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어부가 있었습니다. 그는 평생을 바다에서 살았기에, 파도가 일어났다 사라지는 것을 수없이 보아왔습니다. 어느 날 그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파도는 결국 바다 자신이 아닌가. 파도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가 잠시 파도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다시 바다로 돌아가는 것뿐이구나." 이 깨달음은 그에게 위로가 되었습니다. 자신이 언젠가 사라진다 해도, 결국 큰 바다로 돌아가는 것일 뿐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어부처럼 생각합니다. 자신을 고립된 섬처럼 느끼며 살아가다가, 어느 순간 "나는 사실 우주와 하나다"라는 깨달음을 통해 그 외로움에서 벗어나려 합니다. 이런 사고방식은 얼핏 아름답고 위로가 되는 듯 보입니다. 실제로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입니다. 밥 한 그릇에도 농부의 땀과 햇빛과 비와 흙이 담겨 있고, 우리의 생명은 무수한 존재의 도움 없이는 유지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이 연결성의 원인을 전혀 다른 곳에서 찾습니다. 연결의 근원은 '우주' 자체가 아니라 '창조주'입니다.
성경은 만물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이유를, 만물이 본래 하나의 실체이기 때문이 아니라 한 분 하나님께서 지으시고 붙드시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골로새서 1장 17절은 "그가 만물보다 먼저 계시고 만물이 그 안에 함께 섰느니라"고 선언합니다. 꽃이 피기 위해 해와 바람과 흙이 필요하듯, 사람이 살기 위해 무수한 존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모든 것을 붙들고 계신 분은 자연 자체가 아니라 자연을 지으신 하나님이십니다. 파도는 바다에서 나오지만, 성도는 하나님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피조물입니다. 이 구분이 무너지면 위로처럼 보이던 사상이 결국 창조주와 피조물의 경계를 지우는 오류로 이어집니다.
'작은 나'에서 '큰 나'로 거듭나야 한다는 말은, 자아를 확장시켜 우주와 동일시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입니다. 그러나 성경이 말하는 거듭남은 전혀 다른 방향입니다. 갈라디아서 2장 20절은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이라"고 말합니다. 문제는 자아가 너무 작다는 것이 아니라, 자아가 하나님을 떠나 스스로를 중심에 두려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해법은 자아를 우주만큼 크게 부풀리는 것이 아니라, 자아가 그리스도 안에서 죽고 그리스도로 채워지는 것입니다.
어느 목회자가 상담 중에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명상을 통해 '내가 곧 우주'라는 확신에 이르렀던 한 성도가 있었습니다. 그는 한동안 평온함을 느꼈지만, 사랑하는 이를 잃는 고통 앞에서 그 확신은 아무런 힘이 되지 못했습니다. "내가 우주라면, 왜 이렇게 아픈가"라는 질문 앞에서 그는 무너졌습니다. 그때 그에게 필요했던 것은 자신이 우주와 하나라는 관념이 아니라, 고통 중에도 함께하시는 인격적인 하나님, 십자가에서 친히 고난받으신 그리스도였습니다.
신을 자연으로 대체할 때 잃어버리는 것은 결국 인격적인 하나님을 부정하는 데 이릅니다. "신은 인간이 창조해낸 허구"라는 말은, 창조주와 피조물의 자리를 뒤바꿉니다. 그러나 로마서 1장 25절은 바로 이것을 경고합니다. "이는 그들이 하나님의 진리를 거짓 것으로 바꾸어 피조물을 조물주보다 더 경배하고 섬김이라." 자연을 신격화하는 순간, 사람은 위로를 얻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을 심판하고 구원하실 인격적인 하나님, 죄를 대속하신 그리스도를 잃어버립니다.
참된 연합은 소멸이 아니라 관계입니다. 파도가 바다로 돌아가 개별성을 잃는 것이 아니라, 성도는 그리스도와 연합하되 여전히 '나'로 존재하며 하나님과 인격적인 관계를 누립니다. 요한복음 15장의 포도나무 비유가 이것을 보여줍니다. 가지는 나무에 붙어 있어야 살지만, 가지는 나무 속으로 사라져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나무와 연결된 채로 열매를 맺는 존재로 남습니다. 이것이 성경이 말하는 연합입니다. 자아의 소멸이 아니라, 사랑 안에서의 인격적 연합인 것입니다.
외로움과 불안의 참된 해답은 '나'를 우주만큼 확장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그 해답은 나를 지으시고, 나를 위해 죽으시고, 지금도 나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아는 데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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