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영혼이 잠잠히 하나님만 바람이여, 나의 구원이 그에게서 나오는도다."(시편 62:1)
우리는 너무 쉽게 ‘기다림’을 약한 사람의 자세로 오해합니다. 세상은 빠름을 능력이라 부르고, 즉각적인 성취를 성공이라 여깁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믿는 사람의 시간은 세상과 다르게 흘러갑니다. 믿음의 사람은 ‘하나님을 기다릴 줄 아는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기다림 속에 사랑이 있고, 그 사랑이 바로 신앙의 뿌리이기 때문입니다.
다윗은 시편 62편에서 “내 영혼아 잠잠히 하나님만 바라라”라고 고백합니다. 그가 기다리는 대상은 어떤 응답이나 결과가 아니라, 바로 하나님 자신이었습니다. 그는 전쟁 중이었고, 사람들은 그를 무너뜨리려 했습니다. 그러나 그때조차 다윗은 사람을 의지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오직 하나님을 바라보며, 흔들리지 않는 반석이신 주님께 자신을 맡겼습니다.
기다림은 ‘포기하지 않는 사랑’입니다. 도종환 시인은 “더 기다리는 우리가 됩시다”라고 노래했습니다. 그에게 ‘기다림’은 단순히 무력한 체념이 아니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랑의 다른 이름입니다. “사랑했던 것을 틀렸다고 여기지 말고, 사랑했던 사람을 미워하지 말자. 오히려 더욱 세차게 기다리자.”
이 구절은 신앙의 본질과 닮아 있습니다. 신앙은 ‘끝까지 사랑하는 것’이며, 그 사랑의 표현이 바로 기다림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끝까지 기다리셨듯이, 우리도 주님을 기다림으로 사랑합니다. 그 기다림이 길고, 때로는 침묵처럼 느껴질지라도, 그 속에서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의 사람으로 빚어 가십니다.
기다림은 믿음의 시험이 아니라 믿음의 완성입니다.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단순히 “하나님이 계시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일하고 계심을 ‘기다릴 수 있는’ 믿음을 가지는 것입니다.
다윗의 인생은 수많은 기다림으로 엮여 있었습니다. 기름 부음은 받았지만 왕이 되기까지는 수십 년을 기다렸고, 사울의 칼날을 피하며 동굴에서 밤을 지새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 시간들을 낭비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는 알고 있었습니다. “나의 구원과 영광이 하나님께 있음이여, 내 힘의 반석과 피난처도 하나님께 있도다.”(7절)
다윗에게 기다림은 ‘멈춤’이 아니라 ‘하나님께 속한 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기도해도 응답이 더딘 것처럼 느껴질 때, 하나님은 사실 그 기다림 속에서 우리의 마음을 새롭게 빚고 계십니다. 그분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주기보다, 우리를 믿음의 사람으로 자라게 하시기 위해 기다리게 하십니다.
잠잠함은 믿음의 깊은 언어입니다. “나의 영혼이 잠잠히 하나님만 바라라.” 다윗의 이 고백 속에는 놀라운 신앙의 성숙이 담겨 있습니다. 잠잠함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전적인 신뢰의 표현입니다.
우리가 불안할 때는 무엇이라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을 신뢰하는 사람은 ‘잠잠히 기다릴 수 있는 사람’입니다. 세상은 조급함으로 무너지고, 사람은 불안으로 흔들리지만, 하나님을 바라보는 영혼은 고요 속에서 평안을 얻습니다.
기다림의 시간은 하나님께서 우리의 영혼을 정화시키는 시간입니다. 그분은 그 고요 속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권능은 하나님께 속하였고, 인자함도 주께 속하였다.”(11~12절) 이 말은 곧, 세상의 모든 주도권이 하나님께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니 우리의 기다림은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일하시는 그 시간 속에서, 이미 구원은 자라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기다림으로 완성됩니다. 기다림이 거룩한 이유는, 그것이 사랑과 닮았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그 결과로 평가되지 않습니다. 사랑이 사랑 그 자체로 아름답듯, 기다림도 그 자체로 귀합니다. 하나님은 지금도 우리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우리의 회복을, 우리의 순종을, 우리의 사랑을 기다리십니다. 그리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도 그분을 기다립니다. 이 기다림의 만남 속에서 신앙은 완성됩니다.
지금 내 인생이 정지된 것처럼 느껴지는가? 하나님은 여전히 당신 안에서 일하고 계십니다. 그분은 사랑으로 기다리시는 분이시며,
그분을 기다리는 자 또한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내 영혼아, 잠잠히 하나님만 기다려라. 내 희망은 오직 하나님께 있다.”(시 62:5) 오늘, 그분을 기다리는 당신은 이미 거룩한 사랑의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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