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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언 말씀 묵상

꺼지지 않는 심판의 불꽃

by HappyPeople IN JESUS 2026. 2. 20.

"대저 행악자는 장래가 없겠고 악인의 등불은 꺼지리라."(잠언 24:20)

1981년, 프랑스의 한 신문사 창고에서 먼지 쌓인 서류 뭉치가 세상의 빛을 보았습니다. 그 누렇게 바랜 종이들 위에는 수백 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보르도의 유대인들, 아우슈비츠행 열차에 오른 사람들, 그리고 그 명단에 서명한 한 관리의 이름은 '모리스 파퐁'이었습니다.

그 순간까지 파퐁은 프랑스 사회에서 성공한 관료의 상징이었습니다. 나치 점령이 끝난 뒤에도 그의 경력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샤를 드골 대통령 아래서 파리 경찰국장을 지냈고, 지스카르 데스탱 정권에서는 예산장관의 자리에까지 올랐습니다. 화려한 훈장, 박수 소리, 악수하는 손들, 그의 인생은 겉으로 보기에 더없이 탄탄했습니다.

그러나 역사는 잊지 않았습니다. 악인의 형통함은 인류가 오랫동안 씨름해온 오래된 수수께끼입니다. 욥은 잿더미 위에서 하나님께 물었고, 시편 기자는 악인들이
"죽을 때에도 고통이 없고 그 힘이 강건하다"는 사실 앞에서 발걸음이 미끄러질 뻔했다고 고백했습니다. 선한 사람이 일찍 병들어 죽고, 나쁜 사람이 90세까지 호의호식하는 광경을 보면 누구든 마음속에 뜨거운 의문 하나가 솟구칩니다. 과연 정의는 존재하는가?
파퐁의 이야기는 바로 그 의문에 하나의 대답을 건넵니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시절, 파퐁은 보르도 지역 경찰 책임자로서 독일 나치의 명령에 따라 유대인들을 검거하고 아우슈비츠로 보내는 일을 지휘했습니다. 어린아이들도 있었습니다. 노인들도 있었습니다. 그들의 이름이 파퐁의 서명 아래 목록으로 정리되었고, 열차는 동쪽으로 떠났습니다. 종전 후 그는 죄를 인정하기는커녕 승승장구하며 수십 년을 권력의 중심부에서 살았습니다. 세상의 눈으로 보면 그는 심판을 피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1997년, 87세의 노인이 된 파퐁은 법정에 섰습니다. 반인류적 범죄로 기소된 전직 프랑스 관리로서는 최초였습니다. 법정에는 그가 죽음으로 내몰았던 유대인 희생자들의 자녀와 손자녀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반세기가 넘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진실은 마침내 증언대 위에 올라섰습니다.

징역 20년의 선고가 내려졌습니다. 한때 화려했던 훈장들, 요직들, 대통령들과의 악수, 그 모든 것은 법정의 엄숙한 공기 앞에서 아무런 방패가 되어주지 못했습니다. 그가 평생 쌓아 올린 것들은 결국 진실을 가리는 데 실패했습니다.

이것이 잠언이 말하는
"악인의 등불이 꺼지는" 방식입니다. 요란한 폭발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어떤 등불은 천천히,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꺼집니다. 하지만 반드시 꺼집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인간은 빈손입니다. 파퐁이 서명했던 그 명단들, 그가 누렸던 권력, 그가 축적했던 명성, 그 어느 것도 그를 따라 문을 넘어갈 수 없습니다. 그리고 많은 신앙인들이 믿듯, 그 문 너머에는 어떤 인간의 법정보다 더 완전한 심판이 기다립니다.

역사는 결국 공의를 향해 기울어집니다. 더디게 느껴지더라도, 심지어 한 사람의 생애가 다 지나도록 지연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파퐁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남기는 것은 단순한 교훈이 아니라, 하나의 두려움입니다. 선하고 공의로운 눈이 역사 전체를 지켜보고 있다는, 그래서 우리의 삶이 결코 진공 속에 있지 않다는 경건한 두려움입니다.

악인의 등불은 꺼집니다. 다만 그 심지가 타는 동안, 우리는 어떤 빛으로 살아가고 있는가를 물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