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희의 짐을 주님께 맡겨라. 주님이 너희를 붙들어 주실 것이다. 주님은 의로운 사람이 망하도록 영영 그대로 버려두지 않으실 것이다.”(시편 55:22, 새번역)
도시는 언제나 소음으로 가득합니다. 자동차 경적, 사람들의 언성, 스마트폰 알림 소리까지. 그러나 이 모든 소리보다 더 무겁고 피곤하게 만드는 것은 사람들의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근심과 분노의 소리입니다. 누군가는 불공정한 세상에 화를 내고, 누군가는 배신과 속임에 상처받아 울부짖습니다. 겉으로는 잘 살아가는 것 같아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끊임없이 탄식과 신음이 터져 나옵니다.
다윗도 그랬습니다. 시편 55편에서 그는 원수들의 욕설과 폭력, 그리고 믿었던 이들의 배신으로 괴로워했습니다. “그가 나를 욕하였기 때문이 아니라, 나와 함께 달콤한 교제를 나누던 친구가 나를 배신했다”(참조 12~14절)며 절규합니다. 도시의 분주한 소리 속에서도, 그의 내면에는 오직 통곡과 두려움의 소리만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 다윗이 바랐던 것은 단 하나였습니다. “나에게 비둘기처럼 날개가 있다면, 그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가서 나의 보금자리를 만들 수 있으련만. 내가 멀리멀리 날아가서, 광야에 머무를 수도 있으련만”(6~7절, 새번역).
그가 찾은 피난처는 광야였습니다. 광야는 사람들이 기피하는 장소이지만, 하나님을 만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도시에는 시끄러운 소음과 거짓이 넘쳐흐르지만, 광야에는 오직 하나님과 나만이 존재합니다. 다윗은 그곳에서 진정한 쉼을 얻고 싶었습니다. 누구에게도 설명할 필요 없이, 그저 주님 앞에서 탄식하고 신음하며 눈물 흘릴 수 있는 자리가 그에게 필요했습니다.
다윗은 고백합니다. “저녁에도, 아침에도, 한낮에도 내가 탄식하며 부르짖으니, 주님께서 내 소리를 들으신다”(17절). 그는 기도의 말을 화려하게 꾸미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탄식과 신음, 그것만으로도 하나님이 응답하심을 믿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하나님께 나아갈 때 ‘기도다운 기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가 말을 잘해서가 아니라, 마음을 쏟아내기 때문에 들으십니다. 울부짖음조차 나오지 않을 때, 한숨 한 번만으로도 주님은 우리의 영혼 깊은 곳을 아십니다.
다윗은 결국 믿음의 노래로 마무리합니다. “너희의 짐을 주님께 맡겨라. 주님이 너희를 붙들어 주실 것이다. 주님은 의로운 자를 영영 버려두지 않으신다”(22절, 새번역). 이 고백은 광야에서 들려오는 희망의 찬송입니다. 주님께 내 짐을 맡긴다는 것은 단순히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부탁이 아닙니다. 그것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인생의 무게를 하나님께 내려놓는 믿음의 행위입니다. 주님은 우리가 완벽할 때 붙드시는 분이 아닙니다. 우리가 쓰러질 때, 울부짖을 때, 신음할 때 붙드시는 분입니다.
우리도 다윗처럼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거짓과 위선, 경쟁과 불신으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주님, 저에게도 날개를 주세요. 잠시라도 이곳을 벗어나고 싶습니다.” 이런 기도가 절로 나올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네게 광야를 허락한 이유는, 너를 멀리 도망치게 하려 함이 아니라 그곳에서 나를 만나게 하려 함이라.” 광야는 피난처이자 재탄생의 자리입니다. 도시에서 무너진 마음이 다시 세워지고,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가 하나님의 손길로 치유되는 곳입니다.
오늘도 세상 한복판에서 버티며 사는 그리스도인에게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탄식해도 좋다. 신음만 해도 괜찮다. 네 울음 속에서도 나는 너를 듣고 있다. 네가 나를 붙드는 순간, 나는 이미 너를 붙들고 있다.” 그러니 오늘 하루, 주님 앞에서 애써 강해지려 하지 마십시오. 눈물 한 방울, 한숨 한 번, 신음 하나로도 하나님은 당신의 기도를 받으십니다. 그리고 그 하나님이 이렇게 약속하십니다. “내가 너를 붙들리라. 의로운 자를 결코 버려두지 아니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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