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님이여 주께서 우리를 시험하시되 우리를 단련하시기를 은을 단련함 같이 하셨으며"(시편 66:10)
우리는 종종 “왜 하나님은 내 삶에 이런 고난을 허락하실까?”라는 질문을 합니다. 마치 하나님은 멀찍이 서서 우리의 괴로움을 지켜만 보고 계신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편 66편에서 시편 기자는 전혀 다른 관점을 제시합니다. 그는 고백합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은을 달구어 정련하듯 연단하셨습니다.”
정련의 용광로 앞에 서본 적이 있는가? 은이 아름다운 세공품이 되기까지는 뜨거운 용광로를 여러 번 거쳐야 합니다. 은이 녹아 부글거리면, 속에 숨어 있던 찌끼와 불순물이 표면으로 떠오릅니다. 정련자는 그것을 걷어내며 자신의 얼굴을 은 표면에 비추어 봅니다. 그리고 자신의 얼굴이 일그러지지 않고 선명하게 보일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합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다루시는 방식도 이와 같습니다. 그분이 사용하시는 용광로는 고난입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드러나는 우리의 불순물인 교만, 의심, 불평, 자아, 욕망, 두려움이 떠오를 때 하나님은 그것을 하나하나 걷어내십니다. 그러니 우리가 “왜 이렇게 뜨겁습니까, 왜 이렇게 힘듭니까?”라고 말할 때,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실지 모른다. “뜨거워야 불순물이 빨리 떠오르는단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의 고난만 특별히 더 강하고 더 깊다고 오해하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사실은, 하나님이 더 빠르고 더 깊게 우리를 정결하게 하기를 원하시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연단은 우리의 몫만이 아닙니다. 정련 과정에서 고생하는 것은 은만이 아닙니다. 은을 정련하는 사람도 그 뜨거운 열기 앞에서 땀을 흘립니다. 어느 유리 공장에서는 뜨거운 용광로 앞에서 장인들이 온몸으로 쏟아지는 열기와 싸우며 작품을 만듭니다. 용광로 속에서 녹아내린 유리는 다루기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조금만 방심하면 흐트러지고, 너무 오래 오래 불에 넣어두면 변질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장인은 뜨거움 속에서 쉬지 않고 집중하며, 자신을 태우는 듯한 열기 속에서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쉬지 않습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고난 속에서 몸부림칠 때, 하나님은 멀찍이서 감상만 하고 계시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정련하시는 분입니다. 그리고 정련하시는 분 역시 고통과 수고를 함께 감당하십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연단을 위해 십자가라는 가장 뜨거운 용광로 속으로 뛰어드셨습니다. 그 뜨거움 속에서 우리는 단지 연단당하는 존재일 뿐 아니라, 하나님의 손길이 미치고 있는 귀한 작품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고난은 벌이 아니라 ‘하나님의 손길’입니다. 시편 66편은 고난을 경험한 사람들이 마지막에 하나님께 감사를 돌리는 장면으로 끝납니다. 이유는 단 하나, 그 고난이 하나님의 사랑과 동일한 의미였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고난은 우리가 버림받았다는 신호가 아닙니다. 고난은 하나님이 멀리 계심의 증거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고난은 하나님의 손이 가장 깊이 닿아 있는 지점입니다.
우리가 뜨거움을 느낄수록, 하나님은 우리 가까이에 계십니다. 우리가 깨어지고 녹아내릴수록, 하나님은 더욱 집중하여 우리를 바라보고 계십니다. 그리고 결국 하나님은 당신의 얼굴을 우리 안에 비추실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이 목표하시는 것은 단순히 ‘고통을 견디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그리스도의 형상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이 고난 중에서도 감사하십시오. 혹시 지금 당신도 용광로의 열기 속에 서 있는가? 앞이 보이지 않고,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 같고, 왜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나는지 이해할 수 없는가? 그때 기억해야 할 복음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당신을 버리지 않으셨습니다. 정련은 목적 없는 고통이 아닙니다. 당신의 삶은 하나님이 직접 다루고 계시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주님도 함께 땀 흘리고 계십니다.
이것이 은혜가 아니고 무엇인가. 이것이 기적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러므로 오늘 숨을 크게 들이쉬고 하나님께 고백하십시오. “주님, 이 연단에 감사드립니다. 저를 끝까지 다듬어 주옵소서. 제 안에 주님의 얼굴이 선명하게 드러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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