. 주님이 내게 불러주신 은혜의 노래, 십자가의 복음을 말입니다. 그리고 내가 만나는 누군가가 자기 노래를 잊고 있을 때, 그에게 주님의 노래를 들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십시오. 왜냐하면, 그리스도 안에서 잘못된 인생은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하나님의 노래를 잊은 인생만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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