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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챙김

끊어지지 않는 사슬

by HappyPeople IN JESUS 2026. 3. 22.

어느 날 한 노인이 손자를 무릎에 앉히고 낡은 책을 펼쳤습니다. 손자는 아직 글자를 다 읽지 못했지만, 할아버지의 목소리만으로도 그 이야기가 가슴속 어딘가에 새겨진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습니다. 할아버지는 말했습니다. "아무리 길고 훌륭한 쇠사슬이라도 고리 하나가 망가지면 못 쓴다." 어린 손자는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쇠사슬이 뭐가 그리 대단하냐고 말합니다. 그러나 수십 년이 흐른 뒤, 이제 할아버지가 된 그 손자는 똑같은 말을 자신의 손자에게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유태인들이 수천 년을 이어온 것은 단순히 혈통이나 언어 때문만이 아닙니다. 그것은 세대와 세대를 잇는 전달의 의지 때문입니다. 쇠사슬은 본디 강철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것은 이야기로, 의식으로, 밥상머리 대화로,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택으로 만들어집니다. 고리 하나가 약해지는 것은 쇠가 녹스는 문제가 아니라, 한 사람이 "나는 이 사슬의 일부가 되지 않겠다"고 돌아서는 순간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전역에서 유태인들은 이름을 바꾸고 정체성을 숨겨야 했습니다. 어떤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그렇게 했고, 어떤 이들은 살아남은 뒤에도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수용소의 잿더미 속에서도 안식일 촛불을 숨겨 켠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빵 한 조각도 없는 막사 안에서 유월절 이야기를 낮은 목소리로 읊조린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알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이 순간 고리 역할을 해내지 못하면, 수천 년의 사슬이 바로 자신의 손에서 끊어진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것은 비단 유태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모두는 어떤 사슬의 한 고리로 태어난다. 가족이라는 사슬, 공동체라는 사슬, 믿음이라는 사슬. 부모가 자녀에게 밥 짓는 법을 가르치는 것도, 할머니가 명절마다 같은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도, 스승이 제자에게 책 한 권을 건네는 것도, 모두 고리를 잇는 행위입니다. 대단해 보이지 않는 그 행위들이 쌓여 수백 년을 견디는 사슬이 됩니다.

반대로, 사슬이 끊어지는 것은 언제나 조용히 일어납니다. 폭풍이 아니라 무관심으로, 전쟁이 아니라 바쁨으로, 증오가 아니라 귀찮음으로 고리는 서서히 녹슬어 갑니다. 자녀에게 한 번도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은 부모, 스승에게 한 번도 감사를 전하지 않은 제자, 공동체를 향해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은 사람, 그들이 특별히 나쁜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그들의 손에서 고리가 조용히 떨어져 나갔을 뿐입니다.

유태인의 지혜가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지금 어떤 사슬의 고리입니까? 그리고 그 고리를 다음 사람에게 건네줄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사슬의 아름다움은 그 길이에 있지 않습니다. 각각의 고리가 얼마나 성실하게 제 자리를 지켰느냐에 있습니다. 길고 찬란한 역사도 결국 지금 이 순간, 내가 내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부터 이어집니다.

노인의 무릎 위에서 이야기를 듣던 그 아이처럼, 우리도 누군가의 이야기를 받아 안고, 언젠가 다른 누군가에게 건네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끊어지지 않는 사슬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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