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려움이 온통 나를 휩싸는 날에도, 나는 오히려 주님을 의지합니다.” (시 56:3, 새번역)
우리 인생의 현실은 종종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내일, 불확실한 미래, 관계의 흔들림, 경제적 불안, 건강의 위협…. 심지어 신앙의 길을 걸으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두렵다”는 감정을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다윗은 말합니다. “두려움이 온통 나를 휩싸는 날에도, 나는 주님을 의지한다.” 그는 두려움을 부정하거나 감추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것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그 두려움 속에서 하나님께 피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이것이 바로 믿음의 용기입니다.
두려움은 부끄러운 것이 아닙니다. 신앙인들 가운데는 “두려워하면 믿음이 약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힘들어도 괜찮은 척, 무서워도 강한 척하며 자신을 다잡으려 합니다. 하지만 성경은 그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다윗은 수없이 두려워했습니다. 그는 골리앗 앞에서도, 사울의 창 앞에서도, 그리고 블레셋 사람들 앞에서도 떨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진정한 용사였습니다. 왜냐하면 두려움을 인정한 자리에서 하나님을 신뢰했기 때문입니다. “나는 두렵습니다. 그러나 주님, 나는 여전히 주님을 믿습니다.” 이것이 다윗의 고백이었고, 하나님이 기뻐하신 믿음이었습니다.
두려움이 사람을 죽입니다. 한 냉동 화물칸에 갇힌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벽에 이렇게 썼습니다. “점점 몸이 얼어간다. 아무리 외쳐도 아무도 오지 않는다. 나는 여기서 죽을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냉동차는 고장 나 있어서 차갑지 않았습니다. 그는 ‘두려움 때문에’ 죽은 것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 현실의 축소판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은 일 앞에서, 두려움이라는 상상의 괴물에 잡혀 스스로를 가둡니다. “이 일은 망할 거야.”
“하나님이 이번엔 도와주시지 않을 거야.” “나 같은 사람에게는 희망이 없어.” 그 생각이 우리를 얼어붙게 하고, 살아 있는 듯하지만 이미 생명을 잃은 자처럼 만듭니다. 그러나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하리라.”(사 41:10) 두려움은 현실이 아니라, 믿음이 떠난 자리가 만든 허상입니다.
다윗은 자신을 둘러싼 모든 위험 속에서도 이렇게 고백합니다. “내가 하나님을 의지하였은즉 두려워하지 아니하리니 사람이 내게 어찌하리이까.”(시 56:11) 그의 믿음은 현실을 부정하지 않는 용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두려움을 없애려 애쓴 것이 아니라, 그 두려움을 하나님께 가져가 맡긴 것입니다. 그때 다윗의 마음속에서 두려움은 믿음으로 바뀌고, 절망은 소망으로 변했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님을 의지하는 순간, 우리의 마음은 두려움이 아닌 평강으로 채워집니다. 그것은 상황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우리 안의 중심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수고하며 무거운 짐을 진 사람은 모두 내게로 오너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겠다.”(마 11:28) 주님은 우리가 강해서 오라고 하시지 않았습니다. 두려워도 좋다. 지쳐 있어도 좋다. 그저 내게로 오라는 것입니다. 그분께 우리의 두려움을 맡기면, 그 두려움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참된 쉼을 경험합니다.
믿음은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려움 속에서도 주님을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우리의 믿음은 완벽할 필요가 없습니다. 때로는 “주님, 믿습니다. 그러나 제 믿음 없는 것을 도와주소서.”(막 9:24) 이 고백 하나로도 충분합니다. 주님은 우리의 떨리는 믿음을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그 작은 믿음을 붙잡아 더 크고 단단한 확신으로 자라게 하십니다.
오늘도 주님 앞에 솔직히 나아갑시다. “주님, 나는 두렵습니다. 그러나 주님을 믿습니다.” 그 한마디 고백이, 우리의 인생을 새롭게 합니다. 그리고 주님은 반드시 응답하실 것입니다. 두렵지만, 두렵지 않은 믿음의 자리로 우리를 이끄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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