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잠언 16:9)
15년 전 겨울, 뉴욕에 머물고 있던 한 작가는 자연주의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숲속 생활을 실천했던 월든 호수를 찾아가고자 보스턴 행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지도를 들고 있었지만 초행길이어서 앞좌석에 앉은 백인에게 길을 물었습니다. 그는 호수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으나, 보스턴 역 옆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콩코드 행 버스를 타면 된다고 친절히 알려 주었습니다.
작가는 그의 말대로 금방 버스를 찾을 수 있었고, 다행히 매시간 출발하는 버스에 쉽게 오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때부터였습니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북동부의 겨울, 버스는 세 시간 넘게 달렸지만 목적지는 나타날 기미가 없었습니다. 30분 거리라던 콩코드는 보이지 않았고, 불길한 예감은 끝내 맞아떨어졌습니다. 그가 도착한 곳은 매사추세츠 주의 작은 콩코드가 아니라, 훨씬 북쪽에 위치한 뉴햄프셔 주의 주도 콩코드였던 것입니다.
어처구니없는 실수였습니다. 하지만 버스 회사 직원들은 가엾은 동양인 여행자를 배려하여, 차비도 받지 않고 다시 보스턴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태워 주었습니다. 눈폭풍 속을 다시 세 시간 넘게 달려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녁 무렵이었습니다. 망설임이 있었지만, 다음날로 미루면 기회를 놓칠 것 같아 택시를 잡아타고 곧장 월든 호수로 향했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30분도 안 걸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저녁 빛에 잠긴 얼어붙은 호수와 낙엽 진 나무들이 작가를 맞이했습니다. 소로가 물질문명을 거부하고 홀로 살며 『월든』을 집필한 그곳에 서자,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택시는 눈보라 속으로 사라지고, 작가는 눈 덮인 호수를 둘러보기 위해 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때, 길모퉁이에서 한 백인 노인을 만났습니다. 그는 소로의 책을 읽고 40년 전 이곳으로 이사 와 자연주의 삶을 실천하며 살아온 이였습니다. 두 사람은 날이 저물 때까지 호수를 함께 걸으며 소로와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마침내 그는 작가를 집으로 초대해 저녁을 대접했고, 그날 밤 늦도록 삶과 신앙, 자연에 관한 깊은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이튿날에는 그의 안내로 복원된 소로의 오두막과 에머슨의 생가, 호손과 알코트의 묘지를 방문하며 특별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며칠을 함께 보내는 동안 두 사람은 나이 차이를 뛰어넘어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는 암 투병 중이었지만, 소로와 월든 호수의 영향 속에서 정신과 영혼이 맑아진 사람이었습니다. 만약 작가가 잘못된 콩코드로 가지 않았다면, 이 만남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먼 길을 빙 돌아간 것이었지만, 실은 그 우회로가 그 노인과의 만남을 향한 지름길이었습니다. 삶은 종종 우리를 돌아가게 합니다. 그러나 그 길은 예상치 못한 선물과 만남을 품고 있습니다. 방황처럼 보이는 길조차도 지나고 보면 반드시 목적지로 이어집니다.
시인 루미는 말했습니다. “나는 많은 길을 돌아서 그대에게 갔지만, 그것이 그대에게 가는 직선 거리였다.” 타고르도 노래했습니다. “당신에게로 가는 가장 먼 길이 가장 가까운 길입니다.”
우리는 종종 지도를 꼭 쥐고 곧장 가는 길만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때때로 길을 잃게 하심으로써 진짜 길을 보여 주십니다. 잘못 접어든 길, 잘못 탄 버스가 오히려 우리를 진짜 목적지로 이끌 때가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돌고 도는 듯 보이는 당신의 길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 길 끝에서 하나님이 준비하신 만남과 선물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우회로가 지름길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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