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된 부부가 있었습니다. 남편은 아내가 라면을 먹을 때 코를 찡긋거리는 습관이 그렇게 사랑스러웠다고 합니다. 아내는 남편이 양말을 짝짝이로 신고 나가는 모습이 그렇게 귀여웠다고 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결혼한 지 오 년쯤 지나자 그 코 찡긋거림이 "왜 저렇게 궁상맞게 먹지"로 바뀌고, 짝짝이 양말은 "정말 칠칠맞다"는 잔소리의 소재가 되어버렸습니다. 사람이 변한 걸까요? 아닙니다. 변한 건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입니다.
인간의 감정은 아침저녁으로 바뀝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웠던 배우자가, 오늘 아침에는 이상하게 하는 짓마다 밉게 보이는 날이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그런 날이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그 감정을 진실이라 믿고 그 감정에 충실하게 반응해버립니다. 퉁명스럽게 대답하고, 괜히 트집을 잡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립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 감정도 곧 지나간다는 사실입니다. 오늘 밉게 보이던 배우자가 내일이면 다시 사랑스러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잠시 스쳐 지나가는 감정의 파도에 우리의 말과 행동을 맡기지 말아야 합니다. 파도가 칠 때마다 배의 키를 놓아버리면, 배는 결국 엉뚱한 곳으로 떠밀려 갑니다.
어느 권사님의 이야기입니다. 남편은 한때 건축업으로 돈을 꽤 벌었던 활동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십 년 전 뇌경색으로 오른쪽 몸이 마비되기 시작했고, 삼 년 후에는 뇌출혈로 중환자실에 실려가 하루 동안 의식을 잃었습니다. 겨우 깨어났지만 다시는 일어설 수 없었습니다. 대소변을 다 받아내야 했고, 호스로 죽을 넘겨야 했습니다. 그렇게 십 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제 남편이 할 수 있는 말은 딱 두 마디뿐입니다. 기분이 좋을 때는 "수고했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두고 보자." 몸을 움직일 수도 없는 사람이 "두고 보자"라고 해봤자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권사님은 그 말이 밉지 않고 오히려 귀엽다고 말합니다. "그래도 남편이 옆에 있으니 든든해요. 하나님이 사랑스러운 마음을 주셔서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웃어주는 것이 고맙고, 밥을 먹을 수 있는 것도, 눈을 맞출 수 있는 것도 감사하다고 말합니다.
이것이 사랑의 본질입니다. 조건이 좋아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조건이 다 사라져도 여전히 그 사람을 사랑스럽게 바라보기로 선택하는 것입니다.
젊은 부부일수록 배우자의 변화한 외모나 습관 앞에서 실망하기 쉽습니다. 한때 그렇게 날씬하고 상큼했던 아내가 아이를 낳고 살림에 지쳐 몸매가 달라졌을 때, 한때 그렇게 다부지고 멋있던 남편이 배가 나오고 머리숱이 줄었을 때, 우리 마음 한구석에서는 서운함이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십시오. 그 살은 어디서 왔습니까? 아내가 매일 아이를 먹이고 남은 밥을 대충 때우면서, 자기 몸을 돌볼 겨를도 없이 살림하며 붙은 살입니다. 남편의 배는 매일 새벽같이 나가 가족을 위해 일하느라 운동할 시간조차 없이 살아온 세월의 흔적입니다. 그 몸은 배신의 흔적이 아니라 헌신의 흔적입니다. 그러니 귀엽게 봐주어야 합니다. 여전히 내게는 가장 소중한 사람이니까요.
결혼식에는 신부를 업는 순서가 있습니다. 신혼 초에는 재미 삼아 아내를 업어본 남편들도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른 지금, 다시 아내를 업어보면 어떨까요? 예전보다 묵직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하지만 두 손으로 아내의 엉덩이를 든든히 받치고 일어나보십시오. 뒤뚱거리면서라도 천천히 걸어보십시오. 힘들어도 "가볍다"고 말하면서 가볍게 업어보십시오.
생활고에 지친 아내는 남편의 등에서 뜻밖의 훈훈함을 느낄 것입니다. 등을 통해 전해지는 따뜻한 체온, 그것은 곧 "내가 네 곁에 있다"는 무언의 고백입니다. 아내를 업는다는 것은 단순히 업는 행위 그 이상입니다. 그 안에는 부부의 깊은 신뢰와 위로와 격려가 담겨 있습니다. 그동안 쌓였던 서운한 마음들이 그 등 위에서 눈 녹듯 녹아내릴 것입니다.
남편의 등에 업힌 순간, 얼굴을 그 등에 밀착시키고 이렇게 속삭여보십시오. "내가 많이 무거워졌지? 무거우면 내려도 되는데… 근데 참 좋다. 이런 행복한 순간도 참 드물다." 다소 낯간지러운 말이지만, 이렇게도 말해보십시오. "당신과 결혼해서 이런 행복도 누려보네요. 난 다시 태어나도 당신만을 사랑할 거야."
부부로 산다는 것은 매일 상대방을 새롭게 선택하는 일입니다. 감정이 식었다고 사랑이 끝난 것이 아니고, 몸매가 변했다고 그 사람이 달라진 것도 아닙니다.
오늘 배우자가 밉게 느껴진다면, 그 감정이 곧 지나갈 파도임을 기억하십시오. 그리고 그 사람이 한때 당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이라는 사실을 떠올려보십시오. 살이 좀 쪘어도, 말이 좀 어눌해졌어도, 여전히 당신 곁에 있어주는 그 사람을 오늘도 귀엽게 봐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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