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 형제가 가난하여 그의 기업 중에서 얼마를 팔았으면 그에 가까운 기업 무를 자가 와서 그의 형제가 판 것을 물을 것이요.”(레위기 25:25)
고대 히브리 사회에는 ‘고엘’이라는 독특한 제도가 존재했습니다. 이 제도는 단순한 가족 간의 상부상조가 아니라, 하나님의 언약 공동체를 유지하고 보호하기 위한 신성한 장치였습니다. 고엘은 ‘대신 갚는 자’, 혹은 ‘구속자(redeemer)’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그는 빚 때문에 노예가 된 친척을 대신해 값을 지불해 자유케 하거나, 팔린 땅을 다시 사들여 가문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고엘이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있었습니다. 첫째, 혈연으로 묶인 동족일 것. 둘째, 상환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을 것. 셋째, 그것을 감당할 능력이 있을 것.
이 조건들을 생각해 보면, 죄로 인해 영적 노예가 된 우리 인간을 위해 필요한 상환자의 조건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로마서 6장 6절은 우리가 죄의 종노릇하는 존재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갈라디아서 4장 8절은 우리가 원래는 본질상 하나님과 상관없는 자들이었다고 말합니다. 죄의 대가를 스스로 치를 수도, 죄에서 스스로 벗어날 수도 없는 우리는 영적 고엘이 절실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그 어떤 피조물도 이 조건을 완벽히 갖출 수 없습니다.
사탄은 우리를 지배하고 있지만, 그는 우리와 동족도 아니고 우리를 구할 의지도 없습니다. 하나님은 능력이 있으시고 우리를 구원하시기를 원하시지만, 신적 존재로서 인간과 혈연적으로 묶인 동족은 아닙니다. 인간은 우리와 같은 동족이고 때로 누군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려는 의지도 있지만, 스스로 죄 가운데 있어 구속의 능력이 없습니다. 이 절망 속에서, 요한계시록 5장에서 요한이 “그 책을 펼 자가 없음을 보고 크게 울었다”고 기록합니다. 인류의 구속문서와 같은 일곱 인의 책을 열 자가 아무도 없었던 것입니다.
그때, “유다 지파의 사자, 다윗의 뿌리”이신 어린 양, 예수 그리스도께서 등장하십니다. 그분은 우리를 너무나도 사랑하셔서 인간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셨습니다. 하나님이 사람이 되셨습니다. 우리와 동일한 육체를 입고 이 땅에 오셔서, 우리와 동족이 되셨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뜻으로, 죄 없는 삶과 십자가의 죽음을 감당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는 하나님의 아들로서의 능력으로, 우리를 죄와 사망에서 해방시키셨습니다. 예수님은 완전한 고엘, 완전한 구속자이십니다.
룻기에는 이 구속의 은혜가 아름답게 묘사됩니다. 룻은 이방 여인이자 남편을 잃은 과부였고, 모든 사회적 보호망에서 벗어난 상태였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능력으로는 어떤 회복도 이룰 수 없는 상황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보아스라는 친족이 등장합니다. 룻은 그의 발치에 엎드려 “당신의 옷자락으로 나를 덮으소서, 당신은 우리를 속량할 자입니다”(룻 3:9)라고 간청합니다. 이 장면은 인간이 구속자이신 예수님 앞에 나아가 간청하는 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주님, 나의 죄를 당신의 은혜로 덮어 주소서. 당신은 나를 죄의 노예 상태에서 해방시킬 수 있는 구속자이십니다.”
룻의 이야기, 보아스의 헌신은 단지 한 가문의 회복 이야기 그 이상입니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인류의 구속이라는 구속사의 예표입니다. 그리고 이 고엘의 이야기는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구원할 수 없습니다. 선한 의지도 부족하고, 죄에 눌린 상태에서 무능력한 존재들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동족으로, 구원의 뜻을 품고, 십자가에서 피를 흘려 우리를 구속하셨습니다. 이것이 복음입니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룻처럼 겸손히 그분의 발 아래 엎드려 은혜를 구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선함이나 공로가 아니라, 고엘이신 예수님의 은혜에 기대어 살아가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가 받은 이 구속의 은혜는, 다른 이들에게 전해야 할 소식입니다. 누군가 죄와 정죄 속에서 절망하고 있다면, 우리는 담대히 말해야 합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고엘이십니다. 당신의 빚을 대신 갚아줄 수 있는 유일한 분입니다. 그분 앞에 나아가 은혜를 구하십시오.” 예수님은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영원히 우리의 구속자이십니다.
“주님, 나는 죄에 팔린 자였습니다. 무력했고, 절망 가운데 있었습니다.
그러나 주께서 나를 위해 이 땅에 오셨고, 나의 고엘이 되어주셨습니다.
당신의 옷자락으로 나를 덮으소서. 당신의 은혜로 나의 죄를 덮어 주소서.
이 구속의 사랑을 날마다 기억하게 하시고, 내가 받은 은혜를 세상에 담대히 전하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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