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으신 것이 하나라도 하나님 앞에 나타나지 않음이 없고 우리의 결산을 받으실 이의 눈 앞에 만물이 벌거벗은 것 같이 드러나느니라.”(히브리서 4:13)
기도는 우리가 가진 특별한 능력이나 기술로 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기도에는 특별한 비밀스런 방법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기도는 오히려 단순합니다. 가장 가까운 친구와 대화하듯, 사랑하는 부부가 마음을 나누듯,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도 기도는 그렇게 단순한 대화입니다.
우리는 누군가가 “부부가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가?”라는 책을 쓴다면 그것이 무의미하다고 느낄 것입니다. 왜냐하면 부부마다 관계가 다르고, 삶의 상황이 다르며, 나누는 이야기와 어투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부부 사이에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자주 대화하는 것’,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기도도 그렇습니다. 방식이나 표현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는 반드시 대화가 필요합니다. 기도를 통해 우리는 하나님과 가까워지고, 우리의 속마음을 그분 앞에 내어놓을 책임이 있습니다.
기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꾸며낸 말이나 종교적인 언어가 아닙니다.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입니다. 흉허물, 부끄러움, 실패, 두려움까지 감추지 않고 솔직히 고백하는 것이 진실한 기도입니다. 우리가 그렇게 자신을 드러낼 때, 하나님은 놀라지 않으십니다. 도리어 있는 그대로의 우리를 받아주시고, 감싸주시며, 새롭게 빚어주십니다.
그러나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요? 분명 하나님께 속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한편으로는 끝까지 스스로 해보려는 몸부림 속에 살아갑니다. 기도한다 해도 진심보다는 판에 박힌 몇 마디 말로 형식만 채우곤 합니다. 마치 하나님께 드린 ‘예의’ 정도로 여기며 양심을 달래는 것이죠. 하지만 그것은 진실한 기도가 아닙니다.
하나님께 속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삶을 뜻합니다. 그것은 내 안에 조금이라도 따로 떼어둔 이기심이 없는 상태, 나의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만을 구하는 마음, 내가 쓸모없는 종임을 인정하고 주인의 뜻에 맡기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이런 기도가 가능하려면, 우리는 먼저 인간이 타락한 피조물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연약한 존재임을 인정할 때, 비로소 하나님께 의지하는 진실한 기도가 나옵니다.
진실한 기도는 우리 자신을 깊이 돌아보게 합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무력한 존재임을 깨닫습니다. 하나님은 거룩한 불이시기에 우리의 더러움과 위선은 그분 앞에서 드러나고, 불처럼 사라집니다. 하나님은 빛이시기에 우리의 어둠은 감추려 해도 숨길 수 없습니다. 그래서 기도는 때로 우리에게 잔혹하게 느껴집니다. 하나님의 광채 앞에 서면, 숨길 것도, 버틸 여지도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보통 인생은 나이가 들면 삶을 대처하는 지혜가 늘어난다고 생각합니다. 경험이 저수지처럼 쌓여 위기를 이겨낼 수 있게 된다고 여기지요. 그러나 기도는 다릅니다. 나이가 든다고 저절로 능숙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기도는 오직 하나님의 진리와 은혜에만 의존하는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도할 때마다 우리는 하나님 앞에 서 있는 것이고, 그 앞에서는 어떤 가식도 통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속을 수도, 속일 수도 없는 분이십니다. 그러므로 기도에서만큼은 애매모호하거나 대충 넘어갈 수 없습니다. 오직 혼신을 다해, 진실을 다해, 있는 그대로를 드러낼 때만 참된 기도가 됩니다.
우리가 드리는 모든 기도의 끝은 결국 하나님께 자신을 온전히 맡기는 데 있습니다. 흉허물과 상처까지 감추지 않고 드러낼 때, 하나님은 우리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주시고, 그 속에서 우리를 새롭게 빚어가십니다. 진실한 기도는 그래서 두렵지만 동시에 가장 자유로운 순간입니다. 진실한 기도는 결국 하나님 앞에서 숨김 없는 나 자신이 되는 것입니다. 그때 비로소 하나님께서 우리를 통해 일하시고, 우리를 자유롭게 하십니다.
“백성들아 시시로 그를 의지하고 그의 앞에 마음을 토하라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로다.”(시편 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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