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한 말은 꿀송이 같아서 마음에 달고 뼈에 양약이 되느니라"(잠언 16:24)
어느 가을 오후, 오랜 친구에게서 문자 하나가 왔습니다. "요즘 좀 어때?" 단 다섯 글자였지만, 그날 하루 종일 무거운 마음을 안고 살던 저는 그 짧은 물음 하나에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말이란 참 신기한 것입니다. 길지 않아도, 화려하지 않아도, 마음을 담으면 그것은 그 사람에게 기적처럼 닿습니다.
옛말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 했습니다. 구슬이 아무리 많아도 실에 꿰지 않으면 흩어져버리듯, 우리가 매일 쏟아내는 수많은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말은 흩어지고, 어떤 말은 상처가 되고, 또 어떤 말은 오래도록 누군가의 가슴속에 남아 빛을 냅니다. 그 차이는 말의 양이 아니라, 그 말을 건네는 마음의 결에 있습니다.
직장 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무렵의 일입니다. 야근을 마치고 지쳐 돌아오던 길,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경비 아저씨가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오늘도 수고 많으셨어요." 별것 아닌 인사였지만, 그날따라 그 말이 어찌나 따뜻하게 느껴지던지, 집에 돌아와 한참을 그 말을 되새겼습니다. 고된 하루가 조금씩 풀리는 기분이었습니다. 그 아저씨는 아마 기억도 못 하실 테지만, 저는 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말을 잊지 못합니다.
반대의 기억도 있습니다. 실수를 한 날, 상사에게 들었던 말. "그것도 못 해요?" 짧고 무심하게 던진 그 한 마디는 한동안 귓가에 맴돌며 저를 괴롭혔습니다. 그 사람은 분명 악의는 없었을 것입니다. 아마 본인도 지쳐 있었을 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말이란 한번 입 밖으로 나오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 우리가 종종 "마음은 그게 아닌데 말이 그만……" 하고 변명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잠깐의 부주의가 누군가에게는 오래 남는 상처가 됩니다.
고운 말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가 바쁘기 때문입니다. 조급하고, 피곤하고, 내 마음 하나 추스르기도 벅찬 날들이 쌓이면, 말은 점점 거칠어집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좋은 말을 하는 데 드는 시간은 나쁜 말을 하는 시간과 다르지 않습니다. "왜 이래요?"라고 말하는 시간과 "힘드셨겠네요"라고 말하는 시간은 똑같습니다. 차이는 오직 조금 더 깨어 있으려는 의지, 그 한 끗에 있습니다.
잔디밭에서 무릎을 꿇고 정성스럽게 네잎 클로버를 찾아 건네주는 사람을 생각해보십시오. 그 마음이 바로 고운 말의 본질입니다. 특별히 대단한 말이 아니어도 됩니다. 녹차 한 잔이 은은한 향기로 방 안을 채우듯, 작고 따뜻한 말 한 마디가 그 사람의 하루 전체를 부드럽게 감쌀 수 있습니다.
"오늘 정말 잘하셨어요." "덕분에 힘이 났어요." "많이 힘들었지요?" 이런 말들이 노래처럼 누군가의 마음속에 흘러들어갈 때, 그 사람은 다시 일어설 힘을 찾습니다.
말은 세상에서 가장 저렴하고도 가장 값비싼 선물입니다. 돈이 들지 않지만, 때로는 어떤 선물보다도 깊이 사람을 움직입니다. 삶에 지친 누군가의 마음을 보듬고, 오래된 상처를 천천히 아물게 하고, 포기하려던 사람에게 다시 한 번 해보자는 용기를 줍니다.
우리가 오늘 하루, 조금 더 의식적으로 말을 고른다면 어떨까요. 서두르지 않고, 내 마음속에 있는 가장 고운 말을 먼저 꺼내어 건넨다면, 그 말은 돌고 돌아 언젠가 우리에게도 따뜻하게 돌아올 것입니다. 한 사람의 고운 말이 한 사람을 살리고,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고운 말을 건네면, 세상은 조금씩, 아주 조금씩, 고운 빛으로 물들어갈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오늘도 말을 가꾸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무릇 더러운 말은 너희 입 밖에도 내지 말고 오직 덕을 세우는 데 소용되는 대로 선한 말을 하여 듣는 자들에게 은혜를 끼치게 하라"(에베소서 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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