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이 남기는 발자취

사막의 교부 중 한 사람은 외딴곳에 독방을 짓고 홀로 살았습니다. 그곳은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어, 먹고 씻는 데 필요한 물을 얻으려면 무려 20킬로미터를 걸어야 했습니다. 타는 듯한 햇볕, 뜨거운 모래, 끝없는 고독… 그 길은 단순한 길이 아니라 자기 부인과 고난의 길이었습니다. 어느 날 그는 지쳐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왜 스스로를 이렇게 피곤하게 만드는가? 그냥 물가 가까이에 살면 될 텐데.”

그 순간, 뒤돌아본 그는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의 발걸음을 따라 한 천사가 함께 걷고 있었고, 그 천사는 그의 한 걸음 한 걸음을 세고 있었습니다. 의아한 눈빛으로 교부가 묻자, 천사는 대답했습니다. “나는 주님의 천사입니다. 주님께서 그대의 걸음 수를 헤아려, 그에 맞는 상을 주라고 나를 보내셨습니다.”

그 말을 들은 교부는 오히려 위로를 받고 힘을 얻었습니다. 그는 곧 물가와 더 멀리 떨어진 곳으로 독방을 옮겼습니다. 이제 그는 고난을 피해 사는 것이 아니라, 고난을 통해 더 깊이 주님과 동행하려 했던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힘겨운 현실 앞에서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왜 이렇게 어렵게 살아야 하지? 왜 이렇게 멀리 돌아가야 하지?” 편리함을 찾고 싶은 마음, 조금이라도 수고를 덜고 싶은 마음은 너무도 자연스럽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시선은 다릅니다. 우리가 땀 흘리며 걷는 그 길, 고통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그 인내의 걸음을 주님은 헤아리고 계십니다. 천사가 교부의 발걸음을 세었던 것처럼, 우리 곁에도 보이지 않는 천사들이 우리의 눈물, 우리의 헌신, 우리의 작은 믿음의 발걸음을 세고 있을지 모릅니다.

진주는 고통의 결과물입니다. 작은 상처 속에 들어온 모래 알갱이를 오랜 시간 감내하며 품어낸 끝에 진주조개는 눈부신 보석을 만들어 냅니다. 우리의 고난도 이와 같지 않을까요? 순간의 불편과 눈물은 결국 믿음의 보화를 빚어내고, 하나님 앞에 드릴 수 있는 영원한 진주가 됩니다.

오늘도 삶의 길을 걸으며 불편과 무게를 짊어진 채 묵묵히 나아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골목길을 오가는 노동자, 병실에서 고통을 견디는 환자, 눈물로 기도하는 부모, 외로운 사명을 감당하는 이들… 그들의 뒷모습을 따라 천사들이 기쁘게 걸음을 헤아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 작은 발걸음일지라도, 주님은 그것을 기억하시고 상급으로 갚으십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편안한 길을 찾는 것이 아니라, 주님을 향한 걸음을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 걸음이 느리고 힘겹더라도, 그 길이 외롭고 고통스러울지라도, 주님께서 세시는 발자취라면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언젠가 그 모든 고난의 숫자가 영광의 면류관이 되어 우리에게 씌워질 것입니다.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비교할 수 없도다.” (로마서 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