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믿으매 그것이 그에게 의로 여겨진 바 되었느니라."(로마서 4:3)
‘믿음이란 무엇일까요?’ 이 질문은 너무 쉬운 것 같지만, 실제로는 가장 어려운 질문입니다. 오늘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이 예수님을 믿고 있다고 말합니다. 확신의 정도가 크든 작든 “예수님이 나의 구주다”라는 고백을 하고 있고, 그래서 자신의 믿음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성경이 말하는 믿음은 내가 스스로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믿음이 아니라, 하나님이 선물로 주신 믿음입니다. 천국은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낸 믿음으로 들어가는 곳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믿음으로만 열리는 나라입니다. 그러므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이 주신 믿음이 어떤 것인가를 아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은 자기 믿음에 속아 멸망의 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믿음에 대해 가장 치명적인 오해는 믿음을 복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런 사고방식에서는 믿음에도 등급이 나뉩니다. 열심 있는 믿음 = 복을 더 많이 주시는 믿음, 열심 없는 믿음 = 복을 덜 받는 믿음, 이것은 성경적 믿음이 아니라, 종교적 본능이 만들어 낸 믿음입니다. 모든 종교가 이런 구조를 가집니다. 신을 향해 정성을 보이면 신이 원하는 것을 들어준다는 계산법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주시는 믿음은 이런 구조와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로마서 4장은 아브라함이 의롭다 하심을 받은 근거를 설명합니다. 그 근거는 행위가 아니라 믿음입니다. 창세기 15장 4~6절에서 아브라함은 무엇을 믿었습니까? 하나님은 약속하셨습니다. “네 몸에서 난 자가 네 후사가 되리라." “네 자손이 하늘의 별과 같으리라.” 그리고 아브라함은 그 약속을 믿었습니다. 그랬더니 하나님은 그 믿음을 그의 의로 여기셨습니다. 즉 아브라함이 믿은 것은 자신의 소원이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약속을 하나님이 반드시 이루실 것이라는 믿음이 아브라함의 믿음이었습니다. 여기에 믿음의 본질이 있습니다.
세상의 믿음은 자기 소원, 자기 성공, 자기 만족을 위해 신을 믿는 믿음입니다. 신에게 정성을 보이면 신이 내 소원을 들어준다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의 믿음은 자기 소원을 향하지 않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약속을 바라왔고, 그 약속을 이루시는 하나님을 바라보았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믿음은 항상 자기 부인을 포함합니다. 하나님의 뜻 앞에서 인간의 뜻은 부정됩니다. 하나님의 약속 앞에서 인간의 욕망은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래서 인간에게는 이 믿음을 가질 능력이 없습니다. 자기 욕망을 포기한 채 하나님의 약속만 바라보는 것을 인간은 할 수 없습니다. 오직 하나님이 믿음을 주실 때만 가능한 일입니다.
우리는 믿음을 행함으로 판단하려는 습관이 있습니다. 교회 활동이 많고, 봉사가 많고, 선행을 많이 하면 믿음이 좋은 것으로 여깁니다. 그러나 로마서 4장은 말합니다. “아브라함은 행위가 아니라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았다.” 우리의 행함, 특히 교회 활동이나 도덕적·윤리적 행위는 우리를 의롭게 만들지 못합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우연한 사건이 아닙니다. 창세전부터 예정된 약속이며, 아브라함에게 주셨던 약속이 구체적으로 실현된 절정입니다. 하나님은 어떤 방해에도 흔들리지 않으시며 자기 뜻과 약속을 끝까지 이루시는 분입니다. 따라서 참된 믿음이란 단순히 “예수님이 나의 구주이시다.” “십자가로 구원받았다”라는 사실을 기뻐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여전히 자기 구원에 기뻐하는 ‘나 중심적 믿음’일 수 있습니다.
아브라함은 “내가 복 받는다”는 사실 때문에 기뻐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약속을 반드시 이루시는 분임을 믿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성도들은 자신이 받을 복, 하나님이 자신에게 해주실 일, 자신이 누릴 결과를 바라보며 “나는 믿음이 있다”고 착각합니다. 이것은 참된 믿음이 아니라 ‘믿음의 함정’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를 따르려면 자기 부인이 있어야 한다. 세상에서 미움받는 길이다. 좁은 길을 걸어야 한다. 나그네처럼 사는 길이다. 이 길에는 세상적 성공이 없습니다. 그러나 성도는 이 길이 생명으로 가는 길임을 믿습니다. 하나님은 자기 백성을 오직 예수님께로 인도하셔서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생명에 이르게 하십니다. 그러므로 참된 믿음을 가진 사람은 지금 걷는 길이 좁든, 고되든, 손해가 있든 예수님이 가신 길만을 바라보고 갑니다. 이 믿음이 하나님이 주신 믿음입니다.
참된 믿음에는 ‘나를 위한 믿음’이 없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믿음은 언제나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나를 위해 예수님을 믿는 사람이 아니라, 예수님을 위해 부르심을 받은 사람이다.” 그러나 인간은 결코 스스로 이런 믿음을 가질 수 없습니다. 자기를 위해 예수님을 이용할 뿐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이 믿음을 주지 않으시면 우리는 누구도 예수를 믿지 않습니다.
믿음은 인간의 노력으로 키워지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은 “노력하면 믿음이 커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참된 믿음은 애초부터 인간의 노력이 아무 쓸모도 없는 영역입니다. 믿음은 하나님이 창조하여 주시는 선물입니다.
참된 믿음은 나의 소원을 향하지 않고, 하나님의 약속을 바라보며, 인간의 욕망을 부인하고, 하나님이 자기 뜻을 이루시는 것을 기다리며, 예수님이 가신 길만을 좇아가는 믿음입니다. 이 믿음이 바로 하나님이 선물로 주신 믿음, 아브라함의 믿음, 성도가 붙잡아야 할 믿음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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