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결코 다른 사람을 온전히 사랑할 수 없다."
정희 씨는 교회에서 소문난 '친절한 사람'이었습니다. 누가 부탁을 하면 거절하는 법이 없었고, 아픈 사람이 있으면 제일 먼저 달려갔고, 궂은일은 도맡아 했습니다. 사람들은 그녀를 보며 "저렇게 헌신적인 분이 또 있을까" 하고 감탄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정희 씨의 얼굴에 그늘이 지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 또 부탁을 해오면 속으로 한숨부터 나왔습니다. "왜 나한테만 이런 부탁을 하지?", "내가 이렇게까지 해주는데 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없네." 겉으로는 여전히 웃으며 도와주었지만, 마음속에는 서운함과 억울함이 차곡차곡 쌓여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소한 일로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평소와 다름없는 부탁이었는데, 정희 씨는 참았던 감정을 한꺼번에 쏟아냈습니다. 부탁했던 사람도, 정희 씨 자신도 당황스러웠습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이었을까요?
정희 씨는 친절을 베푼 것이 아니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자기 자신을 계속 깎아내며 다른 사람의 요구에 맞춰준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얼마나 지쳐 있는지는 늘 뒷전이었습니다. 그렇게 자신을 돌보지 않은 채 베푸는 친절은, 사실 친절이 아니라 순종에 가깝습니다.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는 것일 뿐, 사랑에서 우러나온 행동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짜 친절의 끝은 언제나 같습니다. 처음에는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했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계산이 생깁니다. '나는 이만큼 해줬는데, 저 사람은 왜 저것밖에 안 해주지?' 이런 생각이 스며들기 시작하면, 그 친절은 더 이상 사랑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청구서가 됩니다. 그리고 그 청구서에 대한 대가가 돌아오지 않을 때, 우리는 화가 나고 상처받습니다. 결국 자신을 희생해서 베풀었던 친절이, 자신과 상대방 모두를 불편하게 만드는 아이러니가 벌어지는 것입니다.
이런 비유를 생각해보십시오. 한 사람이 자기 집 화분에는 물을 주지 않으면서, 이웃집 화분들만 열심히 돌보러 다닙니다. 자기 화분은 점점 시들어가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웃집 화분에 물 주는 일에 몰두합니다. 처음에는 이웃들이 고마워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사람은 지쳐갑니다. 자기 화분이 죽어가는 걸 보며 서글퍼지고, 동시에 이웃들에게 '내가 이렇게 해주는데'라는 마음이 생깁니다. 어느 날 물뿌리개를 든 손이 떨리기 시작하고, 결국 이웃집 화분 앞에서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립니다.
자기 화분에 먼저 물을 주지 않은 사람은, 결국 다른 누구의 화분에도 진심으로 물을 줄 수 없습니다. 자기 안에 마를 대로 마른 사람이, 어떻게 남에게 생명력을 나누어줄 수
있을까요?
진짜 친절은 억지로 짜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득 찬 것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넘치는 것입니다. 컵에 물이 가득 차면 저절로 넘쳐서 주변을 적시듯이,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과 존중이 충분한 사람은 애쓰지 않아도 다른 사람에게 따뜻함을 나눌 수 있습니다. 그 나눔에는 대가를 바라는 마음이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이미 자기 안에 충분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고마워하든 그렇지 않든 크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반면 자기 컵이 비어있는 채로 남에게 무언가를 퍼주려 하면, 그것은 나눔이 아니라 소진입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듯, 아무리 애써도 결국 바닥을 드러내고 맙니다. 그리고 그 바닥에서 올라오는 감정은 사랑이 아니라 원망입니다.
그러니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 때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면, 그것은 당신이 나쁜 사람이라서가 아닙니다. 지금 무리하고 있다는, 자기 안의 에너지가 바닥나고 있다는 몸과 마음의 신호입니다.
흔히 "남에게는 관대하게, 자신에게는 엄격하게"라는 말을 미덕처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이 말대로 살아가는 사람을 실제로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자신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사람은, 알게 모르게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 마련입니다. 자기 자신에게조차 다정하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진심으로 남을 다정하게 대할 수 있겠습니까?
정희 씨가 다시 회복하기 시작한 것은, 자기 자신을 돌보는 법을 배우면서부터였습니다. 부탁을 거절해도 괜찮다는 것을, 자신의 지친 마음을 먼저 살펴도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놀랍게도 다른 사람을 대하는 마음이 더 편안해졌습니다. 억지로 웃지 않아도, 계산하지 않아도,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다정함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친절의 출발점은 언제나 나 자신입니다. 나에게 먼저 친절하게, 그리고 그 넘치는 사랑으로 남에게도 친절하게, 이것이 억지도 아니고, 계산도 없는, 진짜 사랑의 순서입니다.
"온 우주를 다 뒤져봐도, 당신 자신보다 더 당신의 사랑과 애정을 받을 자격이 있는 존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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