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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죽음의 자리에서 배우는 믿음

by HappyPeople IN JESUS 2025. 12. 21.

"우리 조상들의 죄악을 기억하지 마시고 주의 긍휼로 우리를 속히 영접하소서 우리가 매우 가련하게 되었나이다. 우리 구원의 하나님이여 주의 이름의 영광스러운 행사를 위하여 우리를 도우시며 주의 이름을 증거하기 위하여 우리를 건지시며 우리 죄를 사하소서"(시편 79:8~9)

우리는 죽음을 피하려 애쓰며 살아갑니다. 말하지 않으려 하고, 보지 않으려 하며, 생각하지 않으려 합니다. 죽음은 불길한 단어이고, 삶의 흐름을 방해하는 장애물처럼 여겨집니다. 오늘의 사회는 더욱 그렇습니다. 효율과 생산, 성과와 속도를 숭배하는 시대 속에서 죽음은 ‘
쓸모없는 사건’이 되어 버렸습니다. 병든 사람, 실패한 사람,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은 조용히 격리되고, 그들의 이야기는 빠르게 망각의 뒤편으로 밀려납니다.

마치 고장 난 자동차가 도로 한가운데 멈춰 서서 교통을 막고 있을 때, 사람들의 관심은 오직 하나입니다. “
언제 치울 수 있는가.” 그 차가 왜 멈췄는지, 그 안에 누가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빨리 치워야 다시 흐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가 죽음과 고통을 대하는 태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죽음을 그렇게 취급하지 않습니다.

시편 79편은 폐허가 된 예루살렘, 시체가 들짐승의 먹이가 된 참혹한 전쟁의 한복판에서 울려 퍼지는 기도입니다. 성전은 더럽혀졌고, 백성은 수치를 당했으며, 주변 나라들은 조롱합니다. 인간의 존엄도, 신앙의 자부심도 산산조각 난 자리에서 시편 기자는 하나님께 부르짖습니다. “
하나님이여, 어찌하여?” 이 질문은 설명을 요구하는 질문이 아닙니다. 항변이며 통곡입니다. 죽음과 파괴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신앙의 언어입니다.

이스라엘은 이 참혹한 경험을 통해 중요한 것을 배웁니다. 그들은 승리의 순간이 아니라 패배의 순간에 하나님을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자신들의 의로움이 아니라 하나님의 긍휼만이 소망임을 깨닫습니다. “
우리를 돕고, 우리 죄를 사하시며, 주의 이름의 영광을 위하여 구원하소서.” 이 기도는 더 이상 조건을 내세우지 않습니다. 자격을 주장하지도 않습니다. 오직 하나님의 이름, 하나님의 긍휼에 매달릴 뿐입니다.

죽음의 경험은 인간을 겸손하게 만듭니다. 우리가 쌓아 올린 모든 것들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질병 앞에서, 실패 앞에서, 이별과 상실 앞에서 우리는 비로소 인정하게 됩니다. 내가 생명의 주인이 아니었음을, 오늘 숨 쉬는 이 하루가 결코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시편 79편의 시편 기자는 그 자리에서 “
오늘”을 배웁니다. 오늘 하나님께 부르짖을 수 있다는 것, 오늘 회개할 수 있다는 것, 오늘 다시 주님께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은혜인지를 깨닫습니다. 그래서 그는 절망 속에서도 찬양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주의 백성이요 주의 기르시는 양이니 영원히 주께 감사하며 찬송하리이다.

믿음은 고통이 없어서 유지되는 것이 아닙니다. 믿음은 고통 속에서도 하나님께 나아가는 법을 배운 사람들의 길입니다. 이스라엘은 비틀거리며 걸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완전히 돌아서지 않았습니다. 죽음의 경험 속에서 배운 것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 역시 수많은 작은 ‘
죽음’을 경험합니다. 기대가 무너질 때, 관계가 끊어질 때, 몸이 말을 듣지 않을 때, 삶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우리는 묻고 싶어집니다. “이 모든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때 시편 79편은 우리를 가르칩니다. 죽음을 빨리 치워버릴 것이 아니라, 그 앞에서 하나님께 질문하고 기도하라고, 그 자리에서 겸손과 은혜를 배우라고 말입니다.

죽음은 신앙의 실패가 아닙니다. 오히려 죽음의 경험 속에서 신앙은 정제됩니다. 우리가 붙들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내려놓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분명해집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우리는 다시 고백하게 됩니다. 오늘도 내가 살아 있음은 주님의 선물임을... 죽음의 자리에서 배운 믿음은 오래갑니다. 그것은 소음과 열광 속에서 배운 믿음보다 훨씬 깊고 단단합니다.

시편 79편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우리는 무엇으로부터 배우며 살아가고 있습니까? 혹시 가장 귀한 스승인 ‘
죽음의 경험’을 너무 서둘러 외면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주님은 오늘도 폐허의 자리에서 기도하는 자의 음성을 들으십니다. 그리고 그 기도 속에서, 다시 살아갈 길을 가르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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