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한 지 3년 된 지훈 씨는 요즘 아내와 대화만 하면 목소리가 높아집니다. 지난주에는 별것 아닌 일로 시작됐습니다. 아내가 친정엄마와 통화를 오래 하는 게 못마땅해서 한마디 던진 게 화근이었습니다. "장모님이랑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아? 나랑 대화할 시간도 부족한데." 아내는 서운함에 목소리가 커졌고, 지훈 씨도 지지 않고 맞섰습니다. 결국 두 사람은 각방을 쓰며 사흘을 보냈습니다. 그 사흘 동안 지훈 씨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회의 중에도 딴생각이 들었고, 밥을 먹어도 맛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집에 돌아가는 발걸음은 천근만근이었습니다.
이 작은 에피소드가 말해주는 진실이 있습니다. 평화로운 관계는 행복의 사치품이 아니라 필수품이라는 것입니다. 부부 사이가 편치 않으면 그 여파는 침실 밖으로 새어 나옵니다. 직장에서의 집중력, 사업의 판단력, 심지어 하루의 표정까지 흔들어 놓습니다. 마음이 편해야 모든 것이 제자리를 잡습니다. 그래서 지혜의 왕 솔로몬은 다투며 성내는 아내와 사는 것보다 차라리 광야에서 홀로 사는 편이 낫다고까지 말했습니다(잠 21:19). 수많은 여인을 곁에 두었던 그가 이런 고백을 했다는 것은, 갈등하는 부부 관계가 얼마나 사람을 지치게 하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인간은 본래 자기중심적입니다. 배우자의 사정을 헤아리기보다 내 입장이 먼저 떠오르고, 상대의 말을 듣기보다 내 할 말이 앞섭니다. 지훈 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내가 친정 걱정에 마음이 무거웠다는 사실은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오직 "내 시간을 뺏겼다"는 자기중심적 계산만 있었을 뿐입니다. 이렇게 저마다 자기밖에 모르는 두 사람이 한 지붕 아래 살다 보니, 부딪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평화는 어떻게 만들어집니까? 답은 단순하지만 결코 쉽지 않습니다. 자신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내가 옳다고 확신할 때조차 한 걸음 물러서는 것, 그것이 평화의 시작입니다.
오래전 유대 회당에 메이어라는 랍비가 있었습니다. 그의 설교는 명성이 자자해서 매주 금요일 밤이면 수백 명이 몰려들었습니다. 그중 한 여인은 랍비의 설교에 깊이 매료되어, 다른 여인들이 안식일 음식을 준비하는 그 시각에도 회당으로 향하곤 했습니다. 어느 날 설교가 유난히 길어졌고, 여인은 늦은 밤 기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문 앞에서 잔뜩 화가 나 있었습니다. 음식 준비도 안 하고 늦게까지 어디 있었느냐는 물음에 여인이 랍비의 설교를 듣고 왔다고 답하자, 남편은 격분하며 소리쳤습니다. "그 랍비 얼굴에 침을 뱉고 오기 전에는 집에 들어올 생각 하지 마!"
이 말을 전해 들은 메이어는 자신의 설교가 길어져 한 가정의 평화를 깨뜨렸다는 사실에 크게 자책했습니다. 그는 여인을 조용히 불러, 눈이 몹시 아프니 남의 침으로 씻으면 낫는다는 말이 있다며 자신의 눈에 침을 뱉어 달라고 청했습니다. 여인은 그렇게 했고, 이를 지켜본 제자들이 의아해하며 물었습니다. "선생님은 존경받는 스승이신데, 어찌 그런 수모를 자처하셨습니까?" 랍비의 대답은 단순했습니다. "가정의 평화를 되찾을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한 일도 할 수 있다네." 이 이야기가 오늘날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명확합니다. 나는 배우자와의 평화를 위해 얼마만큼의 자존심을 내려놓을 수 있습니까?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값진 것일수록 치러야 할 대가는 큽니다. 그리고 부부의 화목만큼 값진 것은 드뭅니다. 지훈 씨는 그날 밤, 먼저 아내의 방문을 두드렸습니다. "당신이 엄마 걱정하는 마음, 내가 헤아리지 못했어. 미안해." 사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서운함이 완전히 풀리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그 서운함보다 아내와의 평화가 더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먼저 자존심을 내려놓았습니다.
평화는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내가 옳아도 때로는 져주고, 좋아하는 것도 잠시 접어두고, 상대의 편의를 나의 편의보다 앞세우는 작은 선택들이 쌓여서 이루어집니다. 화목을 위해 치르는 이 대가는 결코 손해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가정이라는 가장 귀한 것을 지켜내는, 세상에서 가장 값진 투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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