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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기

가시나무 왕국 - 인간의 욕망과 하나님의 나라

by HappyPeople IN JESUS 2025. 7. 20.

“이에 모든 나무가 가시나무에게 이르되 너는 와서 우리의 왕이 되라 하매 가시나무가 나무들에게 이르되 너희가 참으로 내게 기름을 부어 너희 왕을 삼겠거든 와서 내 그늘에 피하라 그리하지 아니하면 불이 가시나무에서 나와서 레바논의 백향목을 사를 것이니라 하였느니라”(사사기 9:14~15)

사사기 9장은 아비멜렉이라는 이름을 가진 한 인물의 이야기로 시작되지만, 그 실상은 이스라엘 백성의 영적 상태에 대한 적나라한 진단입니다. 아비멜렉은 기드온의 서자였습니다. 기드온은 전쟁의 승리 이후 왕이 되기를 거부했지만, 실상은 왕처럼 살았습니다. 그는 금 귀고리를 모아 에봇을 만들었고, 수많은 아내를 거느렸으며, 세겜에서 첩을 통해 아비멜렉이라는 아들을 낳았습니다.

기드온이 자신은 왕이 아니라고 말했을지라도, 그의 삶은 이미 권력을 탐하고 있었습니다. 이 불완전한 왕의 그늘 아래에서 자란 아비멜렉은 한 발 더 나아가 진짜 왕이 되고자 했습니다. 그는 세겜 사람들을 설득하여 돈을 받고 용병을 고용하고, 자신의 이복형제 70명을 한 반석 위에서 죽입니다. 상징적으로나 실제로나 그는 "
피의 왕국"을 세운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권력을 탐하고, 어떻게 그것이 피로 얼룩진 왕국을 만드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러한 인간 중심의 왕국은 결코 오래가지 못하며, 결국 스스로 무너지고 맙니다.

이 끔찍한 사건 이후, 살아남은 유일한 형제 요담이 그리심 산에 올라가 외칩니다. 그가 전한 우화는 너무도 강렬하고도 절묘합니다. 나무들이 자신들을 다스릴 왕을 찾는 이야기입니다. 그들은 먼저 감람나무에게 왕이 되어달라고 요청합니다. 감람나무는 거절합니다. 자기 열매를 버리고 왕이 될 이유가 없다고 말합니다. 무화과나무도, 포도나무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나무들은 가시나무에게 요청합니다. 그리고 가시나무는 조건을 붙여 왕이 되겠다고 합니다.
“내 그늘에 피하라. 그렇지 않으면 불이 나서 레바논의 백향목을 사를 것이다.”

이 우화는 신앙의 눈으로 볼 때, 단순한 풍자를 넘어선 깊은 영적 진실을 담고 있습니다. 감람나무, 무화과나무, 포도나무는 하나님 앞에서 주어진 소명을 따라 자기 자리에서 충실히 열매를 맺는 존재들입니다. 그들은 세상의 ‘
’이 되기를 거절합니다. 이는 곧 신실한 하나님의 사람들은 권력을 탐하지 않는다는 선언이기도 합니다.

가시나무는 아무 열매도 없고, 그늘도 만들 수 없지만, 권좌에는 올라가겠다는 욕망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지 못하기에 ‘협박’으로 권력을 유지하려 합니다. 가시나무는 실상 파괴의 상징입니다.

요담은 이 우화를 통해 아비멜렉의 정체와, 그를 따르는 세겜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폭로합니다. 이 말은 단지 한 개인을 향한 비난이 아닙니다. 요담은 이스라엘 전체를 향해 외치고 있습니다.
“너희가 참으로 의롭게 행한 것이냐?”

오늘날 우리는 가시나무가 다스리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가요? 교회 안팎을 막론하고, 명분보다 실리를 따지고, 헌신보다 이미지가 앞서며, 권위보다 권력을 좇는 모습은 바로 이 가시나무의 시대적 모습입니다.

하나님의 교회는 감람나무, 무화과나무, 포도나무 같은 이들로 세워져야 합니다. 이들은 세상에서 큰 자로 보이지 않을지라도, 하나님의 눈에는 참된 왕들입니다. 그러나 가시나무와 같은 리더, 권세에만 집착하고 열매 없는 이들이 세워질 때, 그 공동체는 스스로 파멸의 길을 걷게 됩니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질적인 역량이나 도덕성보다 대중적 인기, 즉흥적 감성, 협박과 공포에 기댄 리더들이 세워질 때, 그 사회는 진실을 잃고, 결국 레바논의 백향목처럼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요담의 우화가 들려주는 소망은 오히려 반대 방향에 있습니다. 참된 왕은 가시나무가 아니라, 감람나무, 무화과나무, 포도나무처럼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하나님께서 맡기신 열매를 맺는 자입니다. 그 왕은 자기 생명을 내어주는 왕입니다.

신약 성경은 이런 왕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세상적으로 보잘것없는 나사렛 출신의 목수였지만, 그는 우리 죄를 대신 짊어지기 위해 십자가에 오르셨습니다. 그는 불을 내리겠다고 위협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기 몸을 불살라 우리를 살리셨습니다. 그는 외형적으로 아무런 ‘
그늘’도 없어 보였지만, 그의 보혈 안에서 우리는 참된 안식을 누립니다.

그분이야말로 진짜 왕이십니다. 그리고 그분의 왕국은 세상의 왕국과는 정반대의 방식으로 세워집니다. 십자가의 길, 섬김의 길, 자기 부인의 길을 따르는 자들을 통해 하나님 나라는 확장됩니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나는 어떤 나무인가? 나는 감람나무처럼 하나님과 사람을 영화롭게 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아니면 가시나무처럼 열매도 없이 권력을 탐하고 있지는 않은가? 또, 우리는 어떤 왕을 세우고 따르고 있는가? 겉모습이 그럴싸하지만 실제로는 협박과 통제에 기반한 ‘
가시나무 리더십’을 따르고 있는가? 아니면 예수 그리스도의 겸손과 자기 희생을 따르는가?

가시나무 왕국은 반드시 무너집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백성 안에서 가짜 왕들을 드러내시고 심판하십니다. 그러나 그 무너짐의 잿더미 가운데서도 하나님은 새로운 생명을 일으키십니다. 그것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며,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소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