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 챙김

감정이라는 나침반

by HappyPeople IN JESUS 2026. 2. 10.

"감정은 방문객일 뿐, 집주인은 당신입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였습니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다리를 넓게 벌리고 앉아 내 공간을 침범했습니다.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왜 저렇게 앉지? 조금만 신경 쓰면 되는데.' 짜증이 목끝까지 차올랐고, 한마디 하려다가 참았습니다. 집에 도착해서도 그 일이 떠올라 불쾌한 기분이 계속됐습니다. 저녁을 먹으면서도, 씻으면서도, 잠자리에 누워서도 그 순간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감정에 사로잡힙니다. 그리고 그 감정을 '나쁜 것'으로 치부하며 억누르려 합니다. "화내지 말아야지", "이런 걸로 짜증 내면 안 되는데" 하면서 자책합니다. 하지만 정작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우리 안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폭발합니다.

감정을 적으로 만들지 말기

친구 민지는 회사에서 항상 밝고 긍정적인 사람으로 통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고, 힘든 일이 있어도 "괜찮아"라는 말을 달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사소한 일로 동료에게 소리를 지르고 회의실을 박차고 나가버렸습니다. 민지 본인도 놀랐습니다. "내가 왜 그랬을까?"

나중에 알고 보니 민지는 몇 달 동안 업무 스트레스, 가족 문제, 건강 염려 등 여러 감정들을 "부정적이다"는 이유로 계속 억눌러왔던 것이었습니다. 슬픔, 불안, 분노를 느끼면서도 "이런 감정을 느끼면 안 돼"라고 스스로를 통제했습니다. 그 감정들은 사라진 게 아니라 어딘가에 쌓이고 있었고, 결국 예고 없이 터져버렸습니다.

민지의 문제는 감정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감정을 적으로 대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좋은 감정은 환영하고 나쁜 감정은 추방해야 할 대상으로 봤던 것입니다.

감정을 정보로 읽기

아이가 울면 우리는 왜 우는지 살핍니다. 배가 고픈지, 기저귀가 불편한지, 어디 아픈지 확인합니다. 우는 것 자체를 문제 삼지 않습니다. 울음은 아이가 무언가를 전달하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감정도 마찬가지입니다. 화가 난다면 내 경계가 침범당했거나 중요한 가치가 무시당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불안하다면 준비가 더 필요하거나 위험을 감지했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슬프다면 무언가 소중한 것을 잃었거나 상처받았다는 표시입니다.

지하철에서 느꼈던 내 화는 단순히 "나쁜 감정"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내 공간과 존중받을 권리가 중요하다"는 내 가치관을 알려주는 신호였습니다. 그 정보를 받아들이면, 나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정중하게 요청할 수도 있고, 자리를 옮길 수도 있고, 이 정도는 참을 만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감정이 내게 "너에게 개인 공간은 중요해"라는 정보를 주었다는 것입니다.

감정과 새로운 관계 맺기

수진은 최근 승진 기회를 놓쳤습니다. 처음엔 실망감을 느꼈습니다. 예전의 수진이었다면 "실망하면 안 돼,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해"라며 그 감정을 빨리 떨쳐내려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습니다. 수진은 실망감을 있는 그대로 느껴보기로 했습니다. '아, 나는 지금 실망하고 있구나. 승진이 내게 중요했구나. 내 노력이 인정받고 싶었구나.' 그렇게 감정을 들여다보니 새로운 것들이 보였습니다. 자신이 얼마나 성장하고 싶어 하는지, 인정받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동시에 현재 위치에서도 성취감을 느끼고 싶어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 정보들을 바탕으로 수진은 행동할 수 있었습니다. 상사와 솔직한 대화를 나눴고, 다음 기회를 위해 어떤 역량을 키워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맡은 프로젝트에서도 의미를 찾으려 노력했습니다. 실망감이 그녀를 무너뜨린 것이 아니라, 더 명확한 방향을 잡도록 도와준 것입니다.

감정의 온도 조절하기

물론 모든 감정을 그대로 표출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화가 난다고 소리 지르거나 물건을 던지면 관계가 망가집니다. 중요한 건 감정을 느끼는 것과 표현하는 것을 분리하는 능력입니다.

내 친구 재훈은 분노 조절이 어려웠던 사람입니다. 화가 나면 바로 폭발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비결을 물었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화가 날 때 '아, 나 지금 화났다'라고 속으로 말해. 그러면 이상하게 화를 느끼는 나와 그걸 관찰하는 나로 분리되는 느낌이 들어. 그러면 한 템포 쉴 수 있거든. 그 사이에 '이 화가 뭘 말하는 거지?' 생각해보는 거야."

재훈은 감정과 자신 사이에 작은 공간을 만든 것입니다. 그 공간에서 그는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감정에 휩쓸려 반응하는 대신, 감정이 주는 정보를 받아들이고 어떻게 행동할지 결정하는 것입니다.

따뜻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기

우리는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합니다. 불안하면 "왜 이렇게 나약하지?", 화나면 "왜 이렇게 참을성이 없지?", 슬프면 "왜 이렇게 약해?" 하며 자책합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십시오. 만약 친한 친구가 당신에게 "나 요즘 너무 불안해"라고 말한다면 뭐라고 할까요? "왜 그렇게 나약해?"라고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마도 "무슨 일이야? 괜찮아?"라고 물으며 이야기를 들어줄 것입니다.

우리 자신에게도 그런 친구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 불안할 때 "아, 지금 뭔가 걱정되는 일이 있구나. 무엇 때문이지?"라고 다정하게 물을 수 있습니다. 화날 때 "무엇이 날 이렇게 불편하게 만들었지?"라고 호기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

감정은 도구다

등산을 할 때 나침반은 필수입니다. 나침반이 북쪽을 가리킨다고 해서 무조건 북쪽으로 가야 하는 건 아닙니다. 때로는 남쪽으로 돌아가야 정상에 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침반이 없다면 길을 잃게 됩니다.

감정도 마찬가지입니다. 감정은 우리 내면의 나침반입니다.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이 위협적인지, 무엇이 필요한지 알려줍니다. 감정이 가리키는 대로 무조건 따라갈 필요는 없지만, 그 신호를 무시하면 우리는 자신을 잃게 됩니다.

승진을 앞두고 극심한 불안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그 불안을 "나쁜 감정"으로 치부하고 억누르면, 정작 그 불안이 "당신은 일보다 가족과의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긴다"고 말하는 걸 놓칠 수 있습니다. 그 정보를 알면, 승진을 다시 고민해볼 수 있고, 아니면 일과 삶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할지 미리 계획할 수 있습니다.

작은 실천부터

감정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은 하루아침에 되지 않습니다.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보십시오.

하루 끝에 5분만 시간을 내어 "오늘 어떤 감정을 느꼈지?"하고 물어보는 것입니다. 일기장에 적어도 좋고, 그냥 눈을 감고 떠올려봐도 좋습니다. 판단하지 말고 그냥 알아차리기만 하는 것입니다. '오늘 회의 때 긴장했었네', '점심 먹으면서 즐거웠어', '저녁에 외로움을 느꼈구나.'

그다음엔 "이 감정이 뭘 말하려는 걸까?" 궁금해 해보십시오. 정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가능성들을 열어두는 것입니다.

감정은 문제가 아닙니다. 감정과 우리의 관계가 문제일 뿐입니다. 감정을 적이 아닌 친구로, 짐이 아닌 선물로, 장애물이 아닌 안내자로 대한다면, 우리는 더 지혜롭고 온전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당신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나요? 그 감정은 당신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할까요?

'마음 챙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충만한 삶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0) 2026.02.09
열려 있을 용기  (0) 2026.02.09
비교를 멈출 때, 비로소 삶이 자란다  (0) 2026.02.09
내 버킷은 내가 채운다  (0) 2026.02.09
우리는 혼자가 아니에요  (0) 2026.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