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 자손이 자기 가운데서 이방 신들을 제하여 버리고 여호와를 섬기매,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의 곤고로 인하여 마음에 근심하시니라."(사사기 10:16)
왜 고난은 반복될까? 우리 삶에는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는 고난이 반복될 때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내가 뭔가 잘못해서 이런 일이 생겼나?” 하고 생각하곤 합니다. 그리고는 삶의 태도를 바꿔보려 합니다. 더 열심히 기도하고, 더 착하게 살아보려고 애씁니다. 이처럼 행위의 결과로 운명이 결정된다고 믿는 사고방식은 사실 동양 종교, 특히 불교의 ‘육도윤회’ 사상과도 닮아 있습니다. 선한 일을 하면 좋은 세상(천상)으로, 악한 일을 하면 고통스러운 세계(지옥, 축생)로 간다는 원리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믿는 성경은 이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하나님의 구원을 설명합니다. 사사기 10장은 바로 이 다른 길, 즉 하나님의 은혜와 긍휼로 말미암은 구원의 본질을 아주 솔직하게 보여줍니다.
이스라엘은 또다시 우상에게 무릎 꿇습니다. 사사기 10장의 시작은 늘 그렇듯, 이스라엘이 또다시 여호와를 버리고 우상을 섬기는 이야기로 열립니다. 바알과 아스다롯은 물론이고, 시돈, 모압, 암몬, 블레셋 신들까지 그야말로 주변 모든 나라의 신들을 섬기기 시작합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는 잊고, 그분의 명령도 외면하고, 오히려 더 철저히 하나님을 등졌습니다.
그 결과는 뻔합니다. 이스라엘은 주변 민족들에게 짓밟히고, 괴롭힘을 당하며 큰 고통 속에 빠집니다. 18년 동안 암몬 족속에게 시달리며, 정신을 차립니다. 그제야 하나님을 찾습니다. “우리가 범죄했습니다. 제발 우리를 구원해 주세요.”
하지만 하나님은 이번에는 단호하십니다. “내가 여러 번 너희를 구했지만 너희는 다시 나를 버렸다. 그러니 이제 너희가 선택한 신들에게 가서 구원을 요청해라.” (삿 10:13~14 요약) 이 말씀은 충격적입니다. 하나님은 과거와는 다르게, 단번에 용서하고 도와주시지 않으십니다. 이유는 분명합니다. 그들의 회개가 진심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회개는 ‘진짜’였을까? 이스라엘 백성의 반응을 보면 그들의 ‘회개’가 어떤 수준이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우리가 죄를 지었으니, 주님께서 보시기에 좋은 대로 하소서. 그러나 제발 지금은 우리를 건져 주십시오.”(삿 10:15)
이 말은 얼핏 보면 겸손하고 진심 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진정한 회개가 아니라 '살고 싶다'는 몸부림에 가깝습니다. 그들은 진정으로 하나님께 돌아간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고통을 해결해줄 존재로서 하나님을 찾은 것입니다. 마치 다급할 때만 찾는 보험처럼 말입니다.
그들은 그제야 우상들을 없애고, 다시 하나님을 섬기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이 '회개의 열매'인지, 아니면 단순히 '문제 해결을 위한 절차'였는지 의심하게 됩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이 지점에서 굉장히 중요한 반응을 보이십니다.
하나님이 ‘근심’하셨다는 뜻은 무엇일까? 성경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스라엘의 곤고로 인하여 여호와께서 근심하시니라.”(삿 10:16) 이 말은 얼핏 보면, 하나님이 그들의 고통을 보시고 마음 아파하셨다는 뜻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히브리어 원어를 보면, 여기 사용된 ‘근심하다’는 오히려 불쾌함, 지겨움, 혐오감을 나타내는 단어입니다.
즉, 하나님은 그들의 상황과 회개의 모습 자체에 정말 진절머리가 나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그들을 멸망시키지 않으시고 다시 사사를 세워 구원을 시작하십니다. 그것이 바로 입다라는 인물을 통해 이어지는 사사기 11장의 이야기입니다. 왜 하나님은 진심 없는 회개 앞에서도 구원의 손길을 거두지 않으셨을까요?
회개가 구원의 조건이 아닙니다. 여기서 우리는 기독교 신앙의 핵심 진리를 만나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합니다. "내가 회개하면 하나님은 용서하신다." "내가 잘못을 인정하고 돌이키면 하나님은 나를 도우신다." 이 말은 얼핏 맞는 것처럼 보이지만, 진짜 복음은 그것보다 훨씬 더 깊습니다. 회개가 구원의 조건이 아니라, 구원이 먼저고 회개는 그 결과라는 것이 성경의 메시지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먼저 회개해서 하나님이 우리를 구원하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일방적으로 은혜를 베푸시고, 그 은혜가 우리 안에서 회개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사도 바울이 에베소서에서 말한 구원의 진리입니다. “하나님은 그 기쁘신 뜻대로 우리를 예정하사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자기의 아들들이 되게 하셨다.” (엡 1:5)
하나님은 우리의 의로움이나 회개의 진정성을 보고 구원을 베푸시는 분이 아닙니다. 그분 안에 있는 사랑과 계획, 그리고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신 구속의 은혜로 우리를 품으십니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우리는 지금 두 가지 길 앞에 서 있습니다. 하나는 육도환생의 길인 나의 행위로 인해 운명이 바뀐다고 믿고, 고난의 원인을 내 안에서 찾고, 더 바르게 살려고 발버둥 치는 길입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예수 그리스도의 날개 아래로 피신하여, 전적인 은혜와 자비 안에서 살아가는 길입니다. 하나님은 오늘도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너의 회개의 진정성이나 노력으로 구원받는 것이 아니라, 내가 너를 불쌍히 여겨 내 품에 안아주었기 때문에 너는 사는 것이다.”
그러므로 진짜 회개란, 내 죄책감을 해결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나는 내 힘으로는 도저히 하나님께 나아갈 수 없는 자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 외에는 길이 없습니다.” 라는 고백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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