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호와께서 그를 지키사 살게 하시리니 그가 이 세상에서 복을 받을 것이라 주여 그를 그 원수들의 뜻에 맡기지 마소서."(시편 41:2)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나 병들고, 억울한 일에 휘말리며, 사람들에게 배신당하는 순간을 맞이합니다. 시편 41편은 바로 그런 순간에 부르는 기도의 노래입니다. 다윗은 자신이 병상에 누워 있을 때, 주변의 사람들이 자신을 비웃고 조롱하며, 심지어 가까운 친구마저 등을 돌리는 아픔을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절망의 자리에서 놀랍게도 “복이 있다”는 선언으로 시를 시작합니다.
“가난한 자를 보살피는 자에게 복이 있음이여 재앙의 날에 여호와께서 그를 건지시리로다.”(시41:1) 다윗은 인생의 복을 ‘가진 자’가 아니라 ‘돌보는 자’에게서 찾습니다. 가난한 자를 보살피는 일은 단순히 물질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마음에 동참하는 일입니다. 하나님은 언제나 약한 자, 억눌린 자, 외로운 자의 편에 서 계시기 때문입니다.
이 복은 단지 물질적 보상의 의미를 넘어섭니다. 재앙의 날, 즉 우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절망의 때에 하나님께서 직접 건지신다는 약속입니다. 사람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없는 질병, 배신, 외로움 속에서도 하나님은 “그를 붙드시고, 병상에서 고치시며, 원수의 뜻에 맡기지 않으신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복은 오늘의 신앙인들에게 이렇게 들립니다. “네가 고통받는 이들을 돌아볼 때, 그 손길이 곧 내 마음이다. 내가 네가 베푼 사랑을 기억하고, 네가 쓰러질 때 너를 붙들어 일으킬 것이다.”
다윗은 자신의 병을 단순한 육체의 고통으로만 보지 않았습니다. 그는 그것을 하나님 앞에서의 영혼의 상태와 연결했습니다. “여호와여 내게 은혜를 베푸소서 내가 주께 범죄하였사오니 나를 고치소서."(시41:4)
죄를 인정하는 것은 패배가 아니라 회복의 시작입니다. 우리는 고난을 당할 때 쉽게 원인을 외부에서 찾지만, 하나님은 우리의 마음을 돌아보게 하십니다. 다윗은 육체의 치유보다 먼저 영혼의 회복을 구했습니다. 왜냐하면 영혼이 정결해질 때 비로소 삶 전체가 새로워지기 때문입니다.
다윗은 자신을 조롱하는 원수들, 거짓된 말로 자신을 해치는 사람들을 고발합니다. 심지어 “내 떡을 나눠 먹던 가까운 친구”마저 그를 배신했습니다. 이 구절은 예수님께서도 인용하셨습니다(요 13:18). 예수님 역시 유다에게 배신을 당하셨습니다. 다윗과 예수님 모두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서 상처를 받는 경험을 하셨습니다. 그러나 그분들은 그 상처를 하나님께로 가져갔습니다.
우리의 신앙이 흔들리는 순간은 세상의 비난보다도, 믿었던 사람의 배신일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때, 하나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사람의 충성은 변할 수 있으나, 나의 신실함은 변하지 않는다.”
“주 여호와여 내게 은혜를 베푸시고 나를 일으키사…”(시41:10) 다윗은 복수를 원한 것이 아닙니다. 그가 진정 구한 것은 하나님이 자신을 다시 세우시는 은혜였습니다.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고, 병들고, 배신당한 자리에서 그는 ‘다시 일어서게 하소서’라고 기도합니다. 그리고 결국 하나님이 그를 붙드시며, 온전한 중에 세우십니다. 하나님이 붙드시는 인생은 다시 넘어지지 않습니다. 인간의 손이 아니라, 하나님의 손이 그를 세웠기 때문입니다.
시편의 마지막은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를 영원부터 영원까지 송축할지로다”(시41:13)라는 찬양으로 끝납니다. 절망으로 시작했던 시가 찬양으로 마무리됩니다. 하나님을 의지하는 자의 인생은 언제나 이렇게 끝납니다. 탄식은 찬송으로, 병상은 예배의 자리가 됩니다.
시편 41편은 병상에서 드려진 다윗의 고백이자, 하나님께 끝까지 붙들린 인생의 증언입니다. 가난한 자를 돌아보는 삶, 은혜를 구하는 기도, 배신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신뢰, 그리고 결국 찬양으로 끝나는 믿음, 이것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복된 인생의 모습입니다. “주께서 나를 온전한 중에 붙드시고 영원히 주 앞에 세우시나이다."(시 4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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