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저항하는 것은 지속됩니다. 유일한 출구는 그것을 통과하는 것입니다."
어제 저녁, 친구와의 대화에서 묘한 침묵이 흘렀습니다. 제가 던진 농담이 어색하게 공중에 떠 있었고, 친구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어지는 걸 느꼈습니다. 그 순간 가슴 한편이 조여오면서 '아, 실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시 휴대폰을 꺼내 들었습니다. 아무 메시지나 확인하는 척하면서 그 불편한 공기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이런 순간을 압니다.
불편한 감정은 예고 없이 찾아옵니다. 상사의 날카로운 한마디,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에서의 실수, 연인과의 사소한 오해. 그럴 때마다 우리 몸은 본능적으로 반응합니다. 심장이 빨리 뛰고, 손바닥에 땀이 나고, 머릿속이 하얘집니다. 그리고 우리는 거의 자동적으로 탈출구를 찾습니다.
냉장고 문을 열어 무언가를 집어 먹거나, 술 한잔을 따르거나, SNS 피드를 끝없이 내리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괜찮아, 별일 아니야"라고 억지로 웃으며 자신을 다독이기도 하고, 갑자기 청소를 시작하거나 업무에 몰두하며 바쁜 척 연기하기도 합니다. 누군가 다가와 물으면 "아니, 화난 거 아니야"라고 방어적으로 말하면서 말입니다. 이 모든 행동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불편한 감정에서 도망치려는 시도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납니다. 도망칠수록 불편함은 더 커집니다. 무시한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마음 깊은 곳에 침전되어 불안으로, 강박으로 자라납니다. 어느새 우리는 특정 상황을 아예 피하게 되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한 발짝 물러서게 됩니다.
더 아쉬운 건 그 순간에 담긴 소중한 메시지를 놓친다는 겁니다. 불편한 감정은 사실 우리에게 뭔가 중요한 걸 알려주려는 신호입니다. "여기, 이 부분을 봐"라고 말하는 내면의 목소리인 셈입니다. 그 목소리를 외면하면 우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같은 패턴 속에 갇히게 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역설적이게도, 불편함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도망치지 않고 그 감정을 온전히 느껴보는 것입니다. 마치 어두운 방에 들어가 천천히 눈을 적응시키듯이 말입니다.
아까 그 어색한 순간으로 돌아가 보세요. 휴대폰을 꺼내 드는 대신, 저는 그 불편함을 잠시 껴안고 있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어볼 수 있었습니다. "왜 지금 이렇게 불편할까? 친구가 상처받았을까 봐 걱정되는 건가? 아니면 내가 재미없는 사람으로 보일까 봐 두려운 건가?"
이렇게 자신에게 진솔하게 질문을 던지다 보면,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됩니다. 어쩌면 저는 늘 사람들을 웃기려고 애쓰는 패턴이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게 제가 사랑받는 방법이라고 믿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때로는 부적절한 농담을 던지거나, 진지해야 할 순간에도 장난을 치곤 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깨달음은 책이나 다른 사람의 조언에서는 얻기 어렵습니다. 불편한 감정의 한가운데로 들어가 자신을 들여다봤을 때만 찾을 수 있는 진실입니다.
그리고 일단 그 패턴을 알아차리고 나면, 비로소 바꿀 수 있게 됩니다. 무시하고 있을 때는 같은 행동을 무한 반복하지만, 의식하고 나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다음번에는 농담 대신 진심 어린 대화를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불편해도 괜찮다고, 이 또한 관계의 일부라고 받아들이면서 말입니다.
불편한 감정을 편안하게 받아들인다는 건 모순처럼 들립니다. 어떻게 불편함을 편안하게 느낄 수 있을까요? 하지만 경험해보면 알게 됩니다. 저항하지 않고 그저 관찰할 때, 그 감정은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빠져나갑니다.
어둠을 피해 도망칠 때 우리는 계속 그림자 속에 머뭅니다. 하지만 어둠 속으로 용기 내어 걸어 들어가 그곳에서 무엇이 우리를 두렵게 하는지 확인할 때, 비로소 출구가 보입니다. 그리고 그 출구는 언제나 빛을 향해 있습니다.
오늘 저는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어제 내 말이 좀 그랬던 것 같아. 미안해." 친구는 금방 답장을 보내왔습니다. "아니야, 괜찮아. 나도 그날 좀 예민했어." 불편함을 피하지 않고 마주했더니, 관계는 오히려 더 가까워졌습니다.
불편한 감정이 찾아올 때, 이제 저는 조금 다르게 반응하려 합니다. 도망치는 대신 잠시 멈춰 서서 그 감정에게 묻습니다. "너는 나에게 무엇을 가르쳐주려고 왔니?" 그 답을 찾는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그 안에서 진짜 나를 발견하고 더 나은 내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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