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루살렘 근교, 나지막한 산등성이 위에 밀밭과 과수원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 밭을 나란히 일구며 살아가던 두 형제가 있었습니다. 형은 이미 아내를 맞아 여러 자녀를 두었고, 동생은 아직 홀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신 뒤, 두 형제는 물려받은 밭과 곳간을 정확히 반으로 나누었습니다. 저울로 재듯 공평하게, 사과 한 알까지 똑같이 나누었을 것입니다. 그해 가을, 사과와 옥수수를 거두어들이는 날에도 두 사람은 그 원칙을 지켰습니다. 곡식과 열매를 정확히 절반씩 나누어 각자의 창고에 쌓아두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 아무도 잠들지 못했습니다. 동생은 어두운 방 안에 누워 생각했습니다. '형님 댁에는 식구가 많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먹는 양도 늘어날 텐데, 겨울 양식이 부족하면 어쩌나.'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 창고에서 곡식을 지고 형의 창고로 몰래 옮겨놓았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생색내지 않고, 그저 형의 식구들이 굶주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하나로 말입니다.
바로 그 시각, 형도 잠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그의 마음속에는 이런 생각이 있었습니다. '나는 아내와 자식들이 있으니, 늙어서도 나를 돌봐줄 사람이 있다. 그러나 내 동생은 혼자다. 병들거나 흉년이 들면 누가 그를 돌보겠는가.' 그는 자기 몫의 상당량을 지고 동생의 창고로 옮겼습니다. 역시 아무도 모르게, 오직 동생의 노후를 염려하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다음 날 아침, 두 사람은 각자의 창고로 가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분명히 밤새 옮겼는데, 창고 안의 곡식량은 어제와 똑같았습니다. '내가 잘못 세었나?' 두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며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이 일이 사흘 동안 반복되었습니다. 옮겨도, 옮겨도 창고의 양은 줄지 않았습니다. 두 형제는 저마다 속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상히 여겼습니다.
그리고 나흘째 되던 밤, 두 사람은 또다시 곡식 자루를 지고 어둠 속을 걸었습니다. 형은 동생의 창고를 향해, 동생은 형의 창고를 향해. 그리고 밭 한가운데서, 두 사람은 서로 마주쳤습니다.
순간 모든 것이 밝혀졌습니다. 형은 동생의 등에 진 자루를 보았고, 동생은 형의 등에 진 자루를 보았습니다. 지난 나흘간의 수수께끼가 한순간에 풀렸습니다. 두 사람은 자루를 내려놓고 서로를 부둥켜안았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소리 내어 울었습니다. 형제를 향한 사랑이 들켜버린 부끄러움의 눈물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그토록 아끼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벅찬 감격의 눈물이었습니다.
유대 전승은 바로 이 자리, 형제의 사랑이 만난 그 밭 한가운데를 예루살렘에서 가장 거룩한 곳으로 전합니다. 훗날 그 자리에 성전이 세워졌다고 전해집니다.
이 이야기의 아름다움은 두 형제가 "얼마나 많이 주었는가"에 있지 않습니다. 그들이 서로에게 들키지 않으려 했다는 데 있습니다. 형은 동생에게 생색내지 않았고, 동생은 형에게 자신의 배려를 알리지 않았습니다. 사랑은 상대방의 부족을 자기 눈으로 먼저 보는 데서 시작되었고, 그 사랑은 아무런 보상이나 인정을 구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마치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과 닮아 있습니다. 진짜 사랑은 계산하지 않습니다. "내가 이만큼 주었으니 이만큼 돌려받아야 한다"는 마음이 아니라, 그저 상대방의 필요를 보고 조용히 채워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두 형제가 마주친 그 자리를 하나님께서 가장 거룩한 곳으로 삼으셨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님이 임재하시고 예배받으시기에 합당한 자리는 화려한 예식이 벌어지는 곳이 아니라, 형제가 서로를 위해 자기 것을 내어주는 사랑이 흐르는 자리였습니다. 이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우리 가정, 우리 교회 공동체 안에서 성도 간의 사랑과 나눔이 흐르는 그 자리야말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참된 예배의 자리가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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