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녹이 하나님과 동행하더니 하나님이 그를 데려가시므로 세상에 있지 아니하였더라.”(창세기 5:24)
성경을 읽다 보면 이름과 나이, 그리고 “죽었더라”로 끝나는 족보들이 나옵니다. 창세기 5장이 그렇습니다. “아담은 몇 세에 아들을 낳고… 그리고 죽었더라.” 처음에는 단순히 긴 이름 목록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찬찬히 읽어 내려가다 보면 한 가지 사실이 가슴을 무겁게 누릅니다. 타락 이후 모든 인간은 결국 죽음의 결론에 이른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죽음의 행렬 속에서, 한 사람이 눈에 띕니다. 에녹은 365년을 살았는데, 성경은 그를 두고 이렇게 말합니다. “에녹이 하나님과 동행하더니 하나님이 그를 데려가시므로 세상에 있지 아니하였더라.” 그 흔한 “죽었더라”라는 말이 없습니다. 그는 죽음을 건너뛰었습니다. 왜일까요? 그는 하나님과 동행했기 때문입니다.
창세기 5장은 단순히 죽음의 기록이 아닙니다. 그 앞부분은 창세기 1장의 창조와 축복을 다시 언급하며 시작합니다. 아담이 타락했을 때, 그 복은 사라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복을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아담에서 셋, 셋에서 에노스… 이렇게 선택된 후손을 통해 복을 이어가셨습니다. 마치 꺼져가는 심지에서 불씨를 지키듯, 하나님은 생명의 줄을 결코 놓지 않으셨습니다.
성경이 말하는 복은 단순한 부나 건강이 아닙니다. 히브리어 ‘바라크’, 그 복의 핵심은 하나님의 생명입니다. 이 생명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집니다. 예수님 안에 있는 영생이, 믿는 자의 가슴 속에 심겨집니다. 그래서 복을 받은 사람은 단순히 “잘 사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의 생명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에녹의 300년 동행은 결코 특별한 기적 행렬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는 하루하루를 하나님과 함께 걸었습니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곳에 함께 가고, 하나님이 멈추실 때 멈췄을 것입니다. 동행은 마음을 맞추는 것이고, 방향을 맞추는 것입니다. 그렇게 걷다 보니, 죽음조차 그를 붙잡지 못했습니다.
오늘 나의 걸음은 누구와 함께인가? 창세기 5장은 죽음의 무게를 보여주지만, 동시에 하나님이 주시는 복과 생명이 어떻게 이어져 오는지도 보여줍니다. 그리고 에녹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너는 누구와 동행하며 살고 있니?” 세상과 동행하면 결국 ‘죽었더라’로 끝납니다. 그러나 하나님과 동행하면, 그 끝은 영원입니다.
창세기 5장은 한 장 전체가 족보입니다. 아담의 나이, 아들을 낳은 나이, 그 이후 몇 년을 살았는지, 그리고 마지막에는 어김없이 “죽었더라”라는 말로 끝납니다. 마치 종이 위에 ‘죽음’이라는 도장이 줄줄이 찍혀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인간의 타락 이후 변함없는 현실, 즉 죄의 삯은 사망이라는 진리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 죽음의 행렬 속에 다른 색깔의 이름이 하나 있습니다. 에녹입니다. 에녹은 죽지 않았습니다. 그의 인생은 “죽었더라”로 끝나지 않고, “하나님께로 옮겨졌다”로 끝났습니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생겼을까요? 성경은 단 한 문장으로 이유를 말합니다. 그는 하나님과 동행했다.
창세기 5장 서두는 창세기 1장의 창조와 축복을 다시 언급하며 시작됩니다. 이는 타락 후에도 하나님의 복은 선택된 족보를 통해 이어졌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혈통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의 언약과 약속이 결코 끊어지지 않는다는 증거입니다. 구약의 족보에서 장자는 아버지의 복을 이어받습니다. 이 복은 예수 그리스도라는 ‘영적 장자’를 통해 교회와 성도에게로 흘러옵니다. 우리가 복을 받은 자라는 사실은, 우리의 아버지가 하나님이심을 의미합니다.
성경이 말하는 ‘복’(바라크)은 단순한 물질적 번영이 아니라 하나님의 생명입니다. 그 생명이 예수 안에 있고, 예수로부터 우리에게 전해집니다(요1:4, 요6:26). 그렇기에 복을 받은 자는 하나님의 형상을 닮아갑니다. 그리고 그 형상대로 사는 삶이 곧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입니다.
에녹의 300년 동행은 거창한 사역이나 드라마틱한 기적의 연속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며 하나님의 얼굴을 바라보고, 하나님이 멈추시면 멈추고, 가시면 함께 가는 삶을 살았을 것입니다. 이처럼 동행은 특별한 날에만 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날들의 반복 속에서 이루어지는 깊은 관계입니다. 하나님과 동행하는 사람은 세상과 같은 방향으로 걷지 않습니다. 그의 발걸음은 생명의 길을 향해 있고, 결국 하나님께서 그를 영원으로 옮기십니다.
창세기 5장은 단순히 먼 과거의 족보가 아닙니다. 그 속에서 하나님은 지금 우리에게도 묻고 계십니다. “너의 인생은 어디로 향하고 있느냐? 너는 누구와 함께 걷고 있느냐?” 세상과 동행하면 ‘죽었더라’로 끝납니다. 하나님과 동행하면, 그 끝은 ‘하나님과 함께 영원히 살았더라’입니다. 오늘 우리의 걸음이 에녹처럼 하나님과 발맞추기를, 그래서 죽음을 넘어 생명으로 옮겨지는 은혜를 누리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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