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호와의 신이 기드온에게 강림하시니 기드온이 나팔을 불매 아비에셀 족속이 다 모여서 그를 좇고, 기드온이 그 금으로 에봇 하나를 만들어서 자기의 성읍 오브라에 두었더니 온 이스라엘이 그것을 음란하게 위하므로 그것이 기드온과 그 집에 올무가 되니라"(삿6:34, 8:27)
기드온의 시작은 하나님의 영이 임하시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성령께서 입히신 이 옷은 곧 기드온이 하나님께 속한 자, 하나님의 일을 위임받은 자라는 표징입니다. 그러나 그의 마지막은 에봇, 즉 제사장의 역할과 위치를 자신이 차지하고자 하는 사건으로 끝맺습니다. 그리고 성경은 이렇게 선언합니다. “그것이 기드온과 그 집에 올무가 되니라.” (삿 8:27)
기드온의 생애는 바로 우리 모두의 초상입니다. 처음에는 은혜로 시작하지만, 결국 인간은 자기 영광을 탐하며, 자기 왕국을 건설하려 하며, 하나님보다 자신을 높이려는 유혹에 빠지는 존재입니다. 그는 왕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그는 실제로 왕처럼 살았고, 결국 자기 아들의 이름을 “아비멜렉(내 아버지는 왕이다)”이라 지었습니다.
하나님은 인간의 외적 성공이나 신실함을 끝까지 유지하게 하지 않으십니다.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그 누구도 하나님의 구속 역사에서 공로자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브라함도, 다윗도, 솔로몬도, 기드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모두 일시적으로 하나님께 쓰임 받았지만, 그들의 죄성과 한계는 명확히 드러납니다. 성경은 그들의 실패를 숨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강조합니다. 하나님은 인간을 높이시는 분이 아니라, 인간의 무능을 드러내시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만을 드러내시기 위해 일하십니다.
지성소의 옷을 가로챈 인간 기드온은 하나님의 성소가 아닌 자기 성읍 오브라에 금으로 만든 에봇을 세웁니다. 이것은 단순한 우상 숭배가 아니라, 하나님의 통치를 대신하려는 인간의 반역입니다. 에봇은 대제사장의 복장으로서, 하나님께서 정하신 질서와 구속 계획의 핵심적인 상징이었습니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 대제사장이신 분께서 휘장을 찢고 지성소로 인도하시는 복음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런데 기드온은 그 상징을 왜곡하여 자기를 높이는 수단으로 삼습니다. 결국 에봇은 우상화 되었고, 온 이스라엘이 그것을 음란하게 섬기게 됩니다. 하나님의 일을 했던 사람이, 그 일의 결과물로 자기를 숭배하게 만드는 모순된 역설이 기드온 이야기의 중심입니다.
그러나 이 실패는 하나님의 실패가 아닙니다. 오히려 하나님의 완전하심을 더욱 빛나게 합니다. 기드온의 실패는 예수 그리스도의 완전하심을 더욱 또렷하게 조명하는 그림자입니다. 인간은 끝까지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만, 하나님은 끝까지 예수 그리스도만 드러내십니다. 하나님은 기드온의 성공을 통해 기뻐하지 않으시고, 그의 실패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중보적 사역만이 유일한 생명임을 드러내십니다.
오늘날 우리 역시 성령의 옷을 벗고 에봇을 입으려는 유혹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사역의 열매가, 기도의 응답이, 은혜의 표적이 결국 나를 드러내는 수단이 되어 버릴 수 있습니다. 에봇은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을 가리키는 옷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인간의 손에 들어가면 우상이 됩니다. 우리는 늘 우리 안의 에봇을 경계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하신 일을 내가 했다고 여기지 않도록 말입니다. 나의 이름을 높이기 위해 금귀고리를 모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내 위치로 바꾸려는 교만을 경계해야 합니다.
기드온의 실패는 우리에게 경고합니다. "성령의 옷을 입었던 자도, 자기 영광을 위해 에봇을 걸치면 망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실패는 복음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외칩니다. “기드온 같은 자도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을 받는다.”
성경은 늘 말합니다. 인간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그 불가능함을 덮으시는 은혜는 무한합니다. 기드온은 실패했지만, 하나님의 계획은 좌절되지 않았습니다. 실패한 인간을 통해 승리하시는 하나님, 타락한 인간을 통해 은혜를 드러내시는 하나님, 그분이 우리의 참된 왕이십니다.
오늘도 그 왕 앞에서, 에봇을 벗고 다시 성령의 옷을 입는 우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주여, 우리로 하여금 오직 예수만 바라보게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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