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은 간단한 유전자 검사만으로도 자신의 조상과 뿌리를 알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누구의 피를 이어받았는가. 그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나는 누구인가”라는 더 깊은 물음으로 이어집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고조할아버지는 모나크왕나비였다고 말합니다. 그의 몸 안에는 여전히 돌 밑에서 꿈틀거리는 생명의 기억이 있고, 어떤 부분은 애벌레요, 또 다른 부분은 벌새라고 말합니다.
이 말은 과장이 아닙니다. 성경 역시 우리를 “흙으로 지음 받은 존재”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별의 먼지로부터 시작되었고, 하나님의 숨결로 생명이 되었습니다. 내 골수 속에 공룡의 퇴적층이 담겨 있다는 말은, 수십억 년의 창조 역사 속에 내가 포함되어 있다는 고백입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많이 섞여 있습니다. 내 머리카락은 어느 민족에서 왔고, 내 살과 땀과 침에는 수많은 인종과 대륙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칭기즈칸과 사촌일 수도 있고, 노예가 되었던 자의 눈물과 노예상이었던 자의 손이 모두 내 안에 함께 있습니다.
이 고백은 불편합니다. 우리는 보통 자신을 피해자의 계보 안에만 두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진실은 더 복잡합니다. 나는 팔렸던 형제였고, 그를 팔았던 자였으며, 그들을 묶었던 쇠사슬이기도 했습니다.
성경이 말하는 죄는 바로 이것입니다. 개인의 도덕적 실수 이전에, 인류 전체가 얽혀 있는 타락의 역사, 아담 안에서 모든 사람이 함께 타락했듯, 우리 안에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기억이 동시에 흐릅니다.
그래서 회개는 언제나 개인적이면서도 공동체적인 것입니다. “나는 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하기 전에, “그러나 나는 그 역사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라고 고백하는 것이 성경적 정직함입니다.
하나님은 분리보다 연합을 먼저 보십니다. 우리는 피부색과 국경과 언어로 서로를 나눕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처음부터 우리를 한 가족으로 보셨습니다. 성경의 첫 장에는 국경도, 민족도, 계급도 없습니다. 오직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사람”만 있습니다.
“지구가 한 가족이 아닌 척하지 말라”는 이 외침은 창세기의 울림과 닮아 있습니다. 우리가 같은 나뭇가지에 매달린 적이 없었던 것처럼, 서로의 숨결에 의지해 익은 적이 없었던 것처럼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경고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이 흩어진 혈통과 깨어진 관계를 다시 잇는 자리였습니다. 유대인과 이방인, 주인과 종, 남자와 여자, 가해자와 피해자의 벽을 허무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분의 피는 특정 민족의 피가 아니라, 모든 민족을 위한 피였습니다.
“우리가 서로 용서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닌 척하지 말라.” 이 문장은 신앙 고백과 같습니다. 구원은 단지 죽어서 천국에 가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 땅에서, 서로를 향해 닫힌 마음을 열고 다시 형제라 부르는 일입니다.
우리는 해와 달의 사생아입니다. 하늘과 땅 사이에 걸쳐 있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날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모나크왕나비처럼, 길고 위험한 여정을 건너야 할 사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안에는 말없이 노래하는 비밀들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형상, 창조의 기억, 화해의 부르심, 그 부르심에 응답할 때, 우리는 더 이상 과거의 폭력과 분리의 유산을 숨기지 않고 은혜의 증인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유전자 검사가 밝혀내지 못하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그것은 새 혈통입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주어지는, 하나님의 자녀라는 정체성입니다. 이 혈통은 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은혜로 이어집니다. 믿음으로 입혀집니다.
그래서 오늘 이렇게 고백합니다. 우리는 별의 먼지로 시작되었지만, 십자가의 은혜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우리는 많은 역사와 많은 죄를 품고 있지만, 그 모든 것을 넘어서는 용서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같은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었던 형제자매들을 향해
날개를 펴고 날아가 부릅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그리고 끝까지 한 가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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