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볼 때에 그의 발 앞에 엎드러져 죽은 자 같이 되매 그가 오른손을 내게 얹고 이르시되 두려워하지 말라 나는 처음이요 마지막이니 곧 살아 있는 자라…”(요한계시록 1:17~18)
사람은 누구나 흔들리며 살아갑니다. 작은 바람에도 마음이 요동치고, 상황 하나에도 쉽게 불안해집니다. 신앙의 길을 걸어가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때로는 내가 믿음을 잘 붙잡고 있는 것 같다가도, 어느새 현실 앞에서 주저앉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계시록 1장에 보면, 우리 믿음의 여정을 붙드는 힘이 어디에 있는지가 분명히 드러납니다.
사도 요한은 반모 섬에서 환상을 보았습니다. 그는 외롭게 유배되어 있었고, 교회는 로마의 혹독한 박해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예수님께서 요한에게 나타나셨습니다. 그분의 모습은 두려움과 동시에 놀라운 위엄으로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요한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주님의 오른손에 붙들린 일곱 별과, 그 주님 곁에 서 있는 일곱 금 촛대였습니다.
성경은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일곱 별은 일곱 교회의 사자들이고, 일곱 촛대는 일곱 교회라고 말입니다. 그 장면은 곧 이렇게 속삭이는 것 같았습니다. “요한아, 그리고 교회야,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가 지금 땅에서 흔들리고 있는 것 같지만, 너희의 진짜 자리는 이미 하늘에 있다. 너희는 이미 내 손에 붙들려 있다.”
계시록은 여러 전쟁의 그림을 보여 줍니다. 다니엘서에서 보았던 하늘의 전쟁, 미가엘과 천사들의 싸움, 또 별들이 나서서 싸우는 이야기까지. 그런데 그 모든 전쟁의 중심에는 예수님이 계십니다. 결국 싸움은 그분의 싸움이지, 우리 인간이 홀로 감당해야 하는 싸움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성도의 싸움은 ‘새로운 전쟁’을 시작하는 게 아니라, 이미 이긴 전쟁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이 사실이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모릅니다. 우리가 싸움터에 나아가면서 가장 두려운 건 결과가 불확실하다는 점 아닙니까? 그런데 예수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결과는 이미 정해졌다. 승리는 이미 내 손에 있다. 너희는 다만 그 승리를 함께 누리며 걸어가는 길을 걷고 있을 뿐이다.”
초대교회의 성도들은 이 사실을 붙들었습니다. 황제의 명령 앞에서도, 검투장의 피비린내 속에서도, 그들은 이렇게 고백할 수 있었습니다. “조금만 참자. 이 전쟁은 이미 끝난 전쟁이다. 우리는 이미 이긴 자다.” 이것이 그들의 신앙을 흔들리지 않게 지켜 준 힘이었습니다.
히브리서 12장은 우리가 “진동치 않는 나라를 받았다”고 말합니다. 세상의 나라들은 흔들립니다. 제국도, 권력도, 시대의 유행도 모두 사라져 갑니다. 그러나 하나님 나라만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그 나라를 받은 자는 어떤 현실에서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우리의 삶을 돌아보면, 때로는 교회가 작아 보이고, 믿음이 연약해 보입니다. 그러나 교회는 인간의 손에 달려 있지 않습니다. 주님의 오른손에 붙들려 있습니다. 주님은 그 손으로 우리를 산울타리처럼 두르시며 보호하십니다. 욥기를 보면 사탄조차 욥을 함부로 건드릴 수 없었던 이유가 바로 하나님의 두르신 보호 때문이었습니다. 오늘도 그 손은 우리 위에 있습니다.
또 요한은 주님의 입에서 나오는 날선 검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말씀입니다. 이 말씀은 우리를 살리고, 우리를 지키며, 동시에 불신앙을 심판하는 하나님의 무기입니다. 교회가 세상 앞에서 흔들리지 않고 거룩을 지킬 수 있는 길도 결국 말씀에 붙들리는 길뿐입니다.
요한은 그 영광스러운 광경 앞에서 엎드려 죽은 자 같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친히 그의 어깨에 손을 얹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두려워하지 말라. 나는 처음이요 마지막이라. 살아 있는 자라.”
이것이 오늘 우리에게도 주어지는 약속입니다. 흔들리는 세상 한가운데서, 교회는 흔들리지 않는 나라를 받은 자들입니다. 그리고 그 확실한 근거는 우리의 결심이나 열심이 아니라, 주님의 오른손입니다. 그 손이 우리를 붙들고 있기에 우리는 끝까지 흔들리지 않고 걸어갈 수 있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얼마나 쉽게 불안해지는가, 작은 문제에도 우리의 마음은 출렁이고, 믿음은 작아집니다. 그러나 계시록의 말씀은 우리에게 이렇게 속삭입니다. “네가 나를 붙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너를 붙든다. 내 손에서 너를 빼앗을 자는 아무도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시 용기를 냅니다. 오늘도 믿음의 싸움터로 걸어가되, 두려움이 아니라 담대함으로 나아갑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이긴 전쟁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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